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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제강·유니온스틸 합병...효과는 '미지수'

  • 2014.10.13(월) 18:25

재무개선·사업 다각화..내년 1월 1일 기점
시장 "합병 시너지 판단 보류..후판이 관건"

▲ 그래픽=김용민 기자.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이 결국 장고(長考) 끝에 '합병'을 결정했다. 동국제강과 유니온스틸의 합병은 철강업계에서는 오래된 이야기다. 거의 매년 합병설이 나올 정도였다.
 
지난 8월 또 한번의 합병설이 불거졌다. 그런데 이번에는 예전과 분위기가 달랐다. 과거와 달리 동국제강은 현재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한 상태다. 합병설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그 가능성은 곧 현실이 됐다.
 
◇ 덩치 커진 동국제강
 
오랜 기간 '설(說)'로만 떠돌았던 동국제강과 유니온스틸의 합병이 이뤄졌다.
 
동국제강은 13일 이사회를 통해 계열사인 유니온스틸과의 합병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동국제강이 유니온스틸을 흡수 합병하는 구조다. 양사의 합병 비율은 1대 1.78이다. 유니온스틸 1주당 동국제강 주식 1.78주를 배정한다. 내년 1월 1일 합병 법인이 출범한다.
 
동국제강과 유니온스틸은 합병을 통해 재무구조 안정화와 사업 다각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양한 수익 구조를 창출하고 경영 효율성과 전략의 유연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 오랜기간 '설(說)'로만 떠돌았던 동국제강과 유니온스틸이 마침내 합병한다. 이에 따라 동국제강은 연간 1010만톤의 생산능력을 갖추게된 것은 물론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수 있게 됐다.
 
단순합산으로 양사는 합병을 통해 덩치가 커지게 된다. 기존 매출 4조원 자산 7조4000억원 규모에서, 매출 5조7000억원(2013년 별도 매출 기준), 자산 9조2000억원 규모로 커진다.
 
기존의 연산 725만톤의 열연 사업과 함께 유니온스틸의 아연도금강판, 컬러강판 등 연산 285만톤의 표면처리강판 사업을 추가하면서 생산능력도 연산 1010만톤으로 늘어난다.
 
아울러 수요 대응 범위도 넓어진다. 기존 조선, 중공업 중심에서 가전업체까지 확대된다. 건설부문 철강 수요에 대해서도 기존 구조용 강재 중심에서 건축 내외장재를 아우를 수 있게 된다. 표면적으로는 여러모로 시너지가 나는 모양새다.
 
◇ 장세주 회장이 '장고'한 까닭

동국제강과 유니온스틸의 합병 논의가 본격화된 것은 지난 8월이다. 사실 동국제강은 내부적으로는 그 이전부터 합병을 검토해왔다. 동국제강이 삼일회계법인을 합병 자문사로 선정하면서 합병설은 수면위로 떠올랐다.
 
그동안 동국제강과 유니온스틸의 합병에 대해 동국제강 내부에서는 갑론을박이 많았다. 동국제강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무상태가 좋은 유니온스틸을 합병해 재무구조를 개선해야한다는 의견과 시너지가 없다는 의견이 비등했다.
 
이에 따라 장세주 회장은 내부의 갑론을박에 대해 "외부에 합병 시너지에 대한 평가를 맡겨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알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일회계법인이 등장한 것이 이 때문이다.
 
▲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은 이번 합병건을 두고 오랜 기간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합병 시너지 여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는 것이 동국제강 내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그림=김용민 기자]

당시만해도 업계에서는 지난 9월쯤이면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예상보다 시간이 길어졌다. 장 회장에게 보고서가 올라갔지만 장 회장은 이렇다 할 답변을 주지 않았다. 장 회장은 고민 중이었다.

동국제강 고위 관계자는 "내부에서 토론이 많았다"며 "사실 내부적으로 합병을 검토한 지는 오래됐는데 마치 채권단이 요구해서 합병을 검토하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이 회사 입장에서는 무척 부담스러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유니온스틸 합병이 그동안 이뤄지지 않았던 것은 시너지에 대한 의문이 내부에서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장 회장도 그것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 오래 걸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 시장 "시너지? 글쎄…"

동국제강이 지금껏 유니온스틸과의 합병을 주저했던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서로 다른 두 회사를 합병했을 때 과연 생각했던 것 만큼의 시너지가 날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변했다. 동국제강은 산업은행 등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고 있다. 채권단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번 합병이 채권단의 요구에서 시작됐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이번 합병을 채권단 요구에 따른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채권단의 입장에서는 재무구조 개선이 중요하다. 특히 지난 3월말 현재 191.1%에 달하는 동국제강의 부채비율을 낮춰야 한다. 유니온스틸을 합병할 경우 동국제강의 부채비율은 147.7%까지 낮아진다. 
 

문제는 부채비율을 제외하고 여타 부문에서는 그다지 합병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업황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합병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 실제 효과를 낼 지는 미지수다. 장 회장이 고민한 부분이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지난해 동국제강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강등한 바 있다. 이어 올해는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매겼다. 동국제강의 주력인 후판 부문의 실적 저하가 두드러져서다. 여기에 차입금은 증가하고 있는 구조다.
 
이미 동국제강의 실적에는 연결 기준으로 유니온스틸의 실적이 반영되고 있다. 동국제강은 유니온스틸의 지분 64.5%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합병에 따른 시너지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후판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한 합병 법인의 재무구조가 눈에 띄게 개선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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