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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하락 막아라'..외환위기·금융위기 닮은꼴

  • 2014.07.09(수) 18:48

환율 1000원시 성장률 0.2%p 하락
부동산 규제완화, 금리 인하 필요

원·달러 환율 1010원선이 무너지는 등 원화 강세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환율 영향으로 2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환율하락은 수출 기업의 경쟁력 약화→고용난→내수 부진으로 연결된다.

 

이에 따라 급속한 환율 하락을 막기 위해서는 부동산 규제완화와 금리 인하 등 유효수요 확대책을 통해 경상수지 흑자 폭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경제연구원과 아시아금융학회는 9일 ‘하반기 환율 전망과 대책’ 세미나를 공동으로 개최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개회사에서 “지난 1997년 원화가 달러 대비 30% 절상률을 기록했을 때 외환위기가 왔고, 2008년 금융위기 전에 47% 절상률을 나타내며 외화유동성 위기가 초래됐다”면서 “이를 고려하면 환율에 대한 시급한 대책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수출증가율과 영업이익이 악화되면서 기업투자가 위축되고 있다”며 “수출기업의 어려움이 중소 납품업체로 확산돼 고용난을 키우고 이는 다시 내수부진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올들어 원화 강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올 3월 이후 원·달러 환율 하락폭이 크다. 지난 3월 21일 원·달러 환율은 달러 당 1080.3원을 기록한 후 3주 만에 44.4원(4.1%) 하락했고, 지난 3일에는 1008.5원까지 밀렸다.

 

▲ 자료: 한국은행 및 국제금융센터

 

변양균 한경연 거시정책연구실장은 “연초 1050원 선에서 안정세를 유지하던 원·달러 환율이 경상수지 흑자 확대, 주식시장에서의 외국인 순매수 전환 등으로 인해  1000원선 붕괴마저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경상수지가 좋고 펀더멘털에도 문제가 없다”며 “하반기에 특별한 정책 변화가 없다면 원화 절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원화 강세 영향은

 

원화 가치가 올라가면 일반적으로 수입품 가격이 하락해 구매력이 증가한다. 한경연의 분기별 거시모형 분석 결과,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면 민간소비와 설비투자는 각각 0.31%포인트, 0.34%포인트 증가한다. 하지만 수출 제품의 경쟁력이 약화돼 재화와 서비스수출이 0.46%포인트 감소한다.

 

▲ 한국경제연구원 분기별 거시모형 분석결과

 

변양균 실장은 “과거에 비해 수출이 환율에 반응하는 정도가 약해졌지만 여전히 환율 하락에 따른 내수 진작보다 수출 감소가 더 크다”며 “연말에 원·달러 환율이 평균 1000원을 기록하면 올해 경제성장률이 0.21%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여전히 일본과의 수출 경합도가 높은데 일본 기업들이 엔저로 인해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며 “일본 기업이 수출 단가를 적극적으로 내리면 원화 강세의 부정적 영향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오정근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하반기 원·달러 환율이 1000원선까지 하락하면 원화는 중기 균형환율(적정수준의 대내외 균형수준을 달성할 수 있는 환율)인 달러 당 1124원에 비해 11% 수준까지 고평가되는 것”이라며 “원화가 균형환율에 비해 고평가되는 현상이 중기적으로 지속되면 과거 외환위기와 금융위기가 재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 향후 대책은

 

원화 강세를 멈추기 위한 정부의 시장 개입은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IMF나 국제 외환시장도 우리 정부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김기홍 국회 입법조사처 경제산업조사실장은 “IMF는 선진국이 1%대의 낮은 성장률에 그친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3.4%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 대가로 원화가 절상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우리 정부가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 정부가 현재까지 시장에 직접 개입하려는 움직임은 없다. 다만 구두개입 방식으로 환율 하락폭이 크면 관리 차원의 모습을 보였다. 이 때문에 원화 강세의 근본 원인으로 꼽히는 경상수지 흑자 폭을 조절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변 실장은 “현재 국내 경상수지 흑자는 수출이 늘고 수입은 감소해 나타나는 ‘불황형 흑자’”라며 “이를 지켜보기보다는 역발상적인 접근을 통해 내수를 진작시키는 방향으로 경상수지 흑자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계의 소비심리를 살리는 방안으로는 부동산 규제 완화가 방법이 될 수 있다”며 “기업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정부의 경제정책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필요성이 제기됐다. 김창배 한경연 연구위원은 “원화 절상의 원인인 경상수지 흑자를 조절하려면 내수시장에서 유효 수요를 늘리는 것이 근본적 해법”이라며 “거시적 관점에서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 추경 편성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승관 홍익대 교수는 “부동산 규제 완화와 금리 인하 등 정부의 내수 진작 방향을 명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 정책에 따라 하반기 환율의 방향성도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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