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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후폭풍]퇴로없는 항공사, 버티거나 망하거나

  • 2020.02.28(금) 11:38

2월, 여객 387만명 줄어…전년비 41.8%↓
대한항공 1000억, 아시아나 3800억 적자 전망
"실적 추정 무의미"…"유일한 전략은 버티기"

전세계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하늘길이 막히고 있다. 국내 항공사 여객 운송의 20%를 차지하는 중국 노선이 사실상 차단됐고 한국인을 입국금지하거나 격리조치를 강화하는 국가가 늘면서 여행심리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내 항공사들의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항공사의 유일한 전략은 비용을 아끼며 버티는 것이다. 버티기에 실패하면 구조조정에 내몰릴 것으로 관측된다.

저비용항공사 사장단이 28일 긴급 건의문을 통해 "절체절명의 벼랑 끝에 서 있다"며 "어떤한 자구책도 소용없고 퇴로도 보이지 않는다"고 호소한 것도 이같은 이유다. 이들은 긴급 경영안정자금 지원, 공항사용료·세금 전면 감면, 고용유지지원금 한시적 인상 등 세가지를 지원책을 정부에 요구했다.

우려는 이미 현실로 나타난 상황이다.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1~26일 국내 8개 항공사의 총 여객수(국내선·국제선)는 539만2894명으로 전년동기대비 41.8%(387만명) 감소했다

항공사별로 보면 진에어의 여객 감소율(60.4%)이 가장 높았다. 에어부산(51.4%), 티웨이항공(42.6%), 제주항공(42.3%) 등이 평균을 웃돌았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도 각각 35.9%, 38.8% 줄었다.

코로나19 후폭풍이다. 국내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여행 수요가 급격하게 얼어붙은 데다 홍콩, 이스라엘 등 국가는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고 있다.

특히 국내 항공사의 주요 노선인 중국 길이 막힌 타격이 크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중국 노선은 국내 국제여객 운송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한일관계 악화로 일본길이 막힌데 이어 중국길까지 동시에 차단된 것이다.

한일 관계 악화와 코로나 사태로 이어지는 이번 위기는 항공업계가 과거에 한번도 겪은 적 없는 초유의 사태다. 2015년 메르스와 2017년 중국의 사드 사태 때 다른 산업군과 달리 항공업계는 오히려 호황을 누렸다. 2015년과 2017년 내국인 출국자가 전년동기대비 20%, 18% 각각 증가하면서다.

하지만 이번엔 국내 여행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내국인 출국자가 급감했다. 일본, 중국 등 핵심 노선이 동시에 막힌 항공사는 막다른 길목에 내몰리고 있다.

항공사들은 비상 경영에 들어갔다. 아시아나항공은 조종사를 포함해 모든 직원이 무급 휴직하고 사장 등 임원은 모두 사표를 냈다. 이스타항공은 이달 임직원 월급을 40%만 지급하고 조종사 노조는 임금의 25%를 자진 삭감키로 했다. 제주항공은 임금 70%를 보장하는 유급휴직을 실시한다.

문제는 이번 코로나 사태가 장기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항공사의 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벼랑 끝 항공사]①사상최대 승객, 사상최악 적자

한신평은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 결과 올해 대한항공 매출(별도)은 11조9000억원, 아시아나항공은 5조7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3.3% 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영업손실은 대한항공 1000억원, 아시아나항공은 3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제주항공은 올 1분기에만 434억원의 영업손실(하나금융투자 전망치)을 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신증권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과 일본, 동남아 노선 등 단거리 전 노선 항공수요가 급감되고 있다"며 "올 상반기 실적 추정은 무의미하다"고 강조했다. NH투자증권은 "현 시점에는 버티기 전략만이 유일한 전략"이라고 전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 국내 항공업계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버티기에 실패한 항공사들은 부도가 나거나 시장에 매물로 나올 수 있다.

작년말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주식매매계약(SPA)을,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각각 체결했지만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업계에선 막판에 딜이 무산될 것이란 관측까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국내 항공사가들이 구조조정을 피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992~2012년 유럽에 설립된 43개 저가항공사중 77%가, 미국은 항공시장 규제 완화 이후 설립된 저가항공사 94%가 각각 철수했다. 국내에 면허를 가진 11개 항공사 중 절반 이상이 퇴출 대상에 오를 수 있는 셈이다. [벼랑 끝 항공사]②"정치논리에 면허 남발"…결국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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