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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계 방정식]⑦ 순환출자 핵심고리 '현대모비스'

  • 2014.03.12(수) 10:40

지주사 전환, 모비스 지분 매입에 달려
"지금도 6조원 필요한데…" 재원확보 관건
현대차그룹, 금융계열사 지배권 놓지않을 듯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순환출자를 끊고 그룹의 지배권을 확고히 하려면 출자고리의 중심축인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여야 하는 숙제가 남는다. 수조원의 돈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정 부회장으로선 재원확보가 필수적이다. 최근 현대엠코를 현대엔지니어링과 합병하기로 한 것도 결국엔 승계용 자금 마련을 염두에 둔 조치로 해석할 수 있다.

 

▲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순환출자를 형성하고 있다. 사진은 현대차그룹 전경.



◇ 지주사 얘기가 나오는 까닭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그룹에 형성된 순환출자가 만나는 길목이자 총수일가가 가장 적은 돈으로 순환출자를 해소할 수 있는 핵심기업이다. 현재 기아차(16.9%), 정몽구 현대차 회장(7.0%), 현대제철(5.7%) 등이 현대모비스 지분 총 30.2%를 들고 있다. 정 부회장이 순환출자를 끊으려면 기아차와 현대제철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22.5%)을 사들여야 한다. 여기에 필요한 금액은 6조4400억원(지난해말 종가기준)이다.

지금의 순환출자구조를 유지하면서 부친인 정 회장의 핵심계열사 지분(현대모비스 7.0%, 현대차 5.2%, 현대제철 11.8%)을 넘겨받는 방식도 있다. 하지만 낡은 지배구조를 그대로 승계했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할 뿐 아니라 막대한 세금부담도 피할수 없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상속이나 증여받은 재산의 많게는 50% 이상을 세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현대차그룹을 둘러싸고 지주회사 전환 얘기가 나오는 것도 순환출자 해소라는 '명분'과 그룹 지배권을 확보하는 '실리'를 챙길 수 있는 방안 중 가장 유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대모비스를 지주회사와 사업자회사로 인적분할한 뒤 최대주주가 사업자회사 지분을 지주회사에 현물출자하면 적은 비용으로 지주사 지분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LG, SK, CJ, 한진해운, 삼양 등 상당수 대기업들이 이 같은 현물출자를 활용해 최대주주의 지분율을 끌어올렸다. 한 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삼성과 달리 현대차는 2세에서 3세로 지분승계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그 대안으로 지주사 전환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6兆 필요한데 3兆뿐'..복잡한 셈법

현대차그룹이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지주회사로 전환한다면 정 부회장은 미리 현대모비스 주식을 사들일 필요가 있다. 지분이 있어야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 부회장은 현대모비스 주식을 한 주도 들고 있지 않다.

기아차와 현대제철은 지주회사의 수직적 출자관계만 허용하는 현행법상 누군가에게 현대모비스 지분을 팔아야 한다. 따라서 정 부회장이 현대모비스 주식을 산다면 그 대상은 기아차와 현대제철의 보유지분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대로 놔두면 현대모비스에 대한 그룹의 지분율이 뚝 떨어져 지배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관건은 매입자금이다. 6조원대의 돈이 들어가는데 지금의 정 부회장 자금력으로는 이를 감당하기가 어렵다. 기업경영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8월 현재 정 부회장이 보유한 상장 및 비상장 주식가액은 3조원 수준이다.

 

주식시장에서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의 합병 가능성 등 복잡한 시나리오가 나오는 것도 결국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막대한 자금을 정 부회장 혼자는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아버지인 정 회장의 현대제철 지분(11.8%, 시가 9400억원)을 주목하기도 한다. 기아차와 현대제철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과 맞교환 가능성 때문이다. 정 회장으로선 현대제철의 기업가치가 높을수록 유리하다. 지난해 현대제철이 현대하이스코의 알짜사업인 냉연부문을 합병했을 때도 현대제철의 기업가치를 올려 향후 승계를 수월하게 진행하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 적지 않았다.

◇ 넘겨주기엔 너무 커진 금융계열사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 HMC투자증권 등 현대차그룹의 금융계열사가 누구에게 갈 지도 관심사다. 그동안 현대차 금융계열사는 정 회장의 둘째사위(차녀인 정명이 현대커머셜 고문의 남편)인 정태영 현대캐피탈 사장이 이끌어왔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미국 MIT대학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은 정 사장은 GE캐피탈과 손잡고 선진금융기법을 도입하는 등 그룹의 금융계열사를 반석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때문에 금융계열사는 정 사장 몫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정 사장의 역할은 전문경영인에 머물고 있다. 그룹의 금융계열사를 승계하려면 정 사장 부부가 지분을 늘려야하는데 현 상태로는 여의치 않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앞서 정 사장은 2008년 신흥증권(現 HMC투자증권) 인수에 강한 의욕을 보였으나 그룹측의 만류로 지분인수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측이 금융업의 핵심 중 하나인 증권회사를 사위에게 넘기길 꺼렸다는 후문이다.

현재 정 사장 부부가 직접 보유한 금융계열사는 현대커머셜(지분율 50%)에 불과하다. 재작년 현대커머셜을 통해 녹십자생명(現 현대라이프생명보험)을 인수하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지만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 등 핵심 계열사는 여전히 현대차와 기아차의 보유지분이 가장 많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자동차산업은 금융을 빼놓고 생각할 수 없게 됐다"며 "금융계열사의 규모가 작다면 모를까 현대차그룹이 카드와 캐피탈를 계열분리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2012년말 현재 현대차그룹 총자산에서 금융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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