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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갯속 미국 대선…복잡해진 증시 셈법

  • 2020.06.18(목) 10:02

트럼프 지지율 하락세…바이든 당선시 투심 악화
정책방향성 고려해 친환경·헬스케어 업종 등 주목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재확산 공포와 경기 하강 우려가 증폭되는 가운데 미국 대선이 또 다른 주요 변수로 부상했다.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으로 안갯속 판세로 접어들며 증시도 일찌감치 주판알을 굴리고 있다.

증권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할 경우 정책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리스크 관리에 신경 쓰면서 업종과 종목 선택에 있어 더 신중하라는 조언이 나온다.

◇ 바이든, 지지율 10%p 이상 앞서..트럼프 측 위기감 고조

대선을 5개월가량 앞둔 상황에서 최근 공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선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지지율은 갈수록 높아지는 반면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하락세가 뚜렷하다.

특히 얼마 전 CNN이 미국 성인 12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의 지지율은 55%로, 41%에 그친 트럼프를 두 자릿수로 앞섰다. 이는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탄핵 국면에 몰리며 지지율이 급락했던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큰 격차다. 한 달 전 5%포인트 격차에서 크게 벌어졌다.

트럼프가 지난 2016년 대선에서 맞붙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50%를 넘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바이든의 가파른 지지율 상승세는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측에게 충격일 수밖에 없다.

트럼프 측은 CNN의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 뒤 즉각 반발했다. CNN을 '가짜 뉴스 미디어'라고 비꼬며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는 것은 물론 가짜 결과를 철회하고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처럼 격렬한 반응은 최근 지지율 하락세를 둘러싼 위기감의 방증이다.

◇ 코로나로 경제 위축..인종차별 반대시위 강경 대응 실망감 

트럼프의 지지율 하락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그의 최대 치적인 경제성장이 코로나19라는 돌발 변수를 만나 위축 기조로 돌아서면서 내세울 무기가 마땅찮게 된 탓이다. 트럼프 행정부 경제 참모들이 최근 'V자형' 경제 회복 전망을 잇달아 내놓으며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지만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비롯한 다수의 경제 전문가들이 그와 반대 입장을 내놓으면서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반대 시위는 트럼프를 더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가뜩이나 정부에 대한 불만이 팽배한 상황에서 트럼프는 시위대에 대해 강경 대응을 주문하며 지지율 하락을 스스로 부채질했다. 일각에서 트럼프가 일부러 불협화음을 일으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려 한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현재까지의 결과는 썩 좋지 않은 모습이다.

SK증권은 "다급해진 트럼프가 지난 대선과 마찬가지로 중국을 향한 대외 압박 수위를 높이며 지지세력 결집에 나서겠지만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며 "코로나19 여파로 경제활동이 위축된데다 이제 막 경제 정상화에 시동을 건 상황에서 실물경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더 큰 부담"이라고 분석했다.

선거인단을 통한 간접투표로 대통령을 뽑는 미국 대선 방식을 고려할 때 현시점에서의 지지율로 대선 결과를 섣불리 예측할 순 없다. 4년 전 대선 과정에서도 트럼프는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힐러리에게 뒤졌으나 선거인단이 많이 걸린 주요 경합주에서 선전하며 판세를 뒤집었다. 하지만 당시와 비교해 지지율 격차가 크다는 점은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게 한다.

◇ 바이든 당선 시 부자감세 폐지..투자심리 악화 가능성

증권가에선 내심 트럼프의 재선을 바라는 눈치다. 이는 트럼프와 바이든의 정책 공약에 기인한다. 트럼프는 익히 알려졌듯이 자국 보호와 재정을 이용한 경제 확장을 최우선 정책으로 삼고 있다. 우리 돈으로 수천조원에 이르는 재정을 경기 부양에 투입할 정도로 경제정책에 있어 특히 과감하다.

반면 바이든은 기본적으로 온건하고 균형주의적인 정책을 선호한다. 그는 트럼프의 과도한 예산 집행으로 국가 재정이 악화된데다 코로나19로 경제적 불평등이 심해졌다며 대통령 당선 시 균형적인 재정과 부의 재분배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추진할 것을 시사하고 있다.

시장에서 가장 주목하는 것은 부자(기업) 감세 철회다. 트럼프는 2017년 대통령 취임 후 이듬해 법인세 최고 세율을 35%에서 21%로 대폭 낮춘 바 있다. 이는 기업들의 이익 증가 기대로 이어지면서 증시 호황의 기폭제가 됐다.

바이든은 트럼프의 부자 감세가 정부 곳간을 비게 하고 경제적 불평등을 가중시켰다며 대통령 당선 시 세제 정책의 방향성을 증세로 돌리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바이든의 공약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 기업 실적 전망이 7%가량 하향되고 미 증시 역시 5% 정도 조정 받으면서 국내 증시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바이든의 지지율 우세는 기업 실적 둔화로 연결되며 최근 고점 논란 속 증시 조정의 빌미를 찾고자 하는 투자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다만 "이는 증시의 변동성 요인일 뿐 아직 미국 대선이 본격화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았다"며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가 다시 높아질 수 있어 증시 상승 추세를 훼손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친환경·헬스케어 업종 등에 대한 관심 높여야

바이든의 당선 가능성 확대로 가장 주목받는 업종은 친환경 관련 테마주들이다. 바이든과 트럼프가 내건 정책 공약 중 방향성에서 가장 차이가 큰 분야는 환경이다. 바이든과 민주당은 그린 뉴딜 정책을 통한 친환경 인프라 구축과 신재생 에너지 100% 사용, 파리기후협약 재가입 등의 친환경 정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트럼프의 지지율 하락은 친환경 관련 테마에 긍정적 모멘텀을 제공할 수 있다"며 "이와 함께 유럽의 환경정책 강화, 이달 발표 예정인 한국형 그린 뉴딜에 대한 기대 등 정책 측면의 모멘텀이 중복되고 있는 친환경 테마에 대한 관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외에 헬스케어, 보험 등도 수혜가 기대되는 업종으로 꼽힌다. 바이든이 미국인 모두를 위한 헬스케어 정책을 펼치겠다는 뜻을 펼친 것에 비춰 볼 때 헬스케어 기업들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보험은 그 반사이익을 거둘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 기존 주도주인 테크·플랫폼 기업들의 경우 반독점법 논란이 거세지면서 고전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바이든이 오바마 케어를 주장하면서 헬스케어와 보험업종의 반사이익이 기대된다"며 "보험업종의 경우 마이너스 금리에 대한 우려가 사라진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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