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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현대차, 근간이 흔들리다

  • 2016.10.18(화) 17:45

잇단 품질 결함 이슈에 브랜드 신뢰 하락
한단계 향상된 품질 관리·대응 시스템 절실

현대차가 위기에 봉착했다. 창사 이래 가장 큰 위기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내부적으로 임직원들이 느끼는 위기의식도 상당하다. 근간이 흔들려서다. 현대차 성장의 키워드는 '품질'이었다. 하지만 최근들어 품질 결함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현대차를 위기에 몰아넣고 있다.

더욱 문제를 키운 것은 현대차의 위기 대처 방법이다. 품질 결함에 대해 인정하고 시정하기 보다는 부인부터하고 보는 습관이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일각에서 이번 기회를 통해 현대차의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도, 소비자도 현대차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 산 넘어 산

현대차는 최근 노조와 임금협상을 타결했다. 장장 5개월에 걸친 긴 장정이었다. 그 과정에서 노조는 또 다시 파업에 나섰다. 현대차는 14만여 대의 파업손실과 3조1000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었다. 3조1000억원은 상반기 현대차 거뒀던 영업이익이다. 파업으로 상반기에 거둔 이익 전부를 날린 셈이 됐다.

판매도 신통치 않다. 내수 판매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해외 판매도 주춤한 상태다. 지난 9월에는 내수 판매가 전년대비 20%나 감소했다. 10월 판매도 좋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올해 현대차의 판매목표는 501만대다. 작년에 비해 낮춰 잡은 목표치다. 지난 9월까지 판매량은 347만9326대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판매량이 목표치의 69.4%에 불과한 상태다. 남은 3개월간 153만대 가량을 판매해야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 산술적으로 월 50만대씩 판매해야한다. 올해 현대차의 평균 월 판매량이 38만6000여 대인 것을 감안하면 목표 달성은 무리다. 하반기 모멘텀이라고는 신형 그랜저 출시밖에 없다.

현대차의 판매가 부진한 것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경쟁업체들의 공격적인 신차 출시와 마케팅, 해외 신흥 시장의 수요 감소와 통화 변동 등이 꼽힌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현대차에 대한 이미지 실추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각종 품질 논란에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는 점이 현대차에게는 가장 아프다.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도 현재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다른 원인들은 환경적인 요인인데다 우리가 더 노력하면 되는 문제들이지만 소비자들이 현대차를 바라보는 시선이 예전과 달라졌다는 점은 차원이 다르다"고 토로했다.

◇ 핵심이 무너지다

현대차가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품질'에 대한 고집 덕분이었다. 캐나다 브루몽 공장 실패와 미국 진출 당시 현지 소비자들로부터 받았던 혹독한 비판은 정몽구 회장과 현대차가 품질에 집착하게끔 하는 계기가 됐다. 그 덕에 현대차는 단기간 내에 글로벌 톱5 자동차 업체로 우뚝 설 수 있었다.

하지만 성장 속도가 너무 빨랐던 탓일까. 최근 들어 품질과 관련된 논란들이 잇따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내부자 고발에서부터 정부의 현대차 고발까지 굵직한 사건들이 줄을 잇고 있다. 내부자 고발은 현대차에서 25년간 근무한 부장급 직원이 현대차가 그동안 각종 결함을 인지하고도 은폐했다고 폭로했다.


내부자 고발의 대상은 현대차의 주력 엔진인 쎄타Ⅱ 엔진이다. 현대차 쏘나타와 그랜저, 기아차 K5와 K7에 탑재되는 엔진이다. 모두 볼륨 모델들인데다 가장 인기가 많은 모델이기도 하다. 그런만큼 소비자들이 받은 충격은 컸다. 여전히 진위여부를 두고 공방이 진행 중이지만 현대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 하락은 막을 수 없었다.

정부의 싼타페 조수석 에어백 결함에 대한 고발도 충격이 컸다. 이례적으로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이 이원희 현대차 사장을 고발했다. 정부가 일반 기업을 상대로 고발에 나선 것은 그만큼 정황과 증거가 명확하다는 방증이란 것이 업계의 생각이다. 정부는 현대차가 결함을 알고도 은폐했다고 보고 있다.

논란은 또 있다. 국내외 소비자 차별 논란이다. 현대차는 문제가 된 쎄타Ⅱ 엔진에 대해 미국 소비자 88만5000명에 대해 수리비 전액을 보상키로 했다. 막대한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반면 국내 소비자들에 대해서는 리콜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논란이 가중되자 현대·기아차는 쎄타Ⅱ 엔진에의 보증기간을 미국과 동일한 수준으로 맞췄다.

◇ 시스템이 변해야


현대차의 조치에도 불구 국내 소비자들의 여론은 싸늘하다. 늘 그랬듯 현대차의 임기응변식 대응이라는 지적이다. 현대차는 그동안 국내 소비자들의 불만 사항에 대해 상대적으로 소극적으로 대응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외에서는 리콜과 보상 등에 적극적이었던 반면 국내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사실 현대차의 품질에 대한 균열 조짐은 여러번 있었다. 지난 2013년 주력 SUV 싼타페에 누수 현상이 발생하자 논란이 일었다. 일명 '수(水)타페' 사태가 터졌고 그때도 현대차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사태가 커지자 현대차는 공식 사과와 함께 무상수리 기간을 5년으로 연장은 물론 누수 관련 차량에 대해 '평생 보증 서비스'를 제공키로 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현대차의 공식 사과와 후속 조치에 대해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현대차가 얼마나 국내 소비자들에게 차량 결함과 그 조치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해왔는 지를 보여주는 예다. 업계에서는 최근에 불거지고 있는 잇단 품질 결함에 대해 일종의 '성장통'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현대차는 최근까지 양산차에 중점을 둬왔다. 양적인 성장을 이뤄내야만 다음 단계로 도약이 가능해서다. 그러다보니 세세한 부분까지 체크하고 책임지는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이 업계의 생각이다. 실제로 미국 J.D파워 조사에서 현대·기아차의 신차 품질 지수는 글로벌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내구성 조사에서는 순위가 한참 밀린다.

현대차의 품질에 대한 고집이 신차에만 집중돼 있다는 이야기다. 즉 차량을 구입해 일정 기간동안은 괜찮지만 오래 탈수록 고장율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차는 최근 럭셔리카와 고성능차를 론칭하고 새로운 시장에 뛰어들었다. 따라서 품질에 대한 더욱 세심하고 면밀한 관리가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정말로 한단계 성장하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이 품질 관련 이슈가 불거졌을때 소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시스템을 갖춰야한다"면서 "해외 유명 메이커들이 성공해왔던 과정들을 현대차는 다시 한번 찬찬히 되짚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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