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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실적 안좋아요" 삼성전자가 먼저 고백한 이유

  • 2019.03.26(화) 14:22

액면분할 이후 소액주주 5배로 늘어
공개적인 정보제공…주가 급변동 예방

지난 20일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에 몰려든 소액주주들. 주식 액면분할 이후 달라진 풍경이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올해 1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 수준을 밑돌 것으로 예상한다."

삼성전자가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이같은 내용의 예상실적 설명자료를 냈다. 실적이 좋다는 것도 아니고 나쁘다는 걸 미리 예고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같은 설명자료를 낸 건 처음으로 안다"고 전했다.

지난해 4월 주식 1주를 50주로 쪼개는 액면분할을 한 뒤 소액주주가 크게 늘면서 삼성전자의 주주친화정책에 변화가 감지된다. 이날 삼성전자는 "디스플레이 사업 실적이 시장 예상대비 약세를 나타낼 전망"이라며 "메모리 사업도 주요 제품의 가격하락폭이 당초 전망보다 일부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아래 상자글 참조)

현재 증권사들은 삼성전자가 1분기 매출 53조6000억원, 영업이익 7조9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1%, 영업이익은 45% 가량 줄어든 수치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이보다 더 나쁠 수 있다는 '커밍아웃'을 했다. 실적확인 후 나타날 주가 급변동을 사전에 줄이려는 목적으로 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기관투자자나 애널리스트에게 암암리에 힌트를 주며 시장의 눈높이를 낮줬겠지만 소액주주들이 많아진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며 "자칫 내부정보유출 등의 논란을 일으킬 수 있어 최대한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정보를 제공하는 쪽으로 선회한 것 같다"고 풀이했다.

액면분할 이후 달라진 풍경 셋

①잠정실적 발표 때 설명자료 첨부
②주총 이후 홈페이지에 사과문 올려
③실적발표 전 "시장기대 하회" 공시

삼성전자의 변화는 지난 1월8일 작년 4분기 잠정실적 발표에서도 엿볼 수 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수치만 발표하던 기존과 달리 반도체와 스마트폰 업황, 향후 사업전망 등을 소개한 설명자료를 만들어 첨부파일 형태로 공시했다. 숫자만 발표하고 끝내던 과거와 비교하면 사뭇 달라진 것이다.

당시 삼성전자는 "확정실적 발표 때까지 시장과 투자자들의 혼선을 완화하고 사업별 실적 이해를 돕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소액주주 증가에 따라 삼성전자가 몸을 낮춘 사례는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빌딩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1000여명이 몰린 이날 주총에서 입장시간이 길어지자 소액주주들의 항의가 이어졌고, 의장을 맡았던 김기남 부회장은 "불편을 끼쳐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삼성전자는 주총이 끝난 이후 홈페이지에 "늘어난 주주수를 감안해 주총장 좌석을 두배로 늘렸으나 주주들의 관심에 비하면 많이 부족했다"며 이례적으로 사과문을 올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주는 2017년말 15만8000여명에서 지난해말 78만8000여명으로 약 5배로 불어났다.

업계 관계자는 "1주당 260만원짜리 '황제주'가 5만원 이하 '국민주'로 바뀌면서 삼성전자도 세심한 주주관리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며 "앞으로 주주친화정책에 더욱 힘이 실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9년 1분기 예상실적 설명자료(2019.3.26)

□ 당초 예상 대비 Display/메모리 사업의 환경 약세로 1분기 전사 실적이 시장 기대 수준을 하회할 것으로 예상됨

- Display 사업은, LCD 패널의 비수기 속 중국 패널업체 Capa 증설로 인한 공급 증가로 당초 예상 대비 가격 하락폭이 확대되고, Flexible OLED 대형 고객사 수요 감소 및 LTPS LCD와의 가격 경쟁 지속으로 수익성이 악화되어, 시장 예상 대비 실적이 약세를 나타낼 전망

- 메모리 사업도 비수기에 따른 전반적인 수요 약세 속 주요 제품들의 가격 하락폭이 당초 전망 대비 일부 확대 예상

□ 회사는 어려운 경영여건 개선을 위해 단기적으로는 기술리더십을 기반으로 제품 차별화를 강화하면서 효율적인 리소스 운용을 통한 원가경쟁력 개선을 추진할 것임

중장기적으로는 주력 사업의 경쟁력 제고와 미래 지속 성장을 위한 전략적 R&D 투자 등 핵심역량 강화 노력을 지속할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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