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리치(EduRich)’는 사람들 얘기다. 한국 사회의 특수한 교육열에 힘입어 사교육 시장에서 성공신화를 쓴 사람들을 조명한다. 성공신화를 기반으로 써내려간 ‘거버넌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세간에 잘 오르내리지 않았던 오너의 소유·경영 체제와 부의 형성, 대물림, 여기에 혜성처럼 등장한 신흥 에듀리치까지 일거수일투족을 비춘다. [편집자]
‘1세대 출판기업의 학습지 푸르넷 신화’.
금성출판사의 성공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한데, 금성출판사를 반세기에 걸친 장수 교육·출판기업이나 공부방, 전집, 교과서 등으로 떠올린다면 금성출판사를 반쪽만 아는 것이다.
가업으로 옮아가면 얘기는 더 다채로워진다. 25년에 걸친 전문경영인 대표 체제에 마침표를 찍고, 본격적인 오너 2세 소유·경영 체제가 본격 출범한 게 불과 1년 전이다. 뿐만 아니다. 창업주 2대(代)에 이르러 금성출판사만큼 다양한 경영 스펙트럼을 가진 곳도 드물다.
1965년 10월, 고(故) 김낙준 회장(1932~2020)이 창업한 ‘도서출판 금성’이 금성출판사의 출발이다. 1세대 출판기업으로 불리는 이유다. 초창기에는 아동도서 ‘어린이 첫걸음’을 시작으로 학생백과, 위인전기, 세계명작, 학습만화 등 전집류가 사업의 주류였다. 이어 1973년 초·중·고교 교과서 발행 시장에 뛰어들어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1997년 12월, 출판업계가 불황을 겪을 무렵 교과서 및 참고서 개발 노하우를 기반으로 반전의 승부수를 띄웠다. 초등생 전 과목 학습지 ‘푸르넷(Purunet)’은 30여 년간 출판이라는 한우물만 파왔던 금성출판사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
짧은 기간 입소문을 탔고 2년여 뒤인 1999년 4월 방문교사 서비스를 도입하며 레벨-업 됐다. 2001년 8월 문을 연 공부방까지 히트를 쳤다. 대교(눈높이), 교원(빨간펜·구몬), 웅진씽크빅, 재능교육(스스로) 등 ‘빅4’가 주름잡던 학습지 시장의 신흥 강자로 부상했다.
수치로도 입증된다. 1998년 500억원대로 주저앉았던 매출은 이후 거의 매년 예외 없이 성장하며 10년 뒤인 2008년에는 1000억원을 넘었다. 다시 10년 뒤인 2018년에는 1700억원을 찍었다. 작년에는 1080억원으로 급속히 뒷걸음질 친 모습이지만 ‘C-쇼크’(코로나19)인 탓에 흠 잡을 건 못된다.
벌이도 좋다. 2014년 영업흑자(54억원)로 반전한 뒤로는 2015~2020년 영업이익으로 벌어들이는 것만 적게는 78억원, 많게는 154억원이다. 한 해 평균 129억원이다. 이익률 또한 2015~2016년에는 10%대를 나타냈고, 작년에는 매출이 줄어든 와중에도 10.2%로 다시 두 자릿수를 회복했다.
푸르넷이 빠르게 금성출판사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음을 볼 수 있다. 지난해 전체 매출(1080억원) 중 학습지 부문이 80%(862억원)를 차지할 정도다. 이외 20%(222억원)가 전집 및 교과서 등의 몫이다. 영업이익(111억원) 또한 학습지 비중이 56%(62억원)에 이른다.
올해로 창립 56돌. 금성출판사는 변화기를 맞고 있다. 작년 1월, 25년에 걸친 전문경영인 대표이사 체제에 마침표를 찍었다. 주역은 김무상(64) 현 금성출판사 회장이다. 김 창업주의 2남1녀 중 차남이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일찌감치 경영 최일선에 등장했던 김 회장이 25년 만에 다시 대표로 복귀했다는 감춰진 뜻도 갖는다. 작년 8월 창업주가 89세를 일기로 별세한 뒤에는 명패도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바꿨다. 부친에 이어 최대주주의 지위도 가졌다.
이제 금성출판사는 김 회장을 정점으로 한 본격적인 오너 2세 소유·경영 체제가 출범했다. 가업을 물려받은 후계자의 커리어, 사뭇 궁금해진다. 들춰보면 들춰볼수록 얘깃거리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또 있다. 창업주의 다른 후손들도 경영자로서 존재감을 갖고 있어서다. 장남 김호상(66) 금성미디어 전 대표와 장손 김성훈(37) 전 금성출판사 부사장, 장녀 김순년(61) 푸르넷닷컴 대표와 외손자 설광수(34) 푸르넷닷컴 이사 등이 면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