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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업계, '희귀의약품' 잡아라

  • 2021.06.14(월) 10:35

생산성 높고 정부 혜택 많아 관심
시장 지속 성장…업계 관심 높아

/그래픽=비즈니스워치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희귀의약품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희귀질환 치료를 공공보건정책의 우선순위로 두는 나라가 많아지면서 치료제 개발을 위한 혜택이 늘고 있어서다. 기존 의약품 시장 대비 상대적으로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는 점도 희귀의약품 시장의 성장 배경으로 꼽힌다. 향후 희귀의약품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국내 제약바이어업체들의 시장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제약바이오업계의 블루오션

희귀의약품은 환자수가 2만명 이하인 희귀질환에 사용하는 의약품이다. 희귀질환은 환자 수가 극소수이고 약 개발이 어려워 제약사가 상대적으로 치료제 개발에 관심을 두지 않는 영역이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향후 희귀의약품 시장이 '블루오션'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높은 생산성과 비교적 낮은 경쟁률 △치료제 개발을 위한 각국 정부의 지원 등을 그 이유로 꼽는다.

과거 희귀의약품 개발은 경제성이 낮은 분야로 여겨졌다. 치료제 개발 과정이 복잡하고 개발 비용이 많이 드는 반면 환자 수는 적어 매출이 적은 탓이다. 그러나 최근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이 부분이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경쟁 상대가 적고 미충족 수요(unmet needs)를 공략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희귀의약품의 경우 대체 치료제가 없어 단가도 높게 책정한다.

반면 기존 의약품 시장은 포화 상태다. 생산비용과 개발비용은 증가하고 생산성은 감소하는 추세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 생산성은 비용 대비 허가받는 품목 수를 의미한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신약 개발은 어려운 분야만 남았다"며 "소위 따기 쉬운 열매는 다 땄고 어려운 분야만 남은 셈"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비교적 늦게 주목을 받고 있는 희귀의약품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희귀질환은 아직 개발이 많이 이뤄지지 않아 미충족 수요가 높은 분야"라면서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니즈가 있고 가격도 높아 부가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지원이 많다는 점도 제약사가 희귀의약품 개발에 뛰어드는 이유로 꼽힌다. 세계적으로 많은 국가가 희귀질환을 공공보건정책의 우선순위로 설정하고 희귀의약품 개발을 장려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1983년 공익을 위해 희귀의약품을 생산하는 제약사에 7년 동안 마케팅 독점권을 주는 희귀의약품법(Orphan Drug Act)이 생겼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희귀의약품 지정 제도(ODD, Orphan Drug Designation)'를 통해 세금 감면, 허가 신청 비용 면제 등의 혜택을 준다.

우리나라도 희귀질환관리법에 따라 희귀의약품의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면 임상보조금 지원, 시장독점권 부여, 조건부 판매 허가 등의 혜택을 받는다. 희귀의약품은 신속 심사 대상으로 임상1·2상 결과만으로도 품목 허가와 출시가 가능하다.

제약업체 관계자는 "규모가 작은 회사일수록 정부 지원이 많고 규제가 덜한 희귀의약품 시장을 노려야 한다"며 "특히 희귀의약품은 임상 실험에서 많은 대상자를 모집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밝혔다.

미충족 수요 등 성장성 충분

이에 따라 국내 제약사들도 희귀의약품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GC녹십자와 목암생명과학연구소는 최근 알지노믹스와 차세대 리보핵산(RNA) 플랫폼 기반 희귀질환 치료제를 공동 개발하기 위한 협약을 맺었다. 항암제 개발 전문 기업 메드팩토도 희귀질환인 데스모이드 종양의 치료제의 희귀의약품 지정 제도를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한미약품은 국내 제약사 중 식약처와 FDA,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가장 많은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은 곳이다. 6개 파이프라인에서 10건의 적응증으로 총 17건의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지난달에는 FDA로부터 희귀질환인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의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은 바 있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제일약품의 신약개발 부문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식약처와 FDA로부터 췌장암 신약후보물질을 희귀의약품 지정받았다. 앞서 FDA는 대웅제약이 개발한 전신피부경화증 치료제를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했다. 피부부터 장기까지 딱딱하게 변하는 전신피부경화증의 치료제로 허가받은 의약품은 없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희귀의약품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이벨류에이트파마 보고서에 따르면 희귀의약품 시장은 2018년 1380억달러(약 154조원)에서 2026년에는 2550억달러(약 284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외 희귀의약품 지정 건수도 늘고 있다. 지난해 미국 FDA 신약 승인건수는 총 53건으로 이중 58%(31건)이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해 식약처로부터 희귀의약품 품목허가를 받은 건수는 총 24품목이다. 11건의 허가를 받은 2019년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희귀질환은 아직 미개척 분야인 만큼 시장 규모도 더욱 커지고 국내 제약사 진출도 활발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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