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그룹 이수의 오너 김상범(61) 회장 일가가 계열사 이수페타시스의 유상증자를 외면했다. 주주 우선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증자에서 일가가 청약을 앞두고 신주인수권을 죄다 팔아치웠다.
24일 이수페타시스에 따르면 김상범 회장 일가는 지난 13~18일 유상증자 신주인수권 140만9004주를 장내 매각했다. 당초 배정물량(141만1504주) 중 99.82%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주당 평균 394원인 5억5500만원에 처분했다.
김 회장의 부인 김선정(57)씨가 115만336주(4억5800만원)를 모두 팔아치웠다. 김 회장 또한 24만3274주(9200만원)를 전량 내다팔았다. 두 아들도 김세민(33) ㈜이수 전무와 김세현(24)씨도 예외가 아니다. 1만7894주 중 김 전무 2500주를 제외하고는 현금화했다.
김 회장 일가의 신주인수권을 거의 100% 매각했다는 것은 계열사 이수페타스시가 추진 중인 유상증자에서 자신들에게 배정된 금액에 대해 사실상 전액 실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초고다층 인쇄회로기판(PCB) 전문업체인 이수페타시스는 현재 유상증자 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다.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신주 2197만8021주를 발행한다. 현 발행주식(4126만8398주)의 53.3%(증자비율) 규모다. 현재 1차발행가격이 3295원으로 정해진 상태로 이를 기준으로 모집금액은 724억원이다.
최종발행가는 오는 25일 결정된다. 이어 28~29일 우리사주 및 주주 청약, 11월2~3일 실권주 일반공모를 거쳐 11월5일(납입) 마무리 짓는 일정이다. 최종 청약미달 주식은 주관 증권사에서 인수한다.
이번 증자에서 우리사주조합 우선배정분 145억원(20%)을 제외한 579억원(80%)이 주주 몫이다. 신주배정비율은 주주 소유주식 1주당 약 0.43주다. 신주배정기준일은 지난 17일이다.
이수페타시스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은 30.82%다. 지주회사 ㈜이수가 1대주주로서 22.78%를 보유 중이다. 이외 지분 8.04%는 김 회장 일가 4명 소유다. 김선정씨가 6.54%로 가장 많다. 이어 김 회장 1.38%, 김 전무와 김세현씨 각각 0.10%, 0.005%다.
따라서 이번 이수페타시스 유상증자에서 김 회장 일가에게 배정된 몫은 1차발행가 기준으로 총 47억원이다. 하지만 청약을 앞두고 신주인수권 거의 전량에 대해 매각이 이뤄짐으로써 일가는 사실상 주주청약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게 되는 것이다.
김 회장 일가의 실권으로 인해 이수페타시스의 대주주 보유지분도 상당 폭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이수의 전량 청약(132억원)이 이뤄진다 해도 종전보다 4.39%p 줄어든 26.43%로 낮아진다. ㈜이수 21.29%를 비롯해 김선정씨 4.27%, 김 회장 0.90% 등 일가 소유 5.24%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