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0년 만에 기준금리를 내렸지만 시장은 성에 차지 않는 표정이다. 기준금리 인하폭이 크지 않은 데다 무엇보다 연쇄적 인하 조치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향후 미국 기준금리 추가 인하 행보에 따라 국내 금리도 적잖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현지시간 7월 30~3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개최하고 연방기금금리 목표범위를 2.00~2.2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정책금리를 내린 것은 세계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12월 이후 10년 7개월 만이다.
연준은 매월 최대 500억달러씩 매각해 온 보유채권 정리작업을 이달 중 마치기로 했다. 당초 9월 말까지 끝내기로 한 계획을 2개월가량 앞당긴 것이다. 연준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은 현재 3조6000억달러 규모에 달한다.
연준은 초과지급준비금리(IOER)도 기존 2.35%에서 2.10%로 0.25%포인트 내렸다. IOER은 시중 은행이 비상사태를 대비해 중앙은행에 자금을 맡길 때 적용되는 금리다. 시중에 자금이 풀릴 수 있다는 의미다.
파월 연준 의장은 FOMC 성명서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금리인하를 단행했다"며 "주요 이슈는 경기 하방리스크와 낮은 물가 상승압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달 금리인하가 장기적 금리 인하 사이클의 시작은 아니다"라면서도 "금리인하가 단지 한 번에 그칠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다"며 향후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달 연준의 금리인하 조치는 현지시간 7월 10일 파월의장의 의회증언에서 기정사실화된 바 있다. 미국 고용시장과 각 경제활동 지표가 양호한 상태에서 단행됐다는 점에서 보험적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장의 관심은 금리 인하 폭과 추가 금리인하 여부로 몰렸다. 하지만 이번 인하 폭이 시장의 예상보다 크지 않고 연쇄적 인하 조치에 대해 조심스러운 반응이 나오자 인하 조치를 매파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모양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연준 금리인하 조치에 대해 "실망스럽다"고 평가하면서 "시장이 듣고 싶었던 것은 유럽연합과 중국 등과 같은 장기적이고 적극적인 연쇄적 금리 인하의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실제 FOMC 위원 가운데서는 금리동결을 주장하는 소수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위원 10명 중 2명이 경기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내면서 향후 연준의 행보가 불확실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FOMC 발표 후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장중 변동폭이 0.15%포인트에 이르면서 변동성을 확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와 다우지수는 각각 전 거래일 대비 1.09%, 1.19% 하락 마감했다.
하이투자증권은 "연내 추가적 금리 인하 약속을 희망했던 금융시장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파월 의장 간 갈등이 증폭될 수 있는 점은 또 다른 불확실성 요소"라고 지적했다.
교보증권은 "미중 무역분쟁 등 불확실성 요인이 지속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한두 차례의 추가 금리인하는 불가피하다"며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위해서는 세계 경기가 개선되고 전향적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단기간에 이뤄지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유럽중앙은행(ECB)이 내달 12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금융완화에 나설 경우 미 연준 역시 동조해 추가 금리인하에 나설 수 있다"면서 "추가 금리인하 시점이 지연되면 한은의 추가 금리인하 기대도 약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지난달 30일부터 31일까지 이틀간 중국 상해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은 내달 협상 재개를 기약하며 종료했다. 미국 백악관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중국 측이 미국산 농산물 구매을 약속했고 회담은 건설적이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