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한 전자제품이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이미 수많은 전자기기를 사용하며 살고 있지만 내일이면, 다음 달이면, 내년이면 우리는 또 새로운 제품을 만납니다. '보니하니'는 최대한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전자기기를 직접 써본 경험을 나누려는 체험기입니다. 직접 보고 듣고 만지며 느낀 새로움을, 더하거나 빼지 않고 독자 여러분께 전하려 합니다. [편집자]
청소기가 청소라는 본연의 기능만을 하는 시기는 지났다. 본업을 잘하는 것은 기본이고, 거실 한 가운데 놓아도 인테리어의 한 부분이 되는 '디자인'과 먼지통을 자동으로 비워주는 '편리함'까지 갖춰야 살아남는 시대다.
삼성전자가 자사의 맞춤형 가전 브랜드인 비스포크의 새로운 라인업으로 내놓은 '비스포크 제트'가 딱 그랬다. 집안의 인테리어와 조화롭게 어울리면서도 삼성 청소기의 대표 기능인 '청정스테이션'까지 일체형으로 진화했다. 청소 성능도 전작보다 좋아졌다. 삼성전자로부터 비스포크 제트 제품을 대여해 5일간 사용해봤다.
청소기는 예쁘긴 한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각각 비스포크, 오브제컬렉션이라는 디자인 강화 고급 가전 브랜드로 새로운 경쟁을 시작했다. 청소기도 예외는 아니었다. 삼성 비스포크 제트의 경쟁군은 LG의 오브제컬렉션 청소기다.
비교를 위해 지난 4월 썼던 LG의 오브제컬렉션 청소기 체험기와 같은 각도에서 사진을 촬영했는데, 삼성 비스포크 제트도 청소기 자체 디자인에서는 결코 밀리지 않는 느낌이었다. ▷관련기사: [보니하니]한낱 청소기 때문에 집 좁은 게 슬퍼졌다(4월23일)
LG오브제컬렉션이 각진 사각 디자인 특유의 정갈한 느낌을 준다면, 삼성 비스포크 제트는 몸체가 원통형이라 좀 더 유려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받았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예쁜 청소기'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여한 제품 색상은 '미스티 화이트'였는데, 흰 제품에 로즈골드 색상으로 포인트를 줘 고급스러운 느낌이 났다.
다만 각종 브러시와 보조 배터리를 보관할 수 있는 '액세서리 크래들'이 따로 있는 게 인테리어에는 별로였다. LG오브제컬렉션의 경우 올인원타워에 브러시를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는데, 삼성 비스포크 제트는 액세서리 크래들을 별도로 제공한다.
물론 액세서리 크래들은 여러 브러시를 한 번에 꽂아놓고 쉽게 옮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청소기를 사용하다 물걸레나 먼지떨이를 가지러 가기 위해 자리를 이동해야 하는 불편을 줄인 셈이다. 하지만 비스포크가 외관을 중시한 제품이라는 것을 고려했을 때는 아쉬운 지점이다.
청정스테이션의 이유 있는 진화
뭐니 뭐니 해도 비스포크 제트의 가장 큰 특징은 '일체형 청정스테이션'이다. 청정스테이션은 삼성 제트 전용 자동 먼지 배출 시스템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먼지를 자동으로 비워주는 '청정스테이션'을 국내에서 가장 먼저 선보이면서 국내 청소기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였다. 작년 청정스테이션이 출시된 이후 12월까지 삼성 제트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청정스테이션이 먼지를 자동으로 비워주는 편리함을 제공하기는 했지만, 기존 모델의 경우 청소기에서 먼지통을 분리해 청정스테이션에 꽂는 과정이 동반돼야 했다. 이에 LG전자가 충전과 거치, 먼지 비움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올인원타워'를 먼저 선보였고, 삼성전자도 곧바로 청정스테이션을 스탠드 거치대와 일체화해 맞대응에 나섰다.
비스포크 제트는 그 결과물이다. 비스포크 제트는 충전 거치대에 청소기를 거치한 뒤 조작부 버튼만 누르면 먼지통 뚜껑이 열리면서 먼지가 빨려나간다. 먼지를 비운 다음에는 뚜껑이 자동으로 닫히지 않는다. 사용할 때마다 먼지통을 닫아야 하는 점이 다소 번거로웠지만, 의도적인 설계라는 것이 삼성전자 측 설명이다. 먼지통이 전부 비워지지 않았을 때도 편리하게 치울 수 있을 뿐 아니라, 먼지 비움 기능을 소비자가 원할 때 정지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LG오브제컬렉션 청소기의 경우 먼지 비움 기능을 작동시키면 먼지통이 자동으로 개폐됐지만, 중간에 멈출 수 없고 작동 시간은 1분 정도였다. 먼지의 양이 많지 않을 경우 필요 이상으로 길다는 느낌을 받은 게 사실이다.
이에 비해 삼성 비스포크 제트의 청정스테이션은 먼지 비움 기능을 원할 때 쉽게 멈출 수 있었다. 짧게 작동해도 먼지가 충분히 빨아들여 지는 데다, 먼지를 빨아들이는 소리가 꽤 크기 때문에 작동을 멈출 수 있다는 것은 장점으로 다가왔다. LG 올인원타워와 달리 뚜껑이 열리면 먼지가 바로 떨어지는 일직선 먼지배출 구조로 설계돼 먼지통이 빠르게 비워진다는 것도 설계에 영향이 있을 듯했다.
청정스테이션을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청소기를 꽂지 않고도 먼지 비움 기능이 작동된다는 얘기다. 브러시에 붙은 먼지를 흡입하거나 작은 쓰레기를 바로 흡입할 때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란다. 자칫 소리가 위협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바람이 빨아들이는 것이라 소리만 요란할 뿐 전혀 위험하지는 않았다.
흡입한 먼지는 청정스테이션에 먼지봉투로 모인다. 다만 LG오브제컬렉션 청소기와 마찬가지로 먼지봉투 자체에 고정을 위한 플라스틱이 일체형으로 부착돼 있다는 점은 아쉬웠다.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려면 플라스틱을 제거해야하니 말이다.
가볍고 강력하고 편리해졌다
청소기 조작부 디스플레이(화면)에 제품에 상태가 보이는 것은 꽤 편리했다. 청소기의 상태나 에러 상황의 해결법을 보여줄 뿐 아니라, 일반·강력·초강력·제트 등 흡입력 모드별 잔여 사용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배터리 상태에 따라 강도를 조절하면서 청소할 수 있어 유용했다. 완전 충전된 상태에서 일반 모드의 경우 50분, 강력 모드는 25분, 초강력 모드는 15분, 제트 모드는 9분 사용이 가능했다.
무게도 전작 대비 가벼워졌다. 전체 무게는 2.42kg으로 전작(VS9200) 무게인 2.73kg보다 11.4% 감소했고 배터리와 조작부, 먼지통 등을 포함한 핸디(손잡이) 무게는 1.44kg으로 11.1% 줄었다. 이는 모터 무게가 가벼워진 덕이기도 하다. 전작의 모터 무게는 205g이었던 것에 비해 비스포크 제트 모터는 109g으로 절반가량 무게가 줄었다. 그러면서도 흡입력은 200W(와트)에서 210W로 향상됐다.
물걸레 브러시 사용 시 활용할 수 있는 기능도 더해졌다. '물분사' 기능이다. 물걸레 브러시 상단에 물통을 끼우면 소비자가 필요할 때 물을 분사할 수 있다. 플러스(+) 부분을 누르면 청소기 헤드 앞부분에서 물이 분사돼 마를 걱정 없이 물걸레 청소가 가능하다.
LG전자의 오브제컬렉션 청소기의 물걸레 브러시는 자동으로 물을 공급해주는 기능이 있는데, 이에 비하면 소비자가 필요할 때 물을 직접 분사할 수 있어 좀 더 직관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물걸레 청소와 동시에 먼지 흡입이 가능한 LG전자 청소기와는 달리 비스포크 제트는 물걸레 브러시를 끼우면 먼지 흡입은 불가능했다. 사용성은 조금 떨어진다고 느껴졌지만, 먼지 흡입 없이 물걸레 브러시의 회전 기능만 단독으로 수행해 물기를 머금은 먼지가 청소기 내부로 유입돼 곰팡이가 생길 걱정이 없다는 게 삼성전자 측 설명이다. 물걸레는 빨아쓸 수 있는 다회용 물걸레와 일회용 물걸레 두 가지를 사용할 수 있어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다.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
물걸레 등 추가 브러시와 일체형 청정스테이션을 포함한 비스포크 제트의 가격은 130만원대다. 구성품을 줄이면 80만원대에도 구매할 수 있다. 사실 소비자들에게는 이것이 가장 큰 강점이다. 출하가 기준 올인원타워를 더한 LG전자 청소기 제품의 최저가는 130만원대다. 삼성전자 청소기의 풀 패키지가 LG전자 청소기의 가장 저렴한 구성과 가격이 비슷한 셈이다. 원형의 디자인이나 액세서리 크래들의 보관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소비자의 마음이 충분히 기울 수 있는 수준이다.
현재 국내 청소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30%대다. 과거 부동의 시장 1위였던 다이슨은 가볍게 밀어냈고, 현재 1위를 공고히 지키는 LG전자의 50% 점유율을 무서운 속도로 따라잡고 있다. 삼성전자 가전(CE)부문의 강력한 무기인 비스포크와, 성과가 미미했던 청소기 시장에서 재기의 발판이 된 청정스테이션의 결합 효과가 얼마나 나타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