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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악화에 저유가까지…정유사 '첩첩산중'

  • 2020.04.14(화) 17:40

1분기 영업손실 총 2조 전망…6년 전 대비 두배
코로나로 수요약세에 저유가…정제마진도 '급락'

국내 정유4사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수요급감' 암초를 맞았다. 매출처인  항공업계 업황 악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저유가 파고까지 덮쳤다. 정유업계가 올해 1분기 수조원대의 손실에 직면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14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정유4사는 1분기 2조원대의 영업손실을 볼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 1조원대, GS칼텍스 5000억원, 현대오일뱅크와 S-OIL 각각 4000억원 순이다. 유가급락으로 1조원대의 손실을 본 2014년 4분기보다 약 두배 가량 손실폭이 크다.

무엇보다 정유사를 둘러싼 환경이 녹록지 않다.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이달 둘째주 기준 -0.7달러로 4주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주간 기준으로 18년여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찍었지만, 4주 연속 행진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제마진은 휘발유, 경유, 등유 등 석유제품 판매가에서 운반비, 운영비 등 제반 비용을 제외하고 정유사 수중에 남는 돈을 뜻한다. 정유사 수익성과 직결된다.

특히 자동차, 항공기 등 수송용 제품 수요가 직격탄을 맞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각국이 자택격리 등을 권고하며 이동이 제한되고 있어서다.

수송용 수요는 전세계 석유제품 소비 비중 가운데 산업용(60%) 다음으로 많은 35% 가량을 담당한다. 정유사 주요 수익원 가운데 하나인 휘발유(95옥탄가 기준) 국제 가격은 배럴당 17.48달러로 연초 대비 60달러 가량 빠졌다. 정제설비를 돌려 전기료, 인건비를 추가로 투입했음에도 원유 가격(WTI 22.41달러)에도 미치지 못한다. 

수송용 가운데 항공유 부진이 정유사에게 타격이 크다. 항공유는 정유사 매출에서 10~20%대를 차지하는 효자 제품이다. 생산량 가운데 수출되는 비중이 70%에 이른다. 코로나19로 인한 해외 항공 업황 변동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SK이노베이션 정유 자회사 SK에너지는 지난해 항공유로만 매출 1조7677억원을 벌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전세계 항공기 시장 연료 수요가 20% 가량 급감했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유가도 정유사들의 시름을 깊게 한다. 13일(현지시간) 기준 미국 뉴욕상품거래소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분 가격은 배럴당 22.41달러로 전날보다 1.53% 떨어졌다. 석유수출기구(OPEC) 회원국과 10개 주요 산유국 등 23개 국가가 모인 OPEC+가 12일(현지시간) 오는 5~6월 석유생산량을 하루 970만배럴 줄이기로 전격적으로 합의했지만,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로 하루 수요 감소량이 3000만배럴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감산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유가 하락은 정유사에 양면을 지닌다. 저렴한 원료비는 원가 절감으로 이어진다. 동시에 실시간으로 제품가격 하락을 부른다. 문제는 정유사들이 수개월 전 배를 띄워 들여온 비싼 원유로 제품을 만들어 값싸게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1~2월 50달러대에 기름을 사와 20달러대에 연동되게 휘발유를 '밑지고 '팔아야 한다.

전례없는 위기에 정유사들은 공급조절에 들어갔다. SK이노베이션은 국내 최초 화학시설 울산 나프타 분해설비(NCC) 1공정 가동중단에 들어갔다. 장기적으로 SK는 이 설비를 폐처리할 방침이다. SK에너지 석유 정제설비 가동률을 15%포인트 가량 낮춰 운영하고도 있다. GS칼텍스는 여수 공장 원유 정제설비 정기보수일을 앞당겨 진행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정유공장 가동률을 90% 수준으로 조정했다. S-OIL은 연초 일시적으로 정제공장 가동률을 80%까지 낮춘 바 있다.

문제는 이같은 정유사의 대응이 상황을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정유업계에선 "6월까지도 코로나19 상황이 반전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빙하기가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다. 3월 들어 주요국인 미국, 유럽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됐던 만큼 이때 실적이 본격 반영되는 2분기 성적표도 걱정이다. 업계는 2분기 국내 정유4사가 수천억대 적자를 볼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전례 없는 위기란 말이 나온다"며 "어떻게든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버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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