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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콜의 경제학]①'깨진 유리창'의 법칙

  • 2016.09.27(화) 06:41

도요타·존슨앤존슨, 조기대응 차이가 대세 결정
"기업은 소비자와 문제점 공유하고 신뢰 확보해야"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에 대한 전면 리콜(Recall)을 실시하면서 향후 추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리콜에 따른 부정적 영향과 긍정적 영향이 혼재하는 만큼 아직 삼성전자가 이번 리콜로 인해 어떤 영향을 받을 것인지 단정하기 어렵다. 그동안 국내기업들은 리콜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이를 꺼려왔다. 하지만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기업들의 인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리콜을 둘러싼 주요 사례, 전망 등을 짚어본다.[편집자]

 

 

한 도시 변두리에 유리창 하나가 깨진 채 방치된 집이 있다. 주변 아이들이 돌을 던져 나머지 유리창도 모두 깨져 버리자, 이 집은 결국 부랑자들이나 범죄자들이 들끓게 된다. 범죄 등을 우려한 주변 이웃들이 다른 곳으로 이사해 버리면서 결국 그 동네는 슬럼화되고, 우범지역으로 바뀌게 된다.

 

깨진 유리창 한장이라는 '사소한' 문제가 결국 지역 전체를 바꿔버리는 '중대한' 문제로 커진 것이다. 이것이 지난 1980년대 초반 발표된 이른바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다. 이 법칙은 기업들의 리콜 문제와 관련해 중요한 개념을 시사한다.

 

초기에 사소한 것으로 판단된 제품 결함에 대해 적합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아 결국 기업의 신뢰, 나아가 존립기반을 흔드는 문제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초기부터 적극적인 대처에 나선 경우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경우도 찾아볼 수 있다. 과거 국내외에서 수많은 사례들도 이를 입증하고 있다.

 

◇ 안일했던 도요타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 현실화된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지난 2009년부터 시작된 일본 도요타 자동차의 대규모 리콜 사례다. 2009년 8월 미국에서 렉서스 자동차에 탄 일가족이 사망하는 사고가 나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도요타는 이 사고를 초기에는 바닥 매트 결함으로 축소했지만 이후 가속페달은 물론 브레이크 등 다른 부품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며 결국 전 세계적인 리콜이 단행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도요타의 초기대응이 안일했다는 점이다. 자동차라는 제품 특성상 소비자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도요타는 사건 초기 일부 부품, 일부 소비자의 문제로 인식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특히 도요타 경영진은 사태를 축소하는데 급급했다는 지적과 함께 부품사로 책임을 넘기려는 시도로 인해 많은 질타를 받았고, 곧 거센 역풍을 맞게 된다.

 

미국 시장에서 도요타 판매가 급격하게 감소했고, 리콜 문제가 본격화되면서 8개 차종에 대한 생산이 중단된 2010년 2월초 뉴욕주식시장에서 도요타 주가는 전고점 대비 20% 넘게 떨어진 70달러 초반까지 하락했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도요타 사장이 공식 사과와 함께 위기대책위원회 등을 구성했지만 이미 사태를 되돌리기는 너무 늦은 시점이라는 비판이 미국은 물론, 일본내에서 제기됐다. 도요타 아키오 사장은 결국 2010년2월24일 미국 의회 청문회에 불려나가야만 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그해 주요 리콜 사례를 언급하며 도요타 케이스를 1위로 꼽았다. 결과적으로 미국내에서 900만대 가량, 전 세계적으로 1000만대 이상의 리콜을 실시한 도요타는 '품질'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며 세계 1위 자동차 회사 자리까지 내주게 된다. 리콜 사태와 함께 일본 대지진 등의 악재가 겹친 결과였다. 결국 GM, 폭스바겐 등에 밀려 세계 3위까지 하락했던 도요타는 2012년에 들어서야 서서히 회복하기 시작했다. 초기 리콜 문제가 발생한 후 이를 회복하는데 3년 가까운 시간이 걸린 셈이다.

 

 

◇ 단호했던 존슨앤존슨

 

도요타자동차의 사례와 반대로 거론되는 것이 바로 존슨앤존슨의 사례다. 1982년 9월 타이레놀을 먹은 소비자가 사망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같은 날 또 다른 소비자들도 동일한 사고를 당하게 된다. 이들이 사망한 이유는 타이레놀이 청산가리에 오염됐기 때문이었다.

 

타이레놀을 복용한 소비자들이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하자, 존슨앤존슨은 즉시 모든 약국과 슈퍼마켓에 있는 타이레놀을 수거하고 약품 광고 역시 중단한다. 언론을 통해 제품 수거소식을 알리는 한편 주요 거래처에도 이같은 상황을 전달했다. 존슨앤존슨이 수거한 제품만 약 1억 달러에 달했다.

 

구체적인 조사가 진행되면서 누군가 타이레놀에 독극물을 주입했고, 존슨앤존슨의 약품 제조과정에는 이상이 없다는 점이 밝혀졌지만 리콜후에도 타이레놀 판매는 급격하게 줄었다. 소비자들이 여전히 불안해 했기 때문이다.

 

존슨앤존슨은 자신들의 잘못이 없었지만 꾸준히 신뢰회복을 위한 조치들을 취했다. 원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포장 용기를 바꿔 누군가 손을 대면 흔적이 남도록 했다. 포장에는 경고문구도 삽입하는 등 제품의 안전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사건이후 한자릿수로 급락했던 진통제 시장 점유율은 빠른 속도로 제자리를 되찾았다. 새로운 포장 용기가 나온 후에는 매출이 더 늘어나기도 했다. 당장 눈앞의 비용 부담에도 불구하고, 빠르고 단호하게 대처하며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어낸 결과다.

 

한 민간연구소 연구원은 "기업 입장에서 리콜이라는 사태를 미리 예측하기는 어려운 일"이라며 "다만 도요타와 존슨앤존슨의 사례는 결국 제품 결함이 발생했을 경우 소비자들과 신속한 정보 공유를 통해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 '리콜'은 제품 결함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생명이나 신체,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수리나 교환, 환불하는 등 조치를 통해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를 말한다. 리콜의 대상은 광범위하다. 특히 자동차나 식품, 의약품, 공산품 등 소비자들과 직결된 제품들이 모두 대상이다. 문제가 발생한이후 손해를 구제하는 제조물책임법이 사후적 개념이라면 리콜은 사전, 사후적 조치가 모두 가능한 수단이다.

 

기업들에게 리콜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제품 결함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제품결함이 나타났을때 이를 묵인하거나 방치해 결국 사태가 더 악화되는 사례들이 적지 않았다. 본문에서 언급한 도요타 자동차의 케이스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대다수 기업들은 리콜을 기피하려는 현상이 강하다. 당장 브랜드에 대한 신뢰에 손상이 가고, 리콜 시행에 따른 비용은 물론 매출이나 점유율 등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많은 국가들은 정부차원에서 사안에 따라 강제적인 리콜을 명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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