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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제 일자리]②삼성의 6천개, 마중물 될까

  • 2013.11.18(월) 17:18

삼성 등 시간선택제 속속 도입
고용시장 질 악화 우려도 제기

정부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시간선택제 일자리(정부는 '시간제 일자리'라는 표현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다고 판단, 현재 '시간선택제 일자리'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공공부문을 시작으로 민간까지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늘려, 전체 일자리를 확대하겠다는 생각이다. 일자리 확산을 위한 정부의 정책, 업계의 반응, 해결과제와 국내외 사례 등을 정리해 본다. [편집자]

 

글 싣는 순서
①공공부문 1만7000개 생긴다
②삼성의 6천개, 마중물 될까
③'93만개' 집착 버려라
④고용률 73%, 독일의 교훈

 

93만개. 정부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내놓은 시간선택제 일자리 목표치다. 정부는 우선 공공부문을 독려해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오는 2017년까지 1만7000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의 목표인 93만개를 달성하기 위해선 공공부문의 채용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산의 성패여부는 민간부문에 달려있는 셈이다.

 

◇ 대기업·금융권, 시간선택제 일자리 도입

 

정부의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대 방침에 맞춰 일단 대기업을 위주로 이를 도입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삼성은 최근 6000개의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만든다고 발표했다. 20여개의 계열사가 참여하며 4시간 혹은 6시간을 근무하는 형태다. 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과 퇴직한 장년층을 대상으로 한다.

 

삼성은 일단 2년 계약직으로 이들을 채용한 후 담당하는 직무와 시간에 따라 급여수준과 복리후생을 정하기로 했다. 또 2년후에 일정 수준 업무능력을 갖춘 사람은 지속 고용을 보장해 고용안정성을 높일 방침이다.

 

LG그룹도 각 계열사에서 500여명을 시간선택제 형태로 채용할 계획이다. 롯데도 내년 상반기까지 2000여명의 시간제 근로자를 채용할 예정이다. 신세계 역시 이미 채용한 1000여명 외에 추가로 1000명을 뽑는다.

 

지난 상반기 1만5000여명의 아르바이트 직원을 정규직 수준의 시간제 일자리로 전환한 CJ도 500여명의 일자리를 만들기로 했다. SK와 GS, 한진, 한화그룹 등도 수백여명 규모의 시간선택제 일자리 창출에 나선다.

 

금융권에서도 동참하는 분위기다. 신한은행은 육아와 가사 등을 이유로 직장을 그만둔 여성 500명을 시간제 직원으로 채용할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 200명을 시작으로 매년 100~200여명을 뽑을 예정이다. 오후 4시간만 근무하지만 4대 보험과 정년 보장 등은 정규직과 동일하다.

 

금융권에서 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은 IBK기업은행이 가장 먼저다. 기업은행은 지난 8월 110여명을 시간제로 선발한 바 있다.

 

 

◇ 산업 전방위 확산 여부는 불투명

 

이처럼 산업·금융계에서 시간제 일자리를 내놓고 있지만 정부의 바람대로 90만개가 넘는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까지 발표된 계획은 많으면 수천명, 적으면 수백명의 규모다. 그나마 삼성과 같은 굴지의 대기업이 내놓을 수 있는 숫자들이다.

 

재계에서는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놓고 '취지는 공감하지만 실행은 쉽지 않다"는 반응이 먼저 나온다. 당장 경기불황으로 정규직 채용마저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시간제 일자리까지 늘리는 것은 적지 않은 부담이다.

 

특히 최근 한국의 제조업이 점차 고도화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통해 소화할 수 있는 직무들은 제한적이다. 유통 등 서비스업종의 경우 상대적으로 숙련도가 낮은 인력을 활용할 여지들이 있지만 전통적인 제조업 분야에서는 단순 보조업무 이상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만들겠다고 한 6000개의 일자리도 상당한 고심 끝에 내놓은 숫자일 것"이라며 "일부 업종을 제외하면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도입할 만한 부분이 많지 않다"고 토로했다.

 

▲ CJ는 출산과 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을 대상으로 리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때문에 정부가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대 정책을 무조건적으로 강요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오히려 고용시장의 저변을 확대하기 보다 전체적인 질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정부는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자연스럽게 정착할 수 있도록 측면 지원하는 수준에 머물러야 한다"며 "현재 제시한 목표에 매달릴 경우 적지 않은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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