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출판기업’ 금성출판사가 오너 2세 경영체제의 첫 발을 내딛은 지는 사실 한참 됐다. 1993년 7월이다. 앞서 1965년 10월 ‘도서출판 금성’으로 출발, 창업 30돌을 앞둘 무렵이었으니 할 때도 됐다. 당시 사장에 오른 이가 창업주 고(故) 김낙준 회장(1932~2020)의 2남1녀 중 차남 김무상(64) 현 회장이다.
단국대 경영학과 출신이다. 1983년 금성출판사에 입사해 영업과 기획, 편집 등을 두루 거치며 경영자 수업을 받았다. LA지사장, 상무이사, 교과서 업체 옛 ㈜캠프 사장 등을 거쳐 입사 10년만인 경영 전면에 등장했다. 36살 때다.
딱 여기까지다. 출판업계의 2세 경영인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도 잠시, 김 회장은 2년만인 1995년 6월 금성출판사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다. 사내 등기임원직은 갖고 있었지만 2015년 9월에 가서는 다시 감사로 한 발 비켜나 있었다.
출판업계가 불황을 겪을 무렵 금성출판사가 위기 돌파 카드로 꺼낸 전문경영인 체제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었기 때문일지 모른다. 김 창업주가 영입한 김인호(79) 전 대표의 존재감은 그만큼 컸고 긴 시간 유지됐다.
김 전 대표는 1997년 12월 학습지 ‘푸르넷(Purunet)’을 시장에 내놓은 인물이다. 1999년 4월 방문교사 도입, 2001년 8월 문을 연 공부방까지 연이어 히트시키며 금성출판사를 대교(눈높이), 교원(빨간펜·구몬), 웅진씽크빅, 재능교육(스스로) 등 ‘빅4’가 주름잡던 학습지 시장의 신흥 강자로 각인시켰다.
출판이라는 한우물만 파왔던 금성출판사가 ‘제2의 전성기’를 맞게 한 주역인 셈이다. 재임기간만 2019년 7월까지 25년에 달한다. 53세에 취임해 77세에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으니 말 다했다.
김 회장이 후계자이면서도 오랜 기간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던 것은 이런 이유일 수 있다. 허나 ‘경영자 DNA’가 어디 가는 게 아니다. 감춰져 있었을 따름이지 김 회장이 나름 독자적인 행보에 나섰던 것도 엿볼 수 있다. 옛 금성디지탈벨리도 걔 중 하나다.
서울 구로구 서울디지털산업단지의 ‘삼성IT밸리’. 지하철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 3번 출구에서 도보 약 10분 거리에 위치한 아파트형 비즈니스빌딩이다. 연면적 1만4000여 평에 지하 2층, 지하 14층 규모다. 삼성중공업이 2007년 3월 준공했다.
땅 주인이 금성출판사다. 즉, 금성출판사가 갖고 있던 부지를 2005년 161억원에 사들인 뒤 삼성IT밸리 시행을 맡았던 업체가 금성디지탈벨리다. 2004년 4월 설립 초기부터 2010년 12월 금성출판사에 흡수·합병될 때가지 대표를 맡아 경영을 총괄했던 이가 김 회장이다.
지금의 김 회장은 금성출판사 소유와 경영의 전권을 거머쥔 상태다. 전문경영인 체제가 마침표를 찍으며 김 회장이 다시 대표에 오른 게 작년 1월이다. 8월 창업주 별세 뒤에는 회장 자리도 승계했다. 창업 55년 만에 금성출판사가 비로소 본격적인 2세 경영체제가 출범했음을 뜻한다. 다만 작년 12월 선임된 김학현(50) 대표와 공동대표 체제다.
확실히 달라졌다. 대외 활동에도 활발히 나서는 모양새다. 금성출판사 회장으로서 외부행사에 종종 얼굴을 비추는가 하면 올해 3월부터는 자동차 열관리(공조) 시스템 글로벌 2위 업체인 한온시스템의 사외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금성출판사 최대주주 지위도 가졌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창업주에서 김 회장으로 바뀌었다. 직접 소유지분은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일가 등 특수관계인(7명)을 합해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걔 중에는 소속 재단법인이 김 회장의 지배기반에 한 몫 한다. 창업주가 1993년 12월 53억원의 재산을 출연해 설립한 금성문화재단이다. ‘독서대상’ 등 출판 및 독서진흥, 예술지원 활동을 벌인다. 금성출판사 지분이 15.5%(15만주)나 된다. 현 이사장이 2년 전인 2019년 7월 창업주의 뒤를 이은 김 회장이다.
말이 나온 김에, 2세 경영체제와 맞물려 금성출판사 3명의 등기이사진에 새롭게 합류한 주목할 만한 이가 한 명 더 있다. 김 회장의 부인 김은주(57)씨다. 부창부수. 전업주부로 있다가 작년 11월 처음으로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전 MBC 아나운서 출신이다. 백지연, 정혜정 전 아나운서와 더불어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까지 아나운서계의 트로이카로 불렸다. 장수 어린이 프로그램 옛 ‘뽀뽀뽀’의 뽀미언니를 맡은 바 있다. MBC 뉴스 간판 프로그램 ‘뉴스데스크’의 앵커로도 활동했다.
참고로 금성출판사는 ‘MBC 창작동화대상’을 후원하고 있기도 하다. 한국 아동문학의 위상을 높이고 국내 창작동화 작가 발굴을 위해 1993년 금성문화재단과 MBC가 공동제정한 문학상이다. 올해로 28회째를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