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못하다. 조선업황 침체는 올해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글로벌 경기는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 경기 민감업종인 조선업에게는 악재다. 부실 덩어리인 해양프로젝트 물량이 여전히 대량으로 남아있는 것도 문제다. 반등을 외치는 조선 빅3에 대해 시장이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유다.
◇ 너무도 힘들었던 2015년
작년 국내 조선 빅3는 매우 힘든 시간을 보냈다.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시작된 대규모 적자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예외가 아니었다. 특히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경우에는 지난 2014년 이미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불구, 작년에도 적자 구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충격은 더욱 컸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할 때에도 대우조선해양은 홀로 흑자를 기록했었다. 하지만 작년 수장이 바뀌고 정밀 실사에 돌입하면서 그동안 숨겨졌던 부실들이 대거 드러났다. 결국 대우조선해양은 자체 능력으로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채권단의 수혈을 받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조선 빅 3들이 작년 3분기까지 기록한 누적 적자는 총 7조1110억원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지난 4분기에도 실적이 좋지 못했던 만큼 작년 한 해동안 조선 빅 3가 기록한 누적적자 규모는 약 1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조선 빅 3의 실적이 이처럼 처참한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해양 프로젝트 때문이다. 조선 빅 3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력이었던 상선의 발주가 끊기자 살아남기 위해 마구잡이로 해양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하지만 조선 빅 3에게는 해양 프로젝트에 대한 기술도, 경험도 부족했다.
생산 과정에서 발주사로부터 잇따라 설계 변경 요구가 들어왔다. 생소한 프로젝트였던 만큼 모든 변경 사안은 비용이 됐다. 또 잦은 설계 변경은 인도 지연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경기 침체 지속으로 발주 취소 사태까지 벌어지면서 조선 빅 3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결국 비싼 수업료를 치른 셈이다.
◇ 절실한 '턴어라운드'
조선 빅 3에게 올해는 매우 중요한 한 해다.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오느냐 아니냐가 올해에 달렸다. 만일 올해도 적자 구간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존폐의 위기에까지 몰릴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 조선 빅 3 CEO들이 신년사를 통해 잇따라 '흑자'를 외친 것도 이 때문이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 달성해야 할 가장 첫번째 목표로 '흑자 달성'을 꼽았다. 그는 "흑자를 달성하지 못하면 시장은 더 이상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면서 "‘내가 이 회사를 살릴 수 있다’는 진정성을 갖고 일을 해야만 이러한 노력이 모여 '흑자 달성'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조선 빅3 CEO들은 모두 올해를 흑자 전환을 이루는 원년으로 만들자고 강조했다. 작년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냈던 만큼 올해는 반드시 실적 턴어라운드를 이루겠다는 생각이다. (사진 왼쪽부터)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도 “지금까지 성장을 통해 회사 발전을 추구해 왔다면 이제는 내실을 다지고 근본적인 경쟁력을 갖춰 재도약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근원 경쟁력을 확보해 다시 흑자 구간으로 다시 진입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도 마찬가지다. 정 사장은 "현재 진행중인 해양프로젝트의 적기 인도와 비용주체 제도 도입을 통해 올해 적자의 늪에서 탈출해 다시 흑자 기조로 복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성공적인 턴어라운드 여부는 모든 국민들의 관심사가 됐고 올해가 그 시작"이라며 흑자 전환을 거듭 강조했다.
업체별로 흑자 전환을 위한 솔루션도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CEO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것은 '주인의식'이다. '내가 회사의 주인'이라는 생각으로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는 것이 조선 빅 3 CEO들의 주문이다. 여기에는 함께 이 위기를 헤쳐나가지 못하면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담겨있다.
◇ '흑자 달성? 글쎄…'
하지만 조선 빅 3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여전히 불안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조선업황이 여전히 회복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조선 빅 3가 지난 2014년과 작년에 걸쳐 해양 프로젝트 손실분을 실적에 대거 반영했음에도 불구 여전히 부실의 불씨는 남아있는 것도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삼성중공업의 경우 여전히 인도해야 할 해양 프로젝트 물량이 여타 업체들에 비해 많다. 인도 시기도 오는 2017년부터로 계획돼 있어 그때까지는 눈에 띌만한 실적 턴어라운드를 기록하기는 힘들다는 분석이다. 대우조선해양도 해양 부문의 비중이 여타 업체들에 비해 월등히 높아 잠재적 부실을 계속 안고 가는 형국이다.
▲ 시장에서는 국내 조선 빅3의 올해 실적 턴어라운드 선언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다. 업황 침체가 지속되고 있고 유가 하락과 상선 부문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등 조선 빅3를 둘러싼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
아울러 최근까지 지속되고 있는 저유가 현상도 조선 빅 3의 실적 턴어라운드에는 부담요인이다. 유가가 하락하면서 그동안 조선 빅 3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해양 설비 발주가 급감했다. 상선도 작년 11월 기준 전년대비 26.2%(DWT기준) 감소한 터라 조선 빅 3로서는 수주 물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올해도 조선 빅 3의 실적 턴어라운드는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한영수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당분간 전체적인 해양수주가 줄어들며 한국 조선사들은 신규 수주 부족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면서 "상선도 전년대비 발주량이 16% 가량 감소해 중국, 일본과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재훈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올해는 국내 조선사의 경우 충당금 설정 효과로 이익 안정화는 가능하겠지만 여전히 해양플랜트 부문의 추가 부실 우려가 남아다"며 "수주 부진과 수주경쟁 심화됨에 따라 저수익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