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현대그룹 Way]下 위기돌파 해법은?

  • 2013.11.22(금) 09:44

현대상선 실적 부진 계열사로 '도미노'
"동부처럼 고강도 자구책 내놔야"

현대그룹은 최근 자금난 해소를 위한 자구책을 내놨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현재 현대그룹이 처한 상황에 비해 그룹의 자구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현대그룹이 주요 계열사를 매각하는 등의 고강도 자구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 현대상선 때문에…

현대그룹은 최근 1조원 규모의 자구안을 채권단에 전달했다. 우선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이 100% 보유한 부산신항만터미널 지분 중 50%를 부산신항만터미널에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현대그룹은 이를 통해 2000억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또 채권단의 지급보증으로 30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하는 방안도 채권단에 요청한 상태다. 이밖에도 가스공사와 장기운송 계약을 맺은 액화천연가스(LNG)선의 운임 채권 유동화와 컨테이너 박스 및 선박 매각도 검토하고 있다.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겠다'는 것이 현대그룹의 방침이다. 현대그룹이 이처럼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은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실적 부진 때문이다.

 
▲ 단위:십억원.

현대그룹은 '현대글로벌→현대로지스틱스→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글로벌'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 이중 현대상선의 규모가 가장 크다. 하지만 현대상선은 해운업황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대상선의 최대주주인 현대엘리베이터도 지분법 손실이 크다. 실제로 현대엘리베이터는 매년 300억~4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하지만 2011년과 2012년 각각 1376억원과 41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입었다. 현대상선 탓이다.

현대로지스틱스도 마찬가지다. 현대로지스틱스는 작년 53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현대로지스틱스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최대주주다. 현대상선 부진의 여파가 여타 계열사로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 동부式 자구책 필요

동부그룹은 최근 핵심 계열사인 동부하이텍 매각을 포함한 유동성 확보 방안을 내놨다. 동부그룹은 오는 2015년까지 주요 계열사인 동부하이텍과 동부메탈, 동부제철 인천공장, 동부발전당진 지분 등을 매각키로 했다.

또 김준기 회장의 사재출연을 통한 증자 참여 등을 포함한 고강도 구조조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동부그룹의 이번 자구책이 성공할 경우 확보할 수 있는 자금 규모는 약 3조원에 이른다.

동부그룹의 이같은 자구책에 대해 시장도 반기는 분위기다. 나이스신용펑가는 “동부그룹의 이번 자구계획은 기존 사업확대 전략에서 재무구조 안정 방향으로 전환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현대그룹의 자구책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그다지 좋지 않다.
 
현대그룹의 자구책은 금융권 등 시장의 도움 없이는 성사되기 힘들다. 현대그룹이 자구책 중 하나로 제시한 영구채 발행 등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금융권의 보증이 필수다. 최근 동양그룹 사태 등의 여파로 금융권의 자금 수혈 기준은 더욱 강화되는 추세다. 
 
하지만 현대그룹의 자구책은 금융권의 이런 요구를 충족하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동부그룹은 차치하고라도 같은 해운업이 주력인 한진해운의 자구책보다도 미흡하다는 의견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내놓은 자구책은 동부나 한진해운과 같은 '뼈를 깎는' 수준이 아니다"라며 "많이 내놔야 많이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한다"고 말했다.
 
◇ "더 센 것이 필요하다"

시장은 현대그룹이 좀 더 강도 높은 자구책을 내놓기를 원하고 있다. 여기에는 핵심 계열사의 매각이 포함돼 있다. 돈이 되는 핵심 계열사를 매각하는 등의 고강도 자구책이 아니라면 실효성이 없다고 보는 것이다.
 
▲ 시장은 현대그룹의 자구책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동부처럼 핵심 계열사를 매각하는 등의 좀 더 강도 높은 자구책을 원한다. 이에 따라 현대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왔던 현대증권을 매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동부의 자구책이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지난 10년동안 조단위 투자를 해왔던 동부하이텍을 매물로 내놓는 등 진정성이 보였기 때문"이라며 "현대그룹이 시장을 통해 자금을 수혈하려면 동부와 같은 수준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시장에서 보는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현대그룹이 현대증권을 매물로 내놓는 것이다. 현대증권은 오랜 기간 현대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왔다. 비록 증권업 침체로 실적은 부진하지만 5대 대형 증권사에 꼽힐만큼 저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원하는 액수의 자금을 수혈 받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그 중에는 핵심 계열사 매각을 꼽을 수 있는데 시장에서 보는 가장 매력적인 매물은 현대증권"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각 계열사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복잡한 파생상품계약을 맺었다는 점도 시장에서는 부담스러워 하는 부분이다. 현대그룹은 그동안 자금수혈을 위해 우호 주주들과 파격적인 조건의 옵션 계약을 맺어 둔 상태다.

당장 급한 불을 끄기에는 좋았을지 모르지만 계열사들의 주가가 하락할 경우 이 파생상품 계약들은 그룹 전체를 흔드는 '독(毒)'이 될 수 있다.
 
한편 현대그룹은 유동성 위기에 대해 금융당국과 긴밀히 협조해 해결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현대그룹은 "최근 불거지고 있는 유동성 문제와 관련, 금융권 또는 금융당국과 우선 긴밀히 협의한다는 것이 회사의 방침”이라며 “산업은행과 긴밀하게 협조해 재무상황 개선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