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하상권의 자존심으로 기대를 모았던 삼성전자 사하사옥이 준공 20년만에 삼성의 품을 떠난다.
15일 킹스마겐글로벌 등 부산지역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부산지역 모 중견기업과 사하사옥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매각가격은 300억원대로 알려졌다. 양측은 본계약 체결 후 이달말 대금지급 등을 완료할 예정이다.
부산 사하구 하단오거리에 위치한 사하사옥은 지하 5층 지상 12층, 연면적 1만8361㎡(5554평)의 상업용 빌딩이다. 1996년 6월 착공 당시 서부산 상권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IMF 외환위기 여파로 1999년 9월 준공 이후 공실이 발생해 삼성의 자존심에 상처를 냈다.
현재 사하사옥에는 삼성전자판매·삼성화재·삼성생명 등 삼성 계열사를 비롯해 국민건강보험공단·국민연금·고용노동부·미래에셋대우 등이 입주해있다. 인수자는 안정적인 임대수익 확보를 목적으로 사하사옥을 사들이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매각을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추진하는 부동산 정리 작업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2016년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각각 태평로 본관(약 5700억원)과 을지로 사옥(4400억원)을 매각한 것을 비롯해 지난해 삼성물산이 서초사옥(7500억원)을 팔았고 올해는 삼성생명 소유의 여의도 빌딩이 매물로 나와 새 임자를 기다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계열사별로 파는 시기가 달랐을 뿐 삼성의 부동산 매각은 꾸준했다"며 "사하사옥 매각 역시 그 연장선상에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