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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임협 타결…결국 또 상처만 남았다

  • 2016.10.15(토) 02:49

파업 손실만 3.1조원‥작년 영업익 '절반'
노조 지도부 역량에 '균열'‥여론도 '부담'

우려했던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또 다시 노사 모두 상처를 입었다. 수십년째 반복되는 패턴이다. 이번에도 사측은 엄청난 파업 손실을, 노조는 내부 균열이라는 후폭풍이 남았다. 물론 2차 합의안마저 부결됐다면 더욱 큰 파국을 불렀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합의는 분명 다행스런 일이다.

문제는 현대차의 현 상황이 합의에 안도하고 있을만큼 여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현대차는 현재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따른 실적 악화도 예상된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판매 목표 달성은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너무 늦은 합의로 노사 모두 결국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파업으로 작년 영업익 절반 날려


현대차는 이번 파업으로 총 3조1000억원 규모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 대수는 14만2000대에 달한다. 이번 파업에 따른 손실액 규모는 작년 현대차 영업이익의 절반 수준이다. 24차례 파업과 12차례 특근 거부의 대가는 어마어마했다. 역대 최대 규모 손실이다.

현대차는 현재 극심한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현대차를 둘러싼 판매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렵다. 내수 시장은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에 신차 부재로 판매가 감소세다. 해외 시장도 이번 파업 영향으로 수출이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 신흥시장 통화 변동과 수요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올들어 지난 9월까지 현대차의 판매량은 전년대비 1.7% 감소한 347만9326대를 기록했다. 내수 판매량은 전년대비 3.3% 감소한 48만2663대, 해외 판매도 전년대비 1.4% 줄어든 299만6633대였다. 내수와 해외 모두 고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판매가 줄어들다보니 실적도 악화됐다. 지난 상반기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7.0% 감소한 3조1402억원에 그쳤다. 현대차 내부에서도 벌써부터 올해 실적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남은 기간동안 특별한 모멘텀이 없다. 이런 와중에 파업으로 대규모 손실을 입었다. 엎친데 덮친 셈이다.

올해 임금 협상을 좀 더 앞당겼다면 그나마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현대차가 기대할 것은 하반기 신형 그랜저 출시 밖에 없다. 볼륨 모델인데다 인기 모델인 만큼 판매 회복을 기대해볼 수 있다. 하지만 단일 모델로 파업에 따른 손실을 메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 노조 내부 균열‥외부 비난도 부담

뒤늦은 임협 타결로 노조도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내부 균열이 불가피하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8월 사측과 올해 임협에 잠정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부결됐다. 눈여겨볼 것은 반대 비율이다. 역대 최고인 78.05%의 조합원이 노조 지도부와 사측의 합의안에 반기를 들었다.

이는 조합원들이 노조 지도부의 임협 진행 프로세스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1차 잠정합의안 도출 당시 노조 내부에서는 "고작 이것을 따내려고 파업했느냐"라는 불만 섞인 목소리들이 나왔다. 노조 내부의 현장 조직들을 중심으로 한 노조 지도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았다.

노조 지도부가 2차 합의안을 내놓고 조합원들에게 찬성표를 던져 달라고 부탁한 것도 이 때문이다. 만일 2차 합의안 마저 부결됐다면 현 노조 지도부는 총사퇴를 해야할 상황까지 몰릴 수도 있었다. 일단 노조 지도부로서는 극단적인 사태는 막았다. 하지만 일시적인 봉합일 뿐이다.


현대차 노조는 이번 파업으로 또 다시 여론의 빗발치는 비난을 감내해야 했다. 수많은 비난에도 불구하고 파업을 진행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가져와야했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파업이 종료되고 2차 합의안이 통과됐지만 여전히 현대차 노조를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은 싸늘하다.

회사가 판매 부진으로 신음하는 가운데서도 노조는 2차 합의안에서 임금 인상안을 관철시켰다, 2차 합의안에 따르면 근로자 1인당 최소 150만원의 인상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근로자들이 가져갈 각종 격려금 등은 제외한 순수한 임금 인상분만 감안했을 때다. 현대차 노조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임협 타결은 노사 모두 얻은 것은 하나도 없는 허울 좋은 합의일 뿐"이라면서 "사측은 파업 손실에 임협 타결에 따른 비용 증가에, 노조는 지도부 역량에 대한 거센 불신 확대와 여론의 질타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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