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현대중공업의 통렬한 자기 반성.."신뢰를 잃었다"

  • 2016.03.22(화) 14:45

최길선 회장·권오갑 사장 담화문 발표
"수주절벽 현실화..노조 등 내부 문제 심각"

현대중공업이 오는 23일 창사 44주년을 앞두고 통렬한 자기 반성에 나섰다.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수주 급감에 따라 경영상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최고 경영진이 직접나서 현 상황을 직시하고 회사 살리기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다.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과 권오갑 사장은 22일 담화문을 발표하고 "내일은 우리 회사가 창립한지 44주년이 되는 날이지만 회사 상황이 좋지 않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회사 재도약을 위해 최선을 다해 왔고 많은 변화도 있었지만 아직 우리가 가야할 길이 멀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10여년간 우리 회사는 너무 비대해졌고 세상의 변화에 둔감했다"면서 "우리를 간섭하는 사람도 없었고 이래서는 안된다고 직언(直言)하는 사람도 없었다. 우리가 과연 지금도 세계 1등 회사인지 각 사업들이 국내 1위 자리라도 지켰는지를 생각해보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왼쪽)과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최 회장과 권 사장은 "조선업계 모두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고 수주잔량이 11년만에 최저 수준"이라며 "도크가 빈다는 상상하지 못한 일이 목전에 다가오고 있는데다 해양과 플랜트는 사업계획을 세울 수 없을 정도로 수주 물량이 없다"고 밝혔다.

최 회장과 권 사장은 이어 수주 부진 원인에 대해 "세계 경기 침체와 저유가로 선주들이 발주 자체를 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납기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품질이 좋지 않아 선주로부터 신뢰를 잃고 있다는 우리 내부의 문제도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또 "그나마 수주하려해도 수주하는 순간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우리의 경쟁력도 문제"라면서 "무리한 과잉, 적자 수주 때문에 지금도 많은 고생을 하고 있는데 이런 일을 다시 반복해서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선주들의 인도거부나 계약취소로 자금사정도 만만치 않다"며 "금융권에서도 이제 조선업계에 돈을 잘 빌려주려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최 회장과 권 사장은 노조의 도움이 절실함을 강조했다. 최근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가 선주사를 상대로 직접 수주활동을 벌이고 있고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쟁의 활동 자제와 임금동결 동의서를 제출한 것을 예로 들었다.

최 회장과 권 사장은 "일감이 없어 어떻게든 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전환배치를 실시했지만 노조는 회사에 대한 비난에 앞장섰다"며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회사를 정치판으로 끌고가려 하는 등 경쟁사 노조의 행동과는 너무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노조를 비판했다.

이들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성과 창출자에 대한 포상 확대 ▲호황기에 만들어진 제도와 단협사항원점에서 재검토 ▲사업본부별 특성에 맞는 평가·인사제도 개편 ▲순환근무를 통한 우수인재 육성 등을 실천과제로 제시했다.

최 회장과 권 사장은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인정하고 잘하는 것처럼 꾸미거나 회피하지도 말자"며 "미래를 불안해하는 후배들에게도 격려와 용기를 주고 힘들지만 이 어려운 고비를 힘을 합쳐 넘어가야한다"고 밝혔다. 또 "어느 상황, 어느 누구와 상대하더라도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명실상부한 1등기업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 우리 모두의 목표이고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