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회장을 맡은지 20년 동안 이런 종류의 지정학적 위기는 처음 맞는 것 같다."
최태원 회장은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SK의 밤' 행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최근의 국제정세와 관련해 이 같은 우려를 나타냈다. 미중 무역분쟁, 한일관계 경색,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 피격 등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그 어느때보다 커졌다는 판단이다.
최 회장은 "이게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것이라면 단순하게 끝날 것 같지 않다"며 "적응하는 법을 찾아야한다. 지정학적 리스크는 앞으로 30년은 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부품 국산화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선 "국산화라는 단어를 쓰는 것보다 '얼터너티브 웨이(대안)'을 찾아야한다"고 말했다. 일본이 진짜로 물건을 안팔면 다른데서 구해야 하는데 핵심부품은 그렇게 할 수 없으니 한일간 협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최 회장은 이날 행사에서 미국에 대한 투자와 사회적 가치 창출을 약속했다.
그는 "SK는 최근 3년간 미국에 50억달러를 투자했고 향후 3년간 100억달러를 추가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오는 2022년 생산을 목표로 미국 조지아주에 17억달러 규모의 전기차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최근에는 SK실트론이 미국 듀폰의 웨이퍼 사업부를 인수했다. 또한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에 의약품 위탁생산회사(CMO) 통합법인 'SK팜테코'를 설립하는 등 활발한 투자를 하고 있다.
최 회장은 이어 "SK는 지난해 미국에서 24억달러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집계됐다"며 "미국 정부, 기업과 함께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 파트너십을 확장하고 더 큰 행복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열린 'SK의 밤' 행사는 미국 주요 인사들에게 SK의 글로벌 경쟁력을 소개하고 협력을 모색하는 자리다. 이번 행사에는 캐런 켈리 상무부 차관, 프랭크 루카스 오클라호마주 하원의원, 해롤드 햄 콘티넨탈리소스 회장, 데이비드 스미스 싱클레어그룹 회장 등 고위급 인사 250여명이 참석했다.
SK그룹에선 조대식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유정준 SK E&S 사장, 조정우 SK바이오팜 사장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최 회장은 이날 행사와 별도로 윌버 로스 상무장관, 존 햄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소장,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회장 등을 만나 글로벌 정치와 경제 동향을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