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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에서 안도로' 트럼프와 재계총수 회동

  • 2019.06.30(일) 14:12

삼성·현대차·롯데 등 '모범생' 사례 치켜세워
투자확대 당부…재계 "反화웨이 빠져 다행"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하얏트호텔 정문 앞.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 20여명의 만남을 앞두고 경찰 병력들이 진을 쳤다. 수백여명의 경찰들이 경사로를 따라 설치된 철제 울타리 앞에 빽빽하게 늘어섰다.

국내외 주요 인사들이 한 곳에 모이는 만큼 경비가 삼엄했다. 경찰특공대뿐만 아니라 사복 경찰이 호텔 내부를 매의 눈으로 지켜봤다. 투숙객들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정문을 통과할 수 없었다.

오전 8시경부터 재계 총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을 시작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들이 정문을 지났다. LG그룹은 구광모 회장을 대신해 권영수 부회장이 참석했다.

3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하얏트호텔 정문 앞에서 경찰병력이 경비를 서고 있다./사진=최형균 기자 chg@

이날 회동을 환영하는 이들도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호텔 외부에 모여들었다. '우리는 미국과 대한민국 사이의 굳건한 동맹이 유지되길 바란다'는 영어로 된 현수막이 걸렸다.

하지만 재계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중국 화웨이와 거래중단, 미국에 대한 추가 투자요구 등 어떤 청구서가 날아올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회동 전 한 재계 관계자는 "개별 기업을 콕 찝어 요구사항을 얘기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결국 투자 관련 얘기가 나오지 않겠냐"고 했다.

예상대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이 투자의 적기"라며 한국 기업들에 추가 투자를 요구했다. 그는 최근 31억달러(약 3조6000억원)를 투자해 미국 루지애나주에 대규모 석유화학단지를 설립한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을 시작으로 현대차, 삼성전자, CJ, 두산, SK 총수를 일으켜 세우며 "이 기업들이 미국에 많은 투자를 하고 일자리를 창출에도 기여했다"며 대미투자의 '모범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오전 10시 40분께 회동이 끝나고선 재계 인사들 사이에 약간의 안도감이 느껴졌다. 총론 차원에서 투자확대 발언이 나왔지만 개별 기업이 부담을 느낄만한 언급은 없었기 때문이다. 중국 화웨이와 관련한 사안이 대표적이다.

국내 기업들은 화웨이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반도체를 수출하고 LG유플러스는 5세대 이동통신 장비용 부품을 수입하는 등 상호 의존적 사업을 영위 중이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화웨이와 거래금지를 언급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성과"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

전날 일본에 개최된 미·중 정상회담이 훈풍으로 작용했단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난 자리에서 3500억달러(약 404조4000억원)어치 중국산 수입품에 25% 고율관세 부과하지 않겠다고 했다. 또한 화웨이에 대한 제재완화도 시사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투자를 언급한 것은 여전히 재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미국 텍사스 반도체공장에 대한 15억달러(약 1조7000억원) 투자 약속, 삼성과 LG전자의 현지 세탁기 공장 준공 등 대규모 투자에도 트럼프의 허기가 채워지기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이미 한국 기업들이 여러 투자를 진행해 현지에서 막대한 고용창출을 이루고 있다"며 "앞으로 어떤 청구서를 내밀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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