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탄핵 추진 소식에 증시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기존 역대 미국 대통령과는 사뭇 다른 스타일로 시장에 영향을 준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은 단기적으로 악영향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제한적인 영향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낸시 펠로시 미국 민주당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을 위한 조사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말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차남 헌터 바이든에 대한 수사를 요구한 것이 권력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사건은 2014년 헌터 바이든이 우크라이나 에너지기업 부리스마 임원직에 오르면서 시작한다. 우크라이나 정권이 바뀌면서 부리스마 소유주가 과거 정부 부정부패에 얽혀있다는 주장이 일자 바이든 부자에게도 스캔들 의혹이 제기된 것. 바이든 전 부통령은 미국 대선 유력 후보 중 한 명이다.
현직 미국 대통령의 탄핵 시도는 이번이 네 번째다. 19세기 중후반 앤드류 존슨 대통령을 시작으로 에이브러햄 링컨과 리처드 닉슨, 가장 최근에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탄핵 조사를 받았다. 이중 실제로 탄핵된 인물은 닉슨 전 대통령 뿐이다.
탄핵안이 가결되기 위해서는 상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미국 여당 100석 중 공화당은 53석 민주당은 45석을 차지하며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탄핵안 가결을 위해서는 여당 설득이 불가피하다. 향후 여론의 향방이 중요한 이유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미국 뉴욕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탄핵 조사 소식이 전해지자 장중 1% 이상이 빠지기도 했다.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도 장중 등락을 반복했고 안전자산인 엔화가 달러 대비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증권가에서는 미국 정부가 탄핵 정국을 돌파하기 위해 미중 무역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한편, 당분간 국내 정치 안정을 위해 대외 이슈에 수동적 태도를 취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따른다.
하이투자증권은 "또 다른 불확실성 리스크가 불거져 금융시장에 단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당분간 여론 향방을 주시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되면서 시중금리 하락 및 달러화 강세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신한금융투자는 "금융시장은 정치 스캔들 전개 양상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돼 왔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 정책을 주요 업적으로 내세우는 만큼 미국 정책은 경기 성장세를 강화하는 쪽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보증권은 "과거 사례를 분석했을 때 일시적으로 변동성이 증대되고 부정적 영향을 미쳤지만 경기가 좋았던 시기에는 조정 후 낙폭을 회복하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탄핵 이슈는 장기적으로 시장 방향성을 결정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