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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제 일자리]④고용률 73%, 독일의 교훈

  • 2013.11.19(화) 17:42

독일, 네덜란드 등 단기간 고용률 70% 달성
노사정 합의 통한 노동시장 개혁 주효

정부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시간선택제 일자리(정부는 '시간제 일자리'라는 표현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다고 판단, 현재 '시간선택제 일자리'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공공부문을 시작으로 민간까지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늘려, 전체 일자리를 확대하겠다는 생각이다. 일자리 확산을 위한 정부의 정책, 업계의 반응, 해결과제와 국내외 사례 등을 정리해 본다. [편집자]


글 싣는 순서
①공공부문 1만7000개 생긴다
②삼성의 6천개, 마중물 될까
③'93만개' 집착 버려라
④고용률 73%, 독일의 교훈

 

64.2%. 지난해 한국의 고용률이다. 생산활동에 종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15세이상 인구 10명중 6명이 조금 넘는 수준이 일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구직을 단념한 사람들이 제외되는 실업률에 비해 보다 정확하게 고용시장의 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

 

정부는 이 고용률을 오는 2017년까지 70%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해 놨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한국의 고용률은 매년 1%포인트 이상 상승해야 한다.

 

문제는 고용율을 높이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238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필요하다. '남성-정규직' 중심의 기존의 고용시장 구조로는 좀처럼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달성한 나라들도 있다. 독일과 네덜란드, 영국 등은 5년내 고용률을 5%포인트 이상 끌어올린 국가들이다. 우리 정부가 모델로 제시한 네덜란드는 물론 가장 최근에는 독일의 사례도 있다.

 

◇ 독일의 교훈

 

지난 2003년이후 5년만에 고용률을 5.6%포인트 끌어올리며 고용률 70%를 넘어선 독일의 사례는 한국이 참조할만한 부분이 많다. 독일의 고용률은 2003년 64.6%에서 2008년 70.2%로 올라갔고, 지난해말에는 72.8%까지 높아졌다.

 

독일은 2000년대 초반까지 경직된 노동시장, 고용없는 성장 등으로 인해 '유럽의 병자(Sick man of Europe)'로 불렸다. 하지만 2003년 노동시장 유연화 개혁이 이뤄진 후 상황은 반전됐다. 2003년부터 2005년까지 독일의 취업자는 258만명(7.3%) 증가했고, 실업자는 53만명(14.4%) 감소했다.

 

▲ 자료:현대경제연구원

 

독일은 2003년 '아젠다 2010, 하르츠 개혁'을 통해 노동시장의 변화를 이끌었다. 우선 '실업자수 감축'을 목표로 해고보호법 완화, 비정규직 규제 완화, 파견 규제 완화 등의 제도 개선이 이뤄졌다.

 

또 미니 잡(Mini-job, 월소득이 400유로를 초과하지 않는 저임금 일자리 및 연 2개월 미만의 단기고용), 미디 잡(Midi-job, 월 400~800유로 일자리) 등 저임금 일자리에 대한 지원을 확대했고, 취약계층의 노동시장 진입을 위한 조치들도 취했다.

 

슈뢰더 정부에서 시작된 개혁은 2005년 이후 메르켈 정부까지 일관되게 추진됐다. 그 결과 개혁 초기 시간제 일자리 위주로 늘어나던 고용은 2007년을 기점으로 전일제 고용이 더 많은 선순환 구조로 돌아섰다.

 

▲ 자료:현대경제연구원

 

이 과정에서 임금 인상보다 고용 보장을 우선시하는 노사간 협력도 공공은 물론 민간부문까지 확산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에서도 노사간 합의를 통해 정리해고보다 비용절감을 통해 고용을 유지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고용정책의 명확한 목표설정 및 꾸준한 이행, 시간제 일자리로의 참여 유인, 노사간 협력 방식 및 일자리를 매칭시켜주는 공공서비스의 실효성 강화 등은 벤치마킹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네덜란드·영국은?

 

네덜란드와 영국 역시 노동시장의 개혁을 통해 5년내에 고용률 70%를 달성한 사례다.

 

1980년대초까지 네덜란드는 두자릿수의 실업률과 경기부진, 재정적자가 겹친 이른바 네덜란드병(Dutch Disease)에 빠져 있었다. 이런 네덜란드를 구해낸 것이 1982년에 체결된 바세나르 협약(Wassenaars Accord)이다.

 

노조는 임금동결, 임금 물가연동제 시행을 2년간 보류하고, 고용주의 사회보장부담 완화·근로자 부담 확대 등을 수용했다. 경영자측은 근로시간 단축과 30시간 미만 시간제 고용 활성화 등을 통해 고용안정을 보장했다.

 

정부는 세금과 사회보장 부담을 완화해 기업의 생산 및 고용확대를 유도했다. 시간제 일자리 정착을 위해 93년에는 신노선협약을 통해 최저근로시간을 삭제하고, 96년에는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과 수당의 차별도 금지했다. 짧은 시간을 일하더라도 전일제 근로자와 차이를 두지 않았다.

 

그 결과 네덜란드의 고용률은 1994년 63.9%에서 1999년 70.8%까지 상승한다. 네덜란드는 현재 시간제 일자리가 가장 활성화된 나라로 꼽힌다. 네덜란드의 시간제 일자리 비중은 3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두배를 넘는다.

 

▲ 자료:한국경영자총협회

 

영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처리즘(Thatcherism)으로 불리는 개혁정책을 통해 영국의 노동시장을 변화시켰다. 대처 정권은 '영국병(British Disease)'으로 불리던 당시 상황의 원인을 강성노조에서 찾았다.

 

이후 5번의 노동법 개정을 통해 노조 지도부의 역할을 '정치집단'에서 '중재자'로 재설정했다. 이와함께 임금유연성 제고, 해고규제 완화 등의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도 사용했다. 또 실업급여 자격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구직활동 의무를 강화하는 등 사회보장 개혁도 병행했다.

 

그 결과 1984년 65.9%였던 영국의 고용률은 1989년 72.0%까지 높아졌다. 같은 기간 취업자수는 258만명 증가한 반면 실업자수는 114만명 감소했다.

 

▲ 자료: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들 국가의 사례는 고용률 70% 달성이 정치논리가 아닌 시장경제 논리에 입각한 정책 수립과 노동시장 개혁에 달려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어 "일자리의 양과 질을 모두 늘리기 위해선 해고보호 완화, 고용형태 및 생산방식 다양화 등 유연한 노동시장을 조성해야 한다"며 "5년내 고용률 70% 달성은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를 통해 이뤄진다는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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