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보틱스가 올 4월 현대중공업에서 분할, 지주회사로 출범하면서 현대중공업으로부터 2조원이 넘는 차입금을 떠안았다. 하지만 믿는 구석이 있다. 알짜 자회사 현대오일뱅크다. 현대오일뱅크가 지주회사 체제 전환하자마자 지주회사에 배당금을 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로보틱스의 올 4월1일 현대중공업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로 설립될 당시 차입금(별도기준)이 2조41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중공업으로부터 떠안은 것으로 유동차입금 1조4038억원, 비유동차입금 6378억원이다.
이에 따라 현대로보틱스의 재무건전성 지표는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편이다.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은 31.4%로 업종 평균(2015년 말 126.8%)를 한참 밑돈다.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각각 79.2%, 42.7%이다. 차입금의존도 역시 업계 평균(36.1%)보다 6.5%포인트 높다.
또한 사업지주회사로서 주력사업인 로봇사업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으로는 2조원의 차입금에 대한 이자조차 감내하기 벅찬 수준이다. 올 1분기 로봇부문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773억원, 84억원에 불과하다.
이와 맞물려 현대오일뱅크가 오는 6월 말을 기준일로 중간배당을 실시키로 지난 12일 결정했다. 2010년 8월 현대중공업그룹에 편입된 이후 현대오일뱅크가 배당을 실시한 것은 2015년 결산배당 3060억원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그만큼 현대오일뱅크의 배당은 드문 편이었다. 정유업이 설비 정기보수와 고도화 등이 필요한 대규모 장치산업인 까닭이다. 또 신규사업 투자 및 부채 상환에 활용하기 위해 이익을 배당 대신 잉여금으로 쌓아왔던 것. 이에 따라 올 3월 말 현재 이익잉여금은 2조7475억원에 달한다.
따라서 현대오일뱅크의 이번 중간배당은 현대로보틱스가 2조원이 넘는 차입금에 대한 이자상환 등을 감안해 현대오일뱅크의 잉여금으로 현금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현대로보틱스는 현대오일뱅크 지분 91.1%를 보유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현대오일뱅크의 중간배당 규모를 5000억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로보틱스가 약 4555억원의 배당금을 챙기게 되는 셈이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로보틱스는 배당수익을 자회사 지분 매입 재원과 차입금 2조원으로 인해 발생하는 연간 700억원 수준의 이자비용 등을 부담하는데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