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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자일렌, '미운오리'로 전락한 사연

  • 2014.06.27(금) 17:20

파라자일렌(PX) 추가증설 부담
정유사, 2분기 실적 전망 캄캄

정유업체의 주 수익원이었던 파라자일렌(PX)이 공급 과잉과 수요 감소로 미운 오리가 됐다. 가뜩이나 정제마진 축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정유업체는 양 날개가 꺾인 셈이다. 이에 따라 정유업체 실적부진은 2분기는 물론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PX 평균마진은 톤당 327달러로 전 분기대비 29% 줄었다. 작년 말 1400달러까지 상승했던 PX 가격은 올해 1100달러 수준까지 밀리기도 했다.

 

그 동안 국내 기업들의 PX 생산량은 빠르게 증가했다.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국내 PX 생산량은 2001년 333만1000톤에서 2012년에는 565만톤으로 늘었다. 여기에 중국의 PX 생산능력도 2012년 844만톤에서 올해  1114만톤으로 성장했다.

 

 

이처럼 국내 기업들의 공격적인 증설과 중국 기업의 본격적인 진출로 PX시장은 공급 과잉 국면에 들어갔다. 반면 PX 최대시장인 중국의 경기침체로 수요는 크게 감소했다.

 

이 때문에 현대오일뱅크와 일본 코스모오일 합작사인 현대코스모는 이달들어 80만톤 규모의 PX설비 가동을 중단했다. GS칼텍스도 생산량을 20% 줄이는 방안을 놓고 고심중이다. 에쓰오일과 삼성토탈 등은 이미 올초 PX 생산량을 10~20% 줄였고 추가 감산도 검토 중이다

 

5월 이후 현재까지 PX가격이 소폭 반등하고 있지만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PX 마진 악화에 따른 생산량 감소, 이라크 내전으로 인한 유가상승 등 일시적 요인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 공급 과잉

 

문제는 올 하반기 PX 생산량이 더 늘어난다는 점이다. 국내 정유사들이 PX 시장의 지속적인 호황을 예상하고 증설에 나섰던 공장들이 속속 완공되고 있어서다. 현재 시장에선 SK이노베이션 200만톤, 삼성토탈 100만톤 등 국내에서만 300만톤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난 3월 기준 우리나라의 PX 생산 시설 능력이 644만톤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규모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는 지난 3월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지주회사의 손자회사도 외국과 합작을 통해 증손회사를 만들 수 있도록 한 것)이 통과되면서 PX합작공장을 지을 수 있게 됐지만 공급 과잉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현재 SK이노베이션 손자회사인 SK종합화학은 일본 JX에너지와 합작해 울산에 100만톤 규모의 PX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GS칼텍스 역시 일본 쇼와웰과 각각 5000억원씩 1조원을 투자, 전남 여수에 100만톤 규모의 PX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 울산 공장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PX관련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으며 최대 시장인 중국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며 “PX 공장에선 PX 외에도 여러 부산물이 있어 이익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여수 공장은 현재 부지를 조성 중이고, 사업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며 “PX 시장이 좋지 않아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에선 이 같은 상황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충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정유사들이 PX를 통해 버는 돈이 없는 상황에서 PX 증설은 큰 의미가 없다”며 “중국 등 각국의 GDP를 감안해 산출한 PX 수요 전망도 향후 2년까지는 밝지 않다”고 강조했다.

 

◇ 수요 감소

 

늘어나는 PX 생산량은 정유사 실적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PX를 생산하고는 있지만 팔 곳이 없어서다. 국내 정유사 한 관계자는 "현재 생산해 놓은 PX 재고 물량이 소진되지 않고 있다"며 "언제쯤 상황이 개선될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국내 PX 주요 매출처인 중국으로의 수출량이 크게 감소했다. 올해 1분기 에쓰오일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SK이노베이션(종합화학), 삼성토탈 등의 중국 PX 수출 금액은 8억8303만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39% 줄었다. 물량으로는 5만8000여톤 감소한 67만4280톤이다.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 실적 전망도 부정적이다. 국내에서 가장 대규모 PX 생산능력을 갖춘 에쓰오일도 석유화학 제품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151억원 급감한 31억원에 머물 전망이다. 지난 1분기 PX 부문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65% 이상 감소했던 SK이노베이션 역시 상황은 비관적이다.

 

김승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대부분의 석유제품 가격이 하락한 가운데 PX가 지난 5월 초 과거 10년 저점 수준의 스프레드(가격의 변동 범위)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 자료: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추정치(비 상장사 현대오일뱅크 제외)

 

■파라자일렌(PX)
폴리에스테르섬유 및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 페트병원료) 등 화학섬유의 기초 원료다. 방향족 탄화수소(고리모양의 탄화수소 중 벤젠고리 및 그 유도체를 포함한 탄화수소 계열)인 자일렌의 이(異)성질체 중 하나다. PX의 원료는 중질나프타다. 중질나프타는 가솔린과 PX, 벤젠 등 방향족 생산에 사용된다. 특히 PX를 생성하려면 촉매를 통해 탄화수소를 방향족 탄화수소로 전환하는 공정이 필요하다. 글로벌 시장규모는 60조원 정도며 전체 수요의 80%가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에 집중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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