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튜브
  • 검색

[르포]'기름, 더 알뜰히 짜낸다'…SK의 비결

  • 2019.12.01(일) 14:00

울산 고도화설비, 내년 3월 저유황유 생산 돌입
‘두 번 걸러진’ 기름 찌꺼기서 고부가 선박유 추출
연간 3000억대 이익 창출 전망…환경개선도 기대

지난달 27일 찾은 SK에너지 울산 복합설비단지(CLX). 구름이 햇빛을 가린 11월의 추운 날씨에도 작업자들이 감압잔사유 탈황설비(VRDS) 막바지 점검에 여념이 없다. 쑥쑥 솟은 시설물에 붙일 철골을 용접하고 절단하는 기계음이 쉴새 없이 들렸다.

최대 30미터 높이 원통형 물체 8개가 눈에 들어왔다. 몸체 윗 부분에 붙은 뚜껑이 둥그스름해 거대한 미사일을 연상케 했다.

'S프로젝트'로 명명된 VRDS에서 가장 핵심 시설인 반응기다. 기름 찌꺼기 고유황 벙커C유를 저유황유, 경유, 디젤 등 고부가 제품으로 전환하는 이른바 '지상유전' 역할을 수행한다. 이같은 시설을 '고도화 설비'라 부른다. 생산품은 꼬불꼬불한 배관을 타고 수백여미터 떨어진 60여미터 길이 분할기를 거쳐 종류별로 나눠 저장된다. 발주처 주문에 맞춰 언제든 꺼내쓸 수 있는 상태 그대로다.

현장에서 만난 SK에너지 관계자는 "반응기는 이번 S프로젝트의 핵심"이라며 "S프로젝트는 그룹정신 수펙스(SUPEX·Super Excellent)를 추구하자는 의미를 지녔다"며 VRDS에 대한 애정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SK에너지가 약 1조원을 투자해 건설 중인 VRDS 공사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설비를 점검 중이다. 오른쪽 탑이 분할기.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 SK에너지, ‘남다른’ 설비

SK에너지는 '국내 최초'라는 명칭과 인연이 깊다. 전신 대한석유공사(유공) 시절 1964년과 1973년 정유 및 화학제품 상업생산에 각각 들어갔다. 정유화학 부문 모두에서 국내 처음이었다. 유공은 1980년 SK그룹 전신 선경그룹에 인수된 이후, 2007년 SK에너지로 간판을 갈아 끼웠다. SK에너지는 현재 SK그룹 에너지 중간 지주사 SK이노베이션의 100% 자회사다.

SK에너지가 2017년 말부터 8만3000제곱미터 부지에 1조원을 투자해 짓고 있는 VRDS는 여느 고도화 설비와 다른 면모를 지녔다. 최초 정유설비에서 짜낸 잔사유에 더해 여기서 고부가 제품을 뽑아내고 남은 2단계 잔사유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첫 잔사유뿐만 아니라 두 번 거르고 걸러진 제품까지 알뜰히 재가공하는 구조다. 경쟁사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고도화 설비는 정유설비에서 나온 1단계 잔사유를 처리하는데 그친다.

VRDS를 통해 하루 3만6000배럴의 저유황유와 6000배럴분의 경유 및 등유 등이 내년 3월부터 생산될 것으로 SK에너지는 전망한다.

여기에 더해 VRDS는 부산물 황까지 꼼꼼히 챙긴다. 잔사유 재가공 과정에서 수소를 결합해 추출한 황은 하루 400톤 가량이 나온다. 이 황은 성냥, 화약, 비료 업체 등에 판매돼 SK에너지의 부수입이 된다.

문정필 SK에너지 공정혁신실장은 "현재 설비 최종 점검 단계"라며 "공사를 내년 1월까지 완료하고 그해 3월 제품생산에 들어가기 위해 속도를 내는 중"이라고 말했다.

◇ 이익 더해 '환경도 꾀한다'

SK에너지는 VRDS에 힘입어 연간 2000억~3000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개 분기 이익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고유황유가 저유황유 대비 톤당 가격이 약 40% 비싸 수익성이 좋기 때문이다.

VRDS에 대한 SK에너지의 기대는 근거가 있다. 최근 더 촘촘해진 환경규제가 목전에 닥쳤다. 당장 내년 1월부터 국제해사기구 'IMO2020'이 시행된다. 선박들이 연료를 태울 때 해상에 배출하는 황산화물 저감을 위해 연료유 황 함유량을 3.5% 미만에서 0.5% 미만으로 대폭 낮추는 것이 뼈대다. 황산화물이 산성비 등 환경오염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고자 국제해사기구가 고안했다.

SK에너지가 저유황유 수요증가에 따른 이익과 설비 투자비용에 대한 주판알을 굴릴 때 주목한 것도 이 규제다.

물론 변수도 있다. 선사들이 연료에 불을 땔 때 나오는 황산화물을 줄이는 스크러버를 다는 경우다. 이 경우 선사들이 구태여 비싼 돈을 들여 SK에너지로부터 저유황유를 구매할 이유가 없다. 다만 스크러버 구입비용이 수천억원대로 비싼 만큼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노후 선박과 자금력이 빈약한 중소형 선사에는 저유황유가 필요할 것으로 SK에너지는 기대 중이다.

SK에너지 관계자는 "스크러버 수요가 너무 갑작스레 증가하니 선사들이 중국산을 많이 장착하고 있다. 이 때문의 설비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뉴스가 나오는 중"이라며 "설령 스크러버를 단다고 하더라도 실제 장착까지 생산량 한계가 있어 상당기간 소요될 것으로 알려졌다. 스크러버 장착 선박이 급격히 확대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SK에너지는 이익에 더해 환경적 가치도 같이 모색한다. SK가 생산할 저유황유는 황 함유량이 0.5%로 고유황유(3.5%) 대비 7분의 1에 그친다. 선박이 이 저유황유를 연료로 태울 경우 황산화물 배출량은 1톤당 24.5㎏에서 3.5㎏로 약 86% 감소한다. 선사들이 저유황유를 사면 살수록 SK의 지갑은 두둑해지는 동시에 환경도 개선된다.

VRDS가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이 친환경 기업으로 체질 개선하는데 큰 힘이 될 것으로 SK에너지는 기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환경 부문에서만 1조4000억원의 사회적 가치 손실을 봤다. 기름을 태우면서 대기오염 물질이 배출되는 정유화학 사업의 부정적 외부효과 때문이다.

저유황유를 통해 내년 사회적 가치를 포함한 더블바텀라인(DBL) 성적표 반전을 SK에너지는 노리는 중이다. DBL은 사회적 가치를 화폐가치로 환산해 장부상 순이익 밑단에 집계하는 경영전략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16년부터 적극 추진하고 있다.(※관련기사 : 구체화되는 최태원 경영의 키워드 '사회적 가치')

조경목 SK에너지 사장은 "VRDS를 기반으로 IMO2020 규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동시에 동북아 지역내 해상 연료유 사업 강자로 도약할 것"이라며 "친환경 그린 이노베이션 전략을 기반으로 한 사업 모델을 지속 개발해 DBL 성과를 창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