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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퍼스트무버]'카피캣'이 여는 폴더블 시대

  • 2021.10.19(화) 11:22

삼성전자 폴더블 스마트폰
스마트폰 늦게 시작했지만 새 폼팩터 선두에
품질논란 등 우여곡절 겪은 뒤 대중화 '속도'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산업 변화를 주도하는 기업을 말합니다. 아이폰의 애플이 대표적입니다. 꼭 전에 없던 것을 완전히 새로 창조하는 기업만을 뜻하진 않습니다. 후발주자였지만 기술과 전략으로 시장을 압도해 퍼스트 무버가 되는 경우도 적잖습니다. 한국 기업 가운데도 꽤 있습니다. 비즈니스워치는 역경을 딛고 퍼스트 무버로 자리잡거나, 또 이를 향해 나아가는 'K-퍼스트무버' 기업 사례를 시리즈로 연재합니다. [편집자]

삼성전자가 올 하반기 출시한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Z' 시리즈가 한 달여 만에 국내서만 100만대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바(Bar) 타입의 스마트폰인 '갤럭시 노트10', '갤럭시 S8'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빠른 판매 기록이다. 폴더블폰을 선보인 지 3년, 세 번째 만에 거둔 성과다. 폴더블 형태로도 기존 바 타입만큼 판매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된 초기 성적표다.  

삼성전자가 폴더블폰 시장을 선도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중국에 폴더블폰 '최초' 타이틀을 뺏기고, 첫 제품 출시부터 품질 문제로 몸살을 앓았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에서 '패스트 팔로워(새로운 제품·기술을 쫓아가는 기업)'였던 삼성전자는, 이제 새로운 폼 팩터(제품 형태)를 제안하며 시장을 주도하려 하고 있다.

스마트폰 한계 '폴더블'로 극복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 후발주자다.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선보이면서 현재 형태의 스마트폰 시장이 열렸고, 삼성은 한발 늦게 흐름을 따라갔다. 2010년에야 당시 글로벌 브랜드였던 '애니콜'을 버리고 '갤럭시'라는 새로운 브랜드로 스마트폰 시장 공략에 나섰다. 애플은 '카피캣'이라며 비아냥거렸지만 결과는 대성공. 갤럭시 시리즈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판매량 기준 1위 사업자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보편화한 뒤 다시 고민에 빠졌다. 스마트폰 기술이 해를 거듭하면서 성장해온 터라 더 이상의 '혁신'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져서다. 최근 몇 년간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내놓은 신제품 중 눈에 띄는 기술 개선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관련기사: [갤럭시 실록]③일상이 된 위기…도전은 계속된다(2020년 8월28일)

업계에서는 새로운 폼팩터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일반화된 바 타입의 스마트폰이 아닌 색다른 형태의 스마트폰으로 혁신을 꾀해야 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삼성전자가 내세운 기술은 '폴더블(접는)'이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후발주자가 선두주자 되기까지

삼성전자는 폴더블폰 시장의 '최초' 타이틀은 거머쥐지 못했다. 세계 최초 폴더블폰은 중국 무명업체 로욜(Royole, 柔宇)의 '플렉스파이'다. 2019년 삼성전자가 폴더블폰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자, 중국 등 수많은 스마트폰 제조사에서 이를 저지하기 위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로욜도 그중 하나였다.

플렉스파이는 2019년 1월 'CES 2019'에서 처음 공개돼 엄청난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실물을 직접 본 이들의 평가는 처참했다. "최초 타이틀 욕심이 낳은 참사"라는 혹평까지 나올 정도였다. 최초에 대한 아쉬움은 삼성전자가 공개할 폴더블폰을 더욱 주목시켰다. 삼성전자는 한 달 뒤인 '갤럭시 언팩 2019' 행사에서 갤럭시 폴드 실물을 처음 공개했다.

당시 중국 제조사들은 '아웃 폴딩' 방식을 채택했는데, 갤럭시 폴드는 '인 폴딩' 방식이었다. 인 폴딩 방식은 화면을 안으로 접기 때문에 화면을 밖으로 접는 아웃폴딩보다 내구성이 좋다. 갤럭시 폴드를 향한 기대감이 커진 이유였다.

덕분에 2019년 4월부터 예약판매를 시작한 갤럭시 폴드는 하루 만에 완판되는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기세가 출시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새로운 폼팩터를 의심하는 외신의 공격이 시작되면서다. 리뷰용 제품을 사용해본 미국 매체들은 경첩(힌지) 부분 주름과 디스플레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 더해 경첩 부분에 이물질이 들어가는 문제까지 겹쳐지자 삼성은 갤럭시 폴드의 출시를 무기한 연기했다.

갤럭시 폴드의 결함을 보완하는데 들인 시간은 6개월. 같은 해 9월 '갤럭시 폴드 5G'가 정식으로 출시됐다. 이전까지 쏟아진 비난이 무색하게도 갤럭시 폴드는 그간의 문제점을 떨쳐내 호평을 얻었다. 폴더블폰 시대의 시작이었다.

비스포크 더해 '폴더블 대중화'

올해는 삼성전자가 목표한 폴더블 대중화의 원년이다. 이를 위해 매년 하반기 출시하던 '갤럭시 노트 시리즈'도 일단 올해는 접었다. 대신 폴더블폰 라인업인 '갤럭시 Z 3시리즈'로 적극적인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출시된 '갤럭시Z 플립3'은 '비싼 아재폰'이라는 폴더블폰에 대한 인식을 바꿔버린 결정적 제품이 됐다. 감각적인 디자인과 다양한 색상으로 젊은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올해 출시된 갤럭시Z 시리즈는 출시 39일 만에 국내서 100만대가 팔렸는데, 이중 Z플립3의 비중은 70%가 넘었다.

갤럭시Z플립3. /사진=백유진 기자 byj@

삼성전자는 갤럭시Z 시리즈에 자사의 맞춤형 가전 브랜드인 '비스포크' 디자인을 입힐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오는 20일 오후 11시(한국시간) 열리는 '삼성 갤럭시 언팩 파트2'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색상을 폴더블폰에 적용할 수 있게 되면, 폴더블폰 대중화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다.▷관련기사:'갤럭시Z+비스포크' 플립만? 폴드도?(10월13일)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폴더블 출하량은 900만대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이중 삼성전자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비중은 88%다. 아직 전체 스마트폰 중 폴더블이 1%도 되지 않지만 폴더블 시장은 점점 커질 전망이다. 향후 애플을 비롯한 제조사들이 폴더블에 많이 뛰어들어도, 삼성전자의 위상은 쉽사리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2023년까지 폴더블 시장은 10배 가까이 성장할 전망"이라며 "폴더블폰 시장에 진입하고 있는 업체들이 있지만, 향후에도 삼성은 75% 정도의 점유율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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