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20억 vs 2900억원. 영업이익 19억 vs 660억원. 천재교육그룹의 모태 천재교육의 1990년대 초와 2010년대 중후반 절정기 때를 비교한 재무수치(본체)다. 달리 국내 대표적인 교육․출판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게 아니다.
▷관련기사 ①천재교육 가업세습 해법…가히 ‘천재’(5월30일)
천재교육이 먹여 살리다시피 한 천재상사
‘팽두이숙(烹頭耳熟)’. ‘머리를 삶으면 귀까지 익는다’는 뜻이다. 한 가지 일이 잘되면 다른 일도 저절로 이뤄지게 마련이다. 천재교육의 성장과 궤를 같이 해온 계열사들이 적지 않다. 천재상사도 걔 중 하나다.
(<에듀리치> 천재교육 편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겠지만, 모태기업 천재교육은 오너 2세 지배구조 형성에 거의 어김없이 나타난다. 대소사(大小事)에 어김없이 얼굴을 내미는 ‘홍반장’과 닮았다.)
2004년 6월, 천재교육이 불 같이 일어나던 시기 천재상사가 설립됐다. 천재문화(1986년 4월·2015년 7월 해법에듀에 흡수합병), 오양인쇄(현 에이피컴퍼니·1991년 11월), 천재미디어(현 천재교과서·2004년 1월)에 이은 4번째 계열사다. 인쇄용 종이 및 인쇄 기자재를 수입해 판매하는 일을 주업으로 하는 업체다.
천재상사 또한 기세가 만만찮았다. 확인할 수 있는 바로는, 설립 3년만인 2007년 매출이 418억원이다. 2013년에는 781억원으로 성장했다. 영업이익 또한 2007~2013년 많게는 30억원, 적어도 18억원 해마다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비결? 뭐, 비결이라고 할 것 까지는 없다. 핵심 고객사가 예나 지금이나 천재교육이다. 2007년 매출 중 천재교육(83%)을 위시한 계열매출이 99%다. 2013년에도 99%다. 천재교육과 계열사들이 먹여 살리다시피 하는 데 돈이 안 벌리는 게 이상하다.
천재교육으로 갈아탄 후계자 최정민
천재교육은 현재 천재상사의 지분 100%를 소유 중이다. 유일한 계열사다. 상단에 최용준(71) 창업주가 위치한다. 천재교육 84.5%를 소유, 2개 계열사를 직할 지배체제로 두고 있다.
천재상사가 원래부터 천재교육 소유였던 건 아니다. 창업주의 1남1녀 중 장남 최정민(51) 회장과 장녀 최유정(53) 전 천재상사 감사가 주인이었다. 남매가 출자해 설립한 게 바로 천재상사다. 출자액은 3000만원(60%), 2000만원(40%) 도합 5000만원에 불과했다.
공교롭다. 2004년은 후계자 최 회장이 의사의 길을 걷다가 돌연 미국 경영학석사(MBA) 유학길에 올랐던 때다. 34살 때다. 천재교육 가업세습의 시계는 이때부터 돌아가기 시작했다.
천재교육이 판을 깔아주는 천재상사의 안정적 사업구조가 창업주 2세들의 주식가치 상승과 재산증식으로 이어질 것은 뻔했다. 9년 뒤인 2013년 일을 벌인다. 천재상사 주식을 놓고 최정민·최유정 남매와 천재교육 간에 주식교환이 있었던 해다. 천재상사 지분 100%에 매겨진 가치는 18억원. 출자 당시에 비해 36배 불어나 있었다.
천재교육이 천재상사를 자회사로 편입한 것은 당시 2세들의 천재상사 지분을 넘겨받은 데 따른 것이다. 대가로 최 회장이 천재교육 신주를 받아 보유하게 된 천재교육 지분이 9.2%(11억원)나 된다. 최 전 감사는 6.1%(7억원)로 갈아탔다.
배당금 79억 거머쥔 최정민·최유정 남매
현재 천재교육은 최 창업주 소유의 지분 84.5% 외의 15.5%는 기타주주 몫이다. 기타주주 면면은 확인할 길 없지만 주주 수는 2명이다. 2013년의 주식교환에 비춰볼 때 창업주 2세들일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최 회장이 천재상사 주식을 10%에 가까운 천재교육 지분으로 갈아탄 것은 천재상사 주주로 있으면서 47억원의 배당금을 챙기고 난 뒤의 일이다. 최 전 감사는 32억원을 벌었다.
천재상사가 2007~2012년 도합 79억원의 현금배당을 한 데서 비롯된다. 배당성향이 매면 낮게는 65%, 높게는 108%인 점에 비춰보면, 천재상사가 남매에게 아낌없이 배당금을 풀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묘하다. 천재상사는 천재교육의 자회사가 된 뒤로는 지금껏 단 한 번도 배당을 한 적이 없다. 또 있다. 사업구조는 변한 게 없지만 주식교환이 있던 2013년을 정점으로 매출은 해마다 줄어 작년에는 261억원밖에 안 된다. 영업이익은 1억원 남짓이다.
천재상사가 원래 만들어진 이유가 정황상 창업주 2세의 승계 재원 확보와 지렛대 노릇을 위한 것이었다고 친다면 이해 못할 일도 아니다. 가업세습에 관한 한, 이래저래 얘깃거리가 많은 집안이다. 다음은 에이피컴퍼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