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원양 컨테이너선사인 HMM의 노사가 밤샘 교섭 끝에 임금·단체협약(임단협)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지난 6월 임단협에 나선 지 77일만이다. 파업에 따른 국내 수출기업들의 '물류대란' 우려는 한숨 돌리게 됐다.
2일 서울 종로구 HMM 본사에서 전날 오후 2시부터 추가 교섭을 진행한 사측 배재훈 HMM 사장과 노조 측 김진만 육상노조위원장, 전정근 해원노조위원장 등은 이날 오전 8시 합의안에 최종 서명했다.
이날 노사가 합의한 내용은 임금 7.9% 인상(올해 1월 1일부터 소급 적용),연내 격려금 및 생산성 장려금 650% 지급 등이다. 이와 함께 노사는 공동으로 참여하는 추진단(TF)을 구성해 임금 경쟁력 회복 및 성과급 제도 마련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애초 사측은 임금 5.5% 인상과 월 급여 100%의 격려금 지급 등을 노조 측에 제안했다. 이에 노조는 임금 25% 인상과 성과급 1200%를 요구하며 맞섰고 사측은 임금 8% 인상과 격려금 300%, 연말 결산 후 장려금 200% 지급 등이 담긴 최종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날 공동대책위는 HMM이 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리체제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향후 목표라고 밝혔다.
HMM이 채권단 자율협약 관리 체제하에 있다 보니 노사 간 자율조정이 불가했고, 이 때문에 갈등이 장기화했다고 주장했다.
이재진 위원장은 지지부진한 협상에 대해 "산업은행은 HMM에 7조20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기 때문에 임금을 인상하면 국민적 여론이 좋지 않을 수 있다는 논리를 계속 내세웠다"며 "실제로 산업은행이 주식 전환 등으로 25% 지분을 가지고 있어 이번 임금협상 내내 간섭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해 980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올해 상반기 2조5000억원, 연말엔 6조원 가까이 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되며 HMM이 현재도 3조원 이상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를 토대로 공적자금위원회는 HMM으로부터 공적자금을 회수하길 바란다. 저희의 목표는 하루빨리 HMM을 정상 기업으로 회복시켜 놓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