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는 자주 주어지지 않는다. 자주 찾아오면 그건 일상이지 기회가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손주은(60) 메가스터디 회장은 기회에 집중했고, 호기를 잘 살려 성공신화를 썼다. 시작은 좋았고, 끝은 창대했다. 주식자산 1000억원, 이 시대 최고의 학원 재벌이 달리 만들어진 게 아니다.
‘사(私)교육 업계의 대부(代父)’.
손주은 회장은 고(故) 손용택 전 경남도의회 의원과 고 최성례씨 슬하의 2남4녀 중 장남이다. 경남 창원 출신으로 부산 동성고와 서울대 서양사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재학 때 개인과외를 했다. 졸업 후 강남 학원가에 뛰어들었다. 사회탐구 영역의 입지전적 스타강사로 자리매김했다. ‘손사탐’(손 회장의 성(姓)에 사회탐구 과목을 붙인 호칭)의 명성을 얻은 게 이 때다.
IT 창업붐이 일던 2000년 7월, 스타강사의 명성을 기반으로 국내 최초의 온라인 강의업체 메가스터디㈜를 창업했다. 고등 온라인교육 사이트 ‘메가스터디’(www.megastudy.net)를 오픈했다. ‘인강’이라 불리는 국내 온라인교육의 새 좌표를 찍었다. 사교육계를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손 회장의 나이 40살 때다.
올해로 창업 20돌. 날로 뜨거워지는 사교육 열풍에 힘입어 매출 5000억원대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계열사 또한 메가스터디㈜, 메가스터디교육, 메가엠디, 아이비김영 등 20개사(2020년 3월 말, 국내 18개·해외 2개)나 된다. 사업분야도 초중고·일반성인·대학편입 등 교육부문은 물론 급식, 투자, 부동산개발·임대, 건물관리 등에 걸쳐 있다.
메가스터디를 접으려던 적이 있다.
2014년 4월 자신 소유의 메가스터디㈜ 지분 23.35%와 2대주주인 사모투자펀드(PEF) H&Q코리아 9.21% 등 도합 32.56% 공동매각에 나섰다. 두 달 만인 2014년 6월 ‘없던 일’로 했다. 메가스터디를 새롭게 경영할 적임자를 못찾았다는 게 이유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지금의 손 회장 지배력은 흔들림이 없다. 메가스터디 지배구조는 지배회사 메가스터디㈜와 사업 주력사 메가스터디교육 이원(二元) 구조다. 메가스터디㈜가 성인 교육업체 메가엠디를 비롯해 12곳을 지배하고 있다. 메가스터디교육은 대학편입 전문업체 아이비김영 등 6개사를 거느리고 있다.
양대 계열사 최상단에 실권자(實權者) 손 회장이 위치한다. 메가스터디㈜ 1대주주로서 지분 30.32%(특수관계인 5명 포함 34.68%)를 소유 중이다. 메가스터디교육의 경우에도 13.58%(34.13%)를 보유한 공동최대주주다. 메가스터디㈜ 소유의 5.45%를 합하면 19.03%에 이른다. 손 회장 개인 주식자산에 매겨진 가치 또한 1030억원(2020년 3월 말 기준)이다.
오리무중이다.
손 회장의 나이 올해 이순(耳順)이다. 자연스레 후계 승계로 시선이 옮아간다. 한데, 걸음마 조차 떼지 않았다. 부인 김정미씨와 슬하의 1남1녀는 현재 계열사 지분을 단 한 주도 갖고 있지 않다. 경영수업 단계를 밟기 시작했다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손 회장이 왕성하게 활동 중이고, 2세들의 나이 아직은 어린 까닭일 수 있다.
올해 28살 맏딸 손희소씨는 맨하탄 음대 출신으로 주로 유럽과 미국을 오가며 소프라노 성악가로 활동 중이다. 2018년 1월에는 메가씨앤에스(C&S)가 운영하는 독서실 ‘잇츠리얼타임’에서 음악공연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다. 25살 맏아들 손희재씨 또한 학생 신분으로 전해진다.
후계 승계가 한 발짝도 나아가지 않은 대신 지금의 메가스터디는 손 회장을 중심으로 남동생 손성은(54) 메가스터디교육 대표, 막내여동생 손은진(49) 메가스터디㈜ 각자대표 3남매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올해 뿌리내렸다.
초창기는 손주은, 손성은 형제경영에서 출발했다. 2015년 4월 메가스터디㈜ 기업분할을 통해 오너 일가 손성은, 전문경영인 구우진(60) 이원체제가 갖춰졌다. 올해 3월 손 회장의 5년만의 메가스터디㈜ 대표 귀환과 손은진 각자대표 선임을 계기로 3남매 체제로 본격 전환됐다.
여기에 손 회장 매제 김성오(63) 부회장이 뒤를 받치고 있다. 손 회장의 첫째 여동생 손은희(58)씨 남편이다. 초기 메가스터디에 합류해 지금도 메가스터디㈜, 메가스터디교육 이사회 멤버로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현 시점에서 손 회장을 넘어 메가스터디 오너 일가들의 행보를 되짚어보려는 이유다. 비단 가업 경영뿐만 아니라 지배구조 측면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