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종합화학의 수장이 교체됐다. 홍진수 전 대표가 노조 파업과 직장폐쇄 등으로 인한 회사 경쟁력 약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임종훈 한화케미칼 경영전략본부장(부사장)이 그 자리를 이어받았다.
한화종합화학은 그동안 홍진수·김희철 2명의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됐다. 홍진수 전 대표는 한화종합화학의 자체사업에 대한 운영을 책임졌고, 김희철 대표는 한화종합화학과 한화토탈의 시너지 및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업무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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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경영진 교체로 임 대표는 홍 전 대표의 역할이었던 자체사업에 대한 운영을 맡게 된다. 김희철 대표의 업무는 기존과 같다. 홍 전 대표는 한화종합화학의 고문으로 남는다.
신임 임종훈 대표는 1984년 한화케미칼(당시 한화석유화학)에 입사했고, 2005년 한화케미칼 상무보와 2012년 전무를 역임했다. 지난해 4월 한화케미칼의 화성사업본부장과 올 1월 경영전략본부장을 거쳐 이번에 한화종합화학 대표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임 대표는 30년 넘는 근속기간 동안 주요직무를 거쳐 유화사업 전반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리더십과 추진력, 전략적 사고를 기반으로 한화종합화학의 주력인 PTA 사업의 중장기 비전을 제시할 경영능력이 검증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하지만 임 대표의 앞길은 험난할 전망이다. 최근 노조가 파업을 철회했지만 그동안 생산공장 가동중단 여파가 남아있고, 주력인 PTA(고순도테레프탈산) 사업 역시 업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아서다. 임 대표가 위기를 맞은 한화종합화학을 어떻게 이끌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길이 안 보이는 PTA
한화종합화학의 가장 큰 문제는 주력인 PTA 사업의 전망이 어둡다는 점이다. 현재 PTA는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구조조정 1순위로 꼽히고 있다. 주요 수출국인 중국에서의 자급률 증가로 공급과잉 현상이 지속되면서 업황 개선 가능성이 가장 낮은 탓이다.
한화종합화학은 국내 석유화학 기업 가운데 PTA 생산능력이 연산 200만톤 규모로 가장 크다. 한화토탈로부터 PTA 원료인 파라자일렌(PX)을 공급받고 있지만 원가 절감 효과가 크진 않다.
| ▲ PTA의 공급과잉 현상이 지속되면서 제품 스프레드(판매가-원료가)가 낮아지고 있다. |
다른 기업이 수직계열화를 통해 생산된 PTA를 자체 소화하는 것과 달리 한화종합화학은 PTA 전량을 판매해야 하는 상황이라 수익구조 개선도 쉽지 않다. 실제 전신인 삼성종합화학 시절인 2012년부터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상태다.
또 업계에선 PTA 사업 구조조정 대상으로 한화종합화학을 바라보고 있는 형국이다. 생산규모가 가장 큰 만큼 다른 기업의 생산설비 인수를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 가능성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화케미칼은 지난 13일 열린 실적발표 IR을 통해 “PTA 구조조정은 통합이나 기업간 자율합병으로 해결할 사안이 아니고, 가동중단이나 설비 폐쇄(스크랩) 등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 떨어진 경쟁력, 되살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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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파업으로 인해 경쟁력도 악화된 상태다. 지난 10월 초부터 약 한 달 동안 한화종합화학 노조는 울산 및 대산공장의 생산을 중단했다. 약 4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고, 일부 고객사의 이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지난달 29일, 한화종합화학은 국내외 거래선에 대해 원료를 정상적으로 공급할 수 없다고 통보하기도 했다.
현재 노조는 파업을 철회한 상태다. 대산공장(70만톤)은 정상가동 중이지만 주력인 울산공장(130만톤)은 생산시설의 일부만 재가동되고 있다.
임 대표는 우선 파업 여파를 최소화하고, 기존 고객사는 물론 신규 고객사를 확보해 영업망을 재구축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또 PTA 판매량을 바탕으로 한 생산설비 가동률 조정 등 경영전략도 세워야 하는 상황이다.
한화종합화학 관계자는 “PTA 사업은 B2B(기업 대 기업) 영업전략이 중요한데, 신임 대표는 30년 이상 유화업계에서 영업 및 경영 전략을 담당한 만큼 사업의 방향성을 설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사업전략에 따라 공장 가동률 등을 조절하겠지만 인력 구조조정 등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