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자동차 전장(電裝)부품 진출을 선언했다. 전장부품 시장이 커지고 있는 만큼 기존 사업을 기반으로 새로운 영역에 진출하겠다는 생각이다.
삼성의 목표는 단순한 전장부품을 넘어 스마트카 영역까지 맞춰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전장사업팀 신설을 발표하며 "초기에는 인포테인먼트, 자율주행을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국내에서 이미 사업을 하고 있는 LG전자와의 경쟁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과 LG는 이미 전기차용 배터리, 자동차부품 등의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다. 여기에 전장부품 사업까지 가세한 모습이 됐다.
◇ 왜 전장부품인가?
삼성이 새로운 사업으로 전장부품을 선택한 것은 자동차가 전자제품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출시되고 있는 자동차에 적용되고 있는 다양한 편의기능은 대부분 전장부품의 영역이다. 자동차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전장부품의 비중은 지난 2010년 35%에서 올해 40%, 2030년이면 50% 이상 커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구글이나 애플 등은 스마트카 사업에 나선 상태고, IT기업들의 자동차 전장부품 시장 진입도 많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고화질 대화면 디스플레이, 텔레매틱스 확대 등 인포테인먼트 분야를 시작으로 자동차의 스마트화가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통신이나 인터넷,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커넥티드 카로 진화하고, 궁극적으로는 자율주행차가 대세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 내연기관 중심에서 성장해온 기존 자동차부품 회사들의 역할은 줄어들고 IT기업들의 비중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이 전장부품에 주목한 것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배터리, 카메라모듈 등 기반사업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배터리를 중심으로 완성차들과의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을 매개로 전장부품 사업을 확대할 수도 있다. 일단 삼성전자는 초기 진입분야로 인포테인먼트를 제시한 만큼 디스플레이 등을 중심으로 한 사업 추진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새로 만들어진 전장사업팀이 DS부문을 관장하는 권오현 부회장 직속이라는 점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시스템LSI 사업을 키우고 있는 삼성이 단순한 전장부품 외에 차량용반도체 시장 공략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 후발주자 극복할까
삼성이 출사표를 던졌지만 전장부품은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사업은 아니다. 이미 수년전부터 사업을 준비한 LG전자도 최근 들어서야 외형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자동차 부품관련 사업을 육성하고 있는 LG가 최근 인사에서 구본준 부회장을 신성장사업추진단장으로 임명한 것도 이 분야의 성장속도를 높이겠다는 생각에서다.
| ▲ 자료 : KB투자증권 |
삼성은 글로벌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전장부품업계에서는 후발주자일 수밖에 없다. 특히 전장부품 분야는 보수적이고, 진입장벽도 높다. 자동차부품시장은 보쉬와 덴소, 마그나, 콘티넨탈 등이 상위권을 굳혀놓은 상태다. 국내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현대모비스의 경우 6위권으로 평가된다. 그나마 현대차와 기아차가 성장한 덕분이다.
특히 차량용 반도체의 경우 프리스케일, 인피니온, 르네사스 등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삼성이 메모리반도체에서 세계 1위지만 차량용 반도체는 성격 자체가 다르다.
또 자동차에 탑재되는 전장제품 특성상 가혹한 조건이나 장시간 사용에도 견딜 수 있는 내구성, 부품의 안정성, 가격 경쟁력 등 높은 기준이 요구된다. 기존 완성차업체들과 부품업체들간 형성된 네트워크를 뚫고 들어가기도 쉽지 않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들의 경우 기존 거래선을 쉽게 변경하지 않는다"며 "삼성이 전장부품 분야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선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당장 성과를 내기보다 스마트카 등 미래사업을 염두에 두고 완성차들과 교류를 넓혀가지 않겠냐"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