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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에 불어닥친 '구조조정' 회오리

  • 2015.05.21(목) 14:52

풍력사업 정리 등 본격적인 구조조정 돌입
비핵심·신규투자 줄이고 핵심사업으로 버티기

국내 조선업계가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업황 침체 장기화로 더 이상 과거의 몸집을 유지할 수 없어서다.

 

한계 사업 정리부터 인력·조직 슬림화, 신규 투자 보류 등 구조조정 형태도 다양하다. 업황 부진에 실적 저하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조선업체들에게 구조조정은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다. 

 

업계에서는 조선업체들의 구조조정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경기가 회복돼야 업황이 살아나는데 경기 회복 속도가 더디기 때문이다.

 

◇ 바람 끊긴 풍력사업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09년 인수한 풍력발전 업체 드윈드를 매각키로 방침을 정했다. 이미 미국 드윈드의 생산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R&D 인력 등은 정리를 완료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황 침체로 더 이상 손실만 내고 있는 풍력사업을 안고 가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드윈드는 지난 2011년부터 매년 손실을 내고 있다. 비록 그 규모가 줄어들고는 있지만 부실한 사업을 계속 유지하기에는 대우조선해양의 사정이 여의치 않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분기 수주액이 14억 달러에 그쳤다. 심지어 지난 3월에는 수주실적이 전무했다.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다.

 

국내 조선업체들은 지난 2009년을 기점으로 잇따라 풍력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만해도 풍력사업은 조선업체들에게 미래의 먹거리로 각광 받았다. 해상풍력발전기와 해양구조물의 경우 유사한 부분이 많다. 따라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국내 조선업체들에게 풍력사업은 좋은 사업 아이템이었다.

 

▲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09년 인수한 풍력발전업체 미국 드윈드를 매각키로 했다. 조선업황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본업인 조선업이 어려워진 데다 풍력사업이 매년 큰폭의 손실을 입자 정리키로 한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이미 작년 말 풍력사업본부를 축소했다. 현대중공업도 풍력발전 부품 계열사인 야케의 청산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로 풍력사업은 잇따라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풍력산업은 정부 의존도가 높은 산업이다. 대규모 설비 산업인만큼 정부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조선업체들이 풍력산업에 뛰어든 시기는 경기침체로 사정이 어려워진 각국 정부가 지갑을 닫았던 때다. 이 때문에 풍력산업은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이미 작년 말 풍력사업을 정리했다. 풍력사업부를 해체하고 팀단위로 축소했다. 유럽의 R&D센터도 폐쇄했다. 대우조선해양의 풍력사업 철수와 같은 이유다. 현재는 거제조선소에서 R&D만 진행하고 있다. 명목만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현대중공업도 풍력사업에서 계속 손실을 내고 있다. 이에 따라 풍력발전 계열사인 독일 야케의 청산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케는 2011년 현대중공업이 인수한 풍력발전 부품업체다. 하지만 인수 이후 경기 침체로 야케는 계속 적자에 허덕이다가 지난 2012년에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현재 현대중공업은 야케의 경영상태 등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 본업만 남긴다
 
조선업계의 구조조정은 비단 풍력사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국내 조선업체들은 현재 전 사업에 걸쳐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작년 사상 최대 손실을 입은 현대중공업이다. 현대중공업은 작년부터 임원의 31%를 감축하고 과장급 이상에 대해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의 영업조직을 통합하고 사업본부 아래 부문단위를 줄이고 플랜트부문을 해양부문으로 통합하는 등 조직 슬림화를 진행했다. 여기에 사업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그동안 성과를 내지 못했던 자원개발사업도 정리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현대중공업과 같은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하지는 않고 있지만 신규 투자는 중단한 상태다. 업황 침체로 새로운 투자에 나서기보다는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이득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 조선업체들은 현재 전 분야에 대한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간 상태다. 이에 따라 인력, 조직, 사업 슬림화는 물론 신규 투자도 전면 보류했다.

삼성중공업은 작년 중소형 선박을 건조하는 동남아지역 조선소 건설을 추진했다. 인건비를 낮추고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지를 후보군으로 두고 면밀히 살폈다. 동남아는 상선, 거제는 고부가가치 선박의 투트랙으로 가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작년 삼성중공업은 해양부문에서 큰 손실을 입으며 공사손실충당금을 대거 쌓았다. 이 때문에 작년 1분기에 3620억원 규모의 손실을 입었다. 여기에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병 무산 등으로 동남아 조선소 건설 프로젝트는 사실상 보류된 상태다.
 
대우조선해양은 풍력사업 철수 검토와 함께 써닝포인트 골프장과 연수원, 서울 당산동의 비사업용 빌딩을 매물로 내놨다.
 
◇ 실적은 '추풍낙엽'
 
국내 조선업체들의 위기 상황은 지난 1분기 실적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난 1분기 국내 조선 빅3는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여전히 도크를 채우고 있는 저가 수주 물랑과 해양부문에서의 손실이 지속되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업황 부진으로 전망도 좋지않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분기에 192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적자폭이 확대됐다. 작년 2분기와 3분기 조(兆) 단위의 손실을 입었던 것에 비하면 양호한 실적이지만 여전히 손실 구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숙제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1분기 전년대비 흑자전환한 263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작년 2분기 이후 영업이익 폭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조선 빅3 중에서 그나마 견조한 실적을 보여왔던 대우조선해양도 지난 1분기에는 부진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분기 433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분기 기준 대우조선해양이 영업손실을 낸 것은 지난 2006년 3분기 이후 8년만이다.

 

문제는 향후 전망도 좋지 않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유가에 주목하고 있다. 작년부터 지속된 저유가 트렌드로 오일 메이저들이 해양부문의 발주를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조선 빅 3의 든든한 매출처였던 해양부문의 발주 감소는 국내 조선업체들에게 큰 타격이다.

 

여기에 구조조정에 따른 일회성 비용 증가와 해양부문의 발주처와 체인지 오더(Change-Order) 협상 지연 등도 조선업체들의 실적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소다. 비록 상선 발주가 조금씩 회복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업황 부진을 타개하기에는 역부족인 만큼 경기 회복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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