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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웨이항공, 10년 묵은 '감자 차익' 꺼낸 이유

  • 2020.03.11(수) 14:19

감자 차익 276억으로 결손금 해소
코로나19로 경영 악화 대비 포석

코로나19 여파로 항공업계가 사상 최악의 경영난에 내몰린 가운데 저비용항공사(LCC) 티웨이항공이 결손금 해소를 위한 카드를 꺼내들었다. 과거 두 차례 감자(減資, 자본금 감소)를 통해 쌓아 둔 '감자차익'을 결손금 해소를 위해 쓰겠다는 계산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티웨이항공은 오는 30일 주주총회에서 '자본준비금(자본잉여금) 감소 승인'에 대한 의안을 상정한다. 회사 측은 주총 소집공고를 통해 "자본준비금 중 감자차익 276억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 안건이 통과되면 이달 30일부터 감자차익은 이익잉여금으로 전환된다.

자본은 크게 자본금과 자본잉여금, 이익잉여금 등으로 구성되는데 자본잉여금에 담긴 감자차익을 이익잉여금으로 옮기겠다는 얘기다. 감자차익을 '오른쪽 주머니'에서 '왼쪽 주머니'로 옮기는 셈이다.

감자차익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는 이유는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결손금 보전을 위해서"라고 전했다.

티웨이항공의 작년 결손금은 142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실적악화로 당기순손실 433억원이 나면서 2018년 232억원에 이르던 이익잉여금은 순식간에 바닥났다. 올해 코로나19로 경영난이 악화되고 있어 결손금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말 그대로 자본금(발행주식수x액면가)을 감소시키는 감자는 재무구조개선용으로 활용하는 '응급처치'이지만 이번 사례가 특이한 것은 과거에 발생한 감자차익을 활용한다는 점이다.

그간 티웨이항공은 두 차례 감자를 실시했다. 2010년 보통주 2755만142주가, 2013년 2763만3239주가 각각 무상 감자됐다. 두 시기 모두 티웨이항공은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최대주주가 바뀌는 격변의 시기였다.

보상 없이 주주의 주식을 태우는(소각) 무상 감자는 주주의 희생이 따르지만 회사입장에선 자본금이 줄어든 만큼 감자차익이 발생하는 회계적 장점이 있다. 티웨이항공도 감자로 인해 2010년과 2013년에 각각 138억원의 자본금이 감소했고 그와 동시에 그만큼의 감자차익이 발생했다.

감자차익은 주로 결손금을 해소하는데 사용되지만 당시 티웨이항공은 감자차익에 손을 대지 않았다.

당시 티웨이항공이 감자차익을 결손금 해소에 바로 사용하지 않은 것은 감자 직후 이뤄진 유상증자로 재무구조가 어느 정도 개선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재까지 유지되던 감자차익 276억원이 오는 30일 이후 결손금 해소에 사용되는 것이다. 이번에 감자차익으로 결손금을 메우면 134억원의 이익잉여금이 생길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코로나19로 대규모 적자를 대비해 어느정도 이익잉여금을 쟁여둘 수 있는 셈이다.

다만 결손금을 해소하기 위해 감자차익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한다는 회사 측의 설명이 석연치 않은 점도 있다.

감자차익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지 않아도 결손금 해소에 감자차익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 계정내에서 '주머니'를 옮길 필요 없이 주총 승인을 거쳐 감자차익으로 결손금을 없애면 된다는 얘기다. 다른 기업의 사례를 보면 자본잉여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는 이유는 보통 배당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결손의 보전을 위한 자본금 감소는 주총 결의 사항이고, 결손금 처리는 법적처리 순서에 따라 진행된다"며 "결손금 해소 외에 다른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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