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폐업한 주유소가 300곳을 넘어섰다. 주유소 업계 자체적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폐업하는 데 드는 비용이 커 구조조정 속도는 더딘 편이다.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4000~5000곳은 문을 닫아야 생태계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
12일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작년에 경영난으로 폐업한 주유소는 310곳이다. 또 휴업한 주유소(누적)도 393곳에 달한다. 폐업 주유소는 2008년 101곳, 2009년 109곳, 2010년 127곳, 2011년 205곳, 2012년 261곳 등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휴·폐업 주유소는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국의 주유소는 1만3000여 곳인데 업계에서는 적정 주유소 수를 7000~8000개로 보고 있다.
공급 과잉으로 인해 주유소 수익성은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한국주유소협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의 매출 영업이익률은 4% 수준인데, 카드수수료(1.5%)와 판매관리비 등을 빼면 주유소 업주의 손에 떨어지는 수익은 1% 안팎이다.
한국석유관리원의 ‘주유소 손익분기점 산정’ 자료(2013년 4월)를 보면 전국 주유소의 49.5%인 6337개가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매출량이 전국 월평균 최소 운영 판매량인 713드럼(14만2600리터)에 미치지 못했다. 게다가 4103개(32.0%) 업소는 판매량이 520드럼 미만이어서 인건비도 충당하지 못했다.
이처럼 전체 주유소의 절반 정도가 한계 상황에 봉착했음에도 불구하고 폐업하는 주유소는 적은 편이다. 이는 토양오염정화 등 폐업 비용이 1억~3억원 가량 들어 전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주유소 업계 관계자는 “폐업 주유소는 300평 기준으로 2억~3억원의 토양정화비용 등 원상복구비용이 든다”며 “복구비용이 없어 휴업상태로 방치해 두는 곳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폐업도 매각도 어렵게 되자 경매 처분되는 주유소가 늘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작년 9월까지 경매시장에 나온 주유소는 모두 429건에 달한다. 이는 작년 경매건수 339건을 훨씬 넘어선 것이다. 낙찰가율은 2003년엔 108.2%에 달했지만 2009년 88.9%로 감정가 이하로 떨어진 후 2010년 82.4%, 2011년 82.2%, 2012년 76.4%, 2013년(9월 기준) 73.6%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