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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진출 車부품사의 한탄 “돌파구 없으면 접을 판”

  • 2017.09.14(목) 15:58

납품 대금 4개월 지연에 한숨…불확실성 확대
중국 현지 車업체 공략도 쉽지 않아 사면초가

“우두머리(현대·기아차)가 휘청거리는데 밑에 기업(협력사)들이 어떻게 버티나요. 어디서부터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지 답답합니다.”

현대·기아차가 중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현지에 진출한 국내 자동차 부품사들도 하루하루가 생존을 위한 전쟁이다. 특히 현대차와 베이징기차공업투자유한공사(베이징기차) 합자사업 파기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국내 자동차 부품사의 한 대표는 14일 비즈니스워치와의 전화통화에서 “현대·기아차에만 납품을 해오던 업체들은 공장 문을 닫고 집에 가야할 판”이라며 “작년과 비교해 납품량이나 매출이 절반은 줄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 중국 현지공장 올 상반기 판매량(출하량)은 전년 동기대비 42.4%, 54% 감소한 30만1277대, 12만9670대에 머물렀다.

상황이 이렇자 베이징기차는 비용절감을 이유로 국내 부품사들에게 납품 단가 인하를 요구하며 대금 지급을 미뤘고, 이는 고스란히 부품사들의 경영에 직격탄으로 돌아왔다.

부품사 대표는 “최근 밀린 납품 대금을 두고 협상 테이블이 여러 번 깨지는 등 긴장관계가 꽤 심각했다”며 “다행히 밀렸던 대금은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한 시름 놨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같은 중소 부품사들은 1~2개월만 대금이 밀려도 부도 위기까지 몰리는데 4개월이나 돈을 받지 못해 문 닫기 직전까지 간 업체들도 꽤 있는 것으로 안다”며 “워낙 예민한 시기라 말은 못하지만 공장 설립이나 근로자 채용 등 대규모 투자를 해 놓은 상황에서 빈 몸으로 집에 가야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렸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현지 업체들이 기술력 등에서 치고 올라오면서 현대·기아차만 바라보던 국내 부품사들은 이제 스스로 제 살길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현대차가 품질 좋고 가격이 싸다고 인식되던 시기는 벌써 5~6년 전 이야기”라며 “그 사이 중국 현지 업체들의 기술력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현대차와의 격차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국내 부품사들이 차지하고 있던 납품사 자리도 중국 업체들에게 내주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예전부터 베이징기차가 중국 부품사를 공급업체로 넣으려는 시도를 많이 했지만 납품사를 새로 선정하려면 생산 과정이나 품질 조건 등 진입 절차가 까다로워 실현되지는 않았다”면서도 “이제는 중국 업체들의 기술력이 크게 개선됐고, 가격도 우리 기업보다 훨씬 싸게 책정하고 있어 진입 자체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중국에 진출한 국내 부품사들은 생존을 위해 현대·기아차 뿐 아니라 현지 업체들을 공략, 매출 다변화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사업 환경이 크게 다른 탓에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부품사 대표는 “5년 이상 현지 자동차 업체와 접촉해도 이들을 고객사로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특히 국내 기업들은 현지에서 금융 지원을 받기 힘들어 추가 투자에 어려움이 많고, 이로 인해 신뢰 관계를 쌓는데도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동안에는 열심히 제품을 만들어 현대·기아차에 납품만 잘 하면 됐지만 이제는 그들만 바라볼 수는 없다는 것이 현실”이라며 “자동차 부품도 장치 산업이라 또 다른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빈털터리로 집에 가지 않으려면 어떻게든 중국 현지 업체를 뚫는 것 밖에는 없다”고 한숨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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