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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임금, '신의칙' 소송으로 번지나

  • 2013.12.20(금) 11:49

'노사 합의·경영상 어려움' 해석 분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통상임금을 둘러싼 판결을 내놨다. 일단 정기적인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됨에 따라 향후 기업들의 부담이 늘어나고, 임금체계의 개편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지만 혼란은 이어지고 있다. 현재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지점은 '과거'다. 지난 3년간 지급했던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재산정해 지급할 수 있느냐는 부분이다.

 

대법원은 원칙적으로는 지급이 가능하다고 봤다. 다만 단서를 달았다. 노사가 동의 하에 상여금의 통상임금 제외를 합의했고 소급분을 지급할 경우 회사 경영에 중대한 어려움이 예상된다면 이를 허용할 수 없다고 했다.

 

이른바 '신의성실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논리다. 문제는 대법원이 제시한 조건이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해당사자에 따라 의견이 엇갈릴 경우 다시 또 갈등이 불거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노사 합의' 부분이다. 만일 노조가 없는 기업이라면 노사합의를 어느 선까지 인정하고, 또 상호 합의라는 개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느냐의 문제다.

 

노조가 없는 기업의 경우 통상 노사협의회를 운영하거나 자체 취업규칙 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근로자측에서 상여금의 통상임금 제외를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할 경우, 이를 어떻게 입증해야 하느냐의 문제도 생긴다. 일단 대법원은 근로관행이나 묵시적인 동의도 합의로 봐야 한다고 제시했다.

 

▲ (자료: 한국노총)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둘러싼 시각차도 적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①대법원은 실질 임금인상률이 교섭당시 예정한 인상률을 훨씬 초과하고 ②예상치 못한 과도한 지출이 예상되며 ③순이익의 대부분을 추가 지급해야 하는 사정 등을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라고 제시했다.

 

하지만 기준 자체가 노사간 입장에 따라 다른 해석이 나올 여지가 많다는 지적이다. 가령 추가로 지급해야 하는 부분을 '예상치 못한 과도한 지출'로 볼 수 있느냐는 문제다.

 

당장 대법원의 결정이후 반응도 엇갈린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과거 3년간 지급의무가 사실상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기업이 부담해야 할 부담도 과거 소급분을 제외한 13조원 정도라고 제시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다르다. 힌국노총은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들어 추가임금 청구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 것은 재계의 입장이 반영된 정치적 판결"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근로자가 강행법규인 근로기준법에서 보장한 임금·근로조건의 모호성으로 이를 제대로 알지 못하다가 법에 따라 정당하게 권리를 청구하는 것이 왜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는 것인지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해석이 엇갈리는 만큼 이를 둘러싼 노사간 의견이 대립된다면 결국 '신의칙' 해당 여부를 놓고 또 다른 소송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신의성실의 원칙

'권리의 행사와 의무 이행은 신의를 좇아 성실히 해야 한다'는 민법에 근거한 원칙. 계약관계에서 나에 대한 상대방의 신뢰를 헛되게 하지 않기 위해 나도 성실하게 상대방에게 응해야 한다는 일종의 의무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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