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회장이 집행유예를 받으며 최악의 상황을 피한 한화그룹이 당분간 비상경영체제를 유지할 전망이다.
관련 규정에 따른 제한으로 인해 김 회장이 계열사 대표이사에서 물러났고, 건강 역시 좋지 않은 상황이라 본격적인 경영일선에 나서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한화그룹은 지난 18일 김승연 회장이 (주)한화와 한화케미칼 대표이사에서 물러난다고 공시했다. 한화건설 한화L&C 갤러리아 한화테크엠 한화이글스 등 5개 비상장사들의 대표이사직 사임서도 제출한 상태다. 총 7개 계열사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는 셈이다.
김 회장의 대표이사 사임은 관련 규정으로 인해 사업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다. 김 회장은 지난 11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0억원, 사회봉사 300시간 등을 선고받았다. 검찰이 재상고를 포기한 만큼 19일자로 형이 확정됐다.
현재 총포도검 및 화학류 관리에 관한 법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은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관련 회사 취업 또는 임원 선임을 제한하고 있다.
(주)한화는 물론 다른 계열사들도 이들 법에 적용을 받는 만큼 사업 허가가 취소되거나 업무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 김 회장의 집행유예 기간이 만료되거나 사면을 통해 복권되지 않을 경우 대표이사직을 맡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김 회장이 계열사 대표이사에서 물러남에 따라 한화그룹은 지난해부터 가동해온 비상경영위원회 체제를 계속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한화그룹은 원로인 김연배 한화투자증권 부회장(위원장), 홍기준 한화케미칼 부회장, 홍원기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사장 등이 참여하는 비상경영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해 오고 있다. 이들은 각각 금융과 제조, 서비스부문을 맡고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김승연 회장은 일단은 신병치료에 전념한다는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비상경영위원회를 중심으로 그룹의 경영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로선 김 회장의 경영복귀 시점을 예단하기 어렵다"며 "건강이 회복된다고 해도 회장이라는 상징적인 차원의 대외활동 정도가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