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현대로보틱스 대표에 발탁된 강철호 대표의 이력은 2가지 측면에서 주목받는다. 외교관 출신으로 2004년 현대중공업으로 영입된 뒤 중국사업을 총괄한 중국통이면서 현대에너지솔루션 기업공개(IPO)를 총괄한 전략통이란 점이다.
그의 이력은 이르면 내년에 IPO를 추진하겠다는 현대로보틱스와 딱 맞아떨어진다. 더욱이 IPO를 목전에 두고 현대로보틱스는 중국 사업의 부진 등으로 지난 1분기 적자를 냈다. 기업가치를 깎이지 않고 성공적인 IPO를 이끄는 것이 '구원투수'로 현대로보틱스에 투입된 그의 임무인 셈이다.
지난 8일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로보틱스 새 대표에 강철호 현대에너지솔루션 사장을 내정하는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예상치 못한 인사였다. 전임 서유성 대표는 2018년 현대중공업지주 내 로봇사업 대표를 맡은 뒤 작년 5월 현대중공업지주에서 물적분할된 현대로보틱스의 첫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보통 대표이사의 임기를 2~3년가량 보장해준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도 퇴임에 가깝다.
강철호 대표는 서유성 전 대표와 정반대의 이력을 갖고 있다. 서 전 대표가 성균관대 기계설계학과를 졸업하고 엔진기계사업본부 부문장 등을 거친 엔지니어 출신 CEO였다면 강철호 대표는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한 외교관 출신으로 그룹 내 기획·전략 이력이 많은 CEO다.
1992~2001년까지 외교관을 지냈던 강 대표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2002년 대권에 도전했을 때 수행비서실장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04년 현대중공업 기획실로 입사해 중국사업을 총괄했다. 2017년엔 현대에너지솔루션 대표를 맡아 2019년 이 회사의 유가증권시장 상장 작업을 이끌었다.
현대에너지솔루션은 2016년 12월 현대중공업에서 그린에너지사업부를 인적분할해 설립(당시 현대중공업그린에너지)됐고 이듬해 그룹 내 태양광 모듈 사업을 흡수했다. 2017년 2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2018년 436억원, 2019년 651억원 등으로 흑자기조로 전환하며 설립 3년 만에 상장에 성공했다.
특히 현대로보틱스는 정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경영지원실장)이 공을 들이고 있는 신사업분야다. 현대중공업지주 미래위원회 위원장을 맡고있는 정 부사장은 로보틱스 사업을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상황이다. 이 회사의 성과에 따라 정 부사장에 대한 평가가 엇갈릴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성과는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 1분기 현대로보틱스 매출은 44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2.6% 증가했지만 2024년 매출 목표 1조원에 견주면 아직 부족하다. 지난 1분기에는 26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작년 4분기 이후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분기 현대중공업지주에서 적자를 낸 사업부문은 현대로보틱스가 유일했다.
회사 측은 "가격경쟁이 심화한 가운데 신규진입 사업(배터리 제조 자동화)과 사업 초기 단계인 중국법인, 물류로봇 전문회사 현대L&S의 손실발생으로 적자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현대로보틱스는 2018년 중국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중국 로봇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했지만 적자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현대중공업지주로부터 지분 80%를 인수한 현대L&S도 아직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1분기 매출은 현대로보틱스 중국법인 50억원, 현대L&S 18억원에 불과했다.
현대로보틱스는 올해 실적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르면 내년엔 IPO를 준비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어서다. 현대로보틱스는 지난해 KT로부터 5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2022년 이후 상장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통 IPO 과정에서 기업가치는 그 기업의 순이익에 동종업종의 주가수익비율(PER)을 곱해 산정하는 방식을 많이 쓴다. IPO를 목전에 둔 기업들이 이익을 높이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대로보틱스의 적자가 계속 이어진다면 내년에 상장하더라도 기업가치를 원하는 대로 받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다.
현대중공업지주 역시 강 대표의 선임 배경에 대해 "현대에너지솔루션 시절 흑자 전환과 함께 기업 상장을 성공적으로 이끈 이력을 인정받아 대표직을 맡게 됐다"고 설명한다. 강 대표가 현대로보틱스에서도 흑자전환과 IPO라는 두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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