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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권오준]'순익 2조' 약속, 빈말되나

  • 2015.03.24(화) 08:42

권 회장 취임 1년만에 당기순익 '최악'
업황 부진·계열사 부실 리스크 등 여전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올해 순이익 2조원을 약속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철강 본원 경쟁력 확보를 통해 충분히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작년 포스코 실적의 발목을 잡았던 일회성 비용도 올해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와 시장의 생각은 다르다. 권 회장의 구조조정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포스코 실적의 발목을 잡는 부실 계열사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업황 부진도 현재진행형이다. 여기에 돌발변수로 검찰의 비리 수사를 받고 있다. 권 회장이 약속을 이행하기에는 조건이 너무 나쁘다.

◇ 실적, 희망은 시기상조

작년 포스코의 실적은 분명 예전과 달라졌다. 오랜만에 우상향 실적을 맛봤다. 포스코는 반등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자평(自評)했다. 지난 2011년부터 매년 내리막길을 걷던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대비 증가했다.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대비 5.2%, 영업이익도 7.3% 늘어났다. 다만, 당기순익은 전년대비 58.9% 감소한 5556억원을 기록했다. 포스코는 일회성 비용 증가로 1조2000억원를 썼다. 일회성 비용만 아니었다면 2조원에 육박하는 당기순이익을 거둘 수 있었다. 권 회장도 이 부분을 뼈아파했다. 그는 "일회성 비용만 아니었다면 1조7000억원 수준의 당기순익을 기록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포스코의 당기순익은 지난 2010년 4조2027억원을 기록한 이후 계속 내리막길이다. 포스코의 암흑기였던 정준양 전 회장 시절에도 포스코의 당기순익은 조단위를 넘었다, 하지만 권 회장 취임 1년만에 포스코의 당기순익은 곤두박질했다. 2013년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실적 회복을 지상과제로 삼고있는 권 회장에게는 치명적이었다. 권 회장이 일회성 비용에 1조2000억원을 투입해야 했던 사실을 언급한 것도 이런 안타까움의 발로였다. 업계와 시장은 여기에 주목한다. 여전히 포스코에는 일회성 비용 추가 지출 요소가 많다고 보고 있다.

포스코는 최근 대내외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검찰의 비리 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큰 타격을 입고있다. 추가적인 세금 추징 가능성도 나온다. 이미 철강 유통 시장는 포스코와 거래를 부담스러워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자칫 검찰 수사의 불똥이 튈까 우려하는 업체들이 거래선 변경을 고민한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만일 검찰 수사가 없었다면 포스코의 순익 2조원은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이런 희망은 사라졌다. 현재 제기되는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포스코가 입을 타격은 영업 등 전방위로 번질 것"이라고 말했다.
 
◇ 부실 계열사 리스크

권 회장의 약속이 무용지물이 될 요소는 또 있다. 지난 5년간 덥석 덥석 사들인 부실 계열사 때문이다. 포스코는 작년 실적에 주가 부진 등에 따른 투자 손실로 4900억원, 지분법 관련으로 2100억원 등 총 7000억원의 손실을 반영했다. 여기에는 계열사들의 실적이 연결돼 있다.

문제는 이들 계열사들의 실적 전망이 여전히 좋지 않은 데다 주가마저 부진하다는 점이다. 검찰 수사라는 악재 앞에 포스코 계열사들의 주가는 추풍낙엽이다. 특히 웃돈까지 주면서 인수한 부실 계열사들의 주가는 계속 하락세다. 이들을 도려내지 않는 한 포스코의 실적 개선은 요원하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실제로 포스코건설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지난 13일 이후 10일 동안 포스코의 주가는 3.58%, 포스코ICT는 10.38% 하락했다. 정준양 전 회장 시절 웃돈까지 주며 인수한 부실계열사들의 주가도 마찬가지다. 포스코플랜텍은 7.2%, 포스코엠텍은 11.6% 떨어졌다. 


당초 업계와 시장은 권 회장이 부실한 계열사들을 정리하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기대했다. 하지만 권 회장이 진행한 구조조정은 속도와 강도면에서 시장의 기대에 못미쳤다. 오히려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명제에 함몰돼 우량 철강 계열사인 포스코특수강을 매각했다. 반면, 포스코플랜텍과 포스코엠텍과 같은 부실 계열사는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

포스코플랜텍의 경우 최근 몇년간 수주 활동을 거의 하지 못했다. 작년까지 포스코는 포스코플랜텍에 490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지만 포스코플랜텍은 189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포스코엠텍도 마찬가지다. 포스코엠텍은 부실 덩어리인 도시광산사업부를 매물로 내놨지만 팔릴 기미가 없다. 포스코엠텍은 작년 246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당기순손실도 1054억원에 달한다.

해외 계열사들의 부실도 심각하다. 작년 포스코의 해외 종속법인 174개 중 절반에 가까은 79개가 순손실을 기록했다. 규모만해도 5411억원이다. 특히 동남아시아 법인과 자동차 강판사업 법인, 자원개발 법인 등이 부실의 진앙지로 꼽힌다.

◇ 신용등급 강등 우려도

철강 업황 부진도 여전하다. 당초 업계와 시장 등에서는 중국의 춘절을 기점으로 글로벌 철강 제품 가격 인상을 점쳤지만 무산됐다. 전승훈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전세계 철강 수요의 48%를 차지하는 중국 철강 가격의 급락이 한국 철강 가격 인하로 이어지고 있다"며 "철강제품 가격이 반등하지 않는 데다 부동산 업황 부진이 시황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철강 업황부진은 권 회장의 입지를 더욱 약화시키는 요소다. 포스코가 실적 회복을 위해서는 철강 시황 반등이 필수적이다. 포스코의 핵심인 철강이 일어서지 못하면 올해 포스코 순이익 2조원 달성이라는 권 회장의 약속은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여기에 최근 시장 등에서는 포스코의 신용등급 강등설이 대두되고 있다. 포스코는 이미 한차례 신용등급 강등이라는 굴욕을 맛본 바 있다. 신용등급이 강등되면 시장을 통한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는 포스코의 실적 개선에도 영향을 미친다.
 
▲ 시장에서는 신용평가기관들의 포스코에 대한 신용등급 추가 강등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본체는 괜찮지만 부실 계열사들 탓에 전반적인 재무상황이 좋지 않은 데다 작년과 같은 일회성 비용 증가 요소도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결정적으로 최근 진행되고 있는 검찰의 비리 수사는 포스코에게 큰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포스코의 현재 신용등급은 AA+~AAA 수준이다.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AAA, 한국기업평가는 작년 6월 신용등급을 한 차례 강등한 AA+를 제시했다.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오는 5~6월 정기평가를 통해 등급을 재조정한다. 문제는 이들 기관의 포스코에 대한 등급 전망이 '부정적'이라는 점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작년 6월 "철강시장 공급과잉 구조 등 부정적 환경이 지속되거나 연결기준 총차입금 대비 EBITDA 지표가 4배를 초과하는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등급하향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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