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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바꾼 '의약품 제조 실태 조사'…'비대면'이 대세

  • 2021.09.15(수) 13:32

2021 글로벌 바이오 콘퍼런스 'GMP 포럼'
코로나19 이후에도 '비대면 조사' 계속될 듯
"화상 플랫폼 등 규제기관별 조사법 대비해야"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제약바이오 업계에도 '언택트' 바람이 불고 있다. 국내‧외 규제기관들은 현장 조사가 어려워지면서 비대면 방식으로 의약품 제조 시설의 우수 의약품제조·관리기준(GMP) 실태를 조사, 관리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은 지난 14일 열린 '2021 글로벌 바이오 콘퍼런스(GBC 2021)'에서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비대면으로 GMP 실사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백남호 셀트리온 품질감사팀 차장이 14일 열린 2021 글로벌 바이오 콘퍼런스에서 비대면 실사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자료 = GBC 2021

GMP는 우수한 의약품을 공급하기 위해 마련된 전 공정에 관한 가이드라인이다. 제조소의 설비나 원료의 구입에서부터 보관, 제조, 출하에 이르는 모든 과정의 관리기준을 규정하고 있다.

엄격한 공정관리는 의약품의 품질과 직결된다. 기준을 따르지 않고 임의로 제조한 의약품은 국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의 규제기관은 GMP를 의무화하고, 최종 의약품 품질의 일관성을 검증한 후 문서화하는 '밸리데이션'을 도입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현장 실사가 어려워지면서 규제기관들은 '비대면 실사'로 전환하고 있다. 비대면 실사는 해외 제조소를 직접 방문하는 대신 서류와 영상 등의 자료를 통해 의약품 공정을 검토하는 방식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은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실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비대면 실사를 진행 중이다. 국내 보건당국도 지난 14일 의약품 해외 제조소의 비대면 조사 세부 운영 절차를 담은 '비대면 조사 운영 매뉴얼'을 발간했다.

현재까지 각국 규제기관이 비대면 실사를 공식적인 실사로 인정하고 있진 않다. 하지만 업계에선 코로나19 이후에도 비대면 실사는 새로운 선택지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비대면 실사를 위한 기반이 마련된 만큼 비대면 실사와 현장 실사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실사'가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백남호 셀트리온 품질감사팀 차장은 "FDA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연간 1만5000~2만건에 이르는 현장 실사를 실시했지만 팬데믹 이후 약 821건으로 대폭 줄었다"며 "지난해 진행하지 못한 실사들이 올해로 넘어오게 되면서 FDA도 현장실사와 함께 서류나 영상 등을 활용한 비대면 실사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은아 삼성바이오로직스 그룹장 역시 FDA와 EMA를 포함한 여러 규제기관이 라이브 스트리밍 공장 투어, 실시간 화상회의 등을 통해 비대면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여 그룹장은 "많은 규제기관과 제약사 등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현장 실사를 대체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신기술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백 차장과 여 그룹장은 모두 비대면 실사는 대면 실사에 비해 더 면밀한 검토와 철저한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비대면 실사의 경우 규제기관과 조사 대상인 제조소의 시간과 장소가 다르다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백 차장은 "사전 녹화 영상이나 서류를 통한 비대면 실사는 여러 규제기관의 실사를 동시에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대응하는 업체 입장에선 대면 실사에 비해 더 준비해야 할 게 많다"면서 "규제기관과의 시차뿐만 아니라 질의서와 답변을 주고받는 시간 등을 미리 계획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 그룹장도 "실사와 관련해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는 연락책을 따로 정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기술적인 부분을 확립하는 등 사전 계획을 철저하게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두 전문가에 따르면 규제기관별 비대면 실사 가이드라인에도 차이가 있다. FDA의 비대면 실사 가이드라인은 실시간 화상 플랫폼으로 'MS팀즈', '줌', '어도비 커넥트'만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상황에 맞춰 제조소가 자체 개발한 플랫폼을 사용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따라 규제기관의 특성에 맞는 준비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백 차장은 "러시아는 사전 녹화한 영상으로도 충분했지만 EMA는 라이브 스트리밍 요청이 많았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통일된 비대면 조사 가이드라인이 있지 않기 때문에 어떤 플랫폼을 활용할 것인지 등 세세한 부분을 미리 생각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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