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가 경제위기에 빠졌다. 국내 기업들은 채용문을 걸어 잠그고 인력감축 등을 통해 허리띠를 졸라맸다. 반면 제약바이오 업계는 오히려 채용 확대를 통해 기업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국산 원료의약품 수요 증가와 코로나 치료제, 백신, 진단키트 등 개발 및 생산으로 바빠지면서 오히려 일손이 부족해져서다.
한국바이오협회는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을 받아 구인구직 취업플랫폼 사람인을 통해 '바이오헬스 온라인 채용관'을 오픈했다. 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을 통해 '바이오 데이터 엔지니어 온라인 채용관'도 열었다. 바이오헬스 업계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공동 채용관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직자들은 해당 채용관을 통해 지역별, 직업별로 한국바이오협회 회원사들의 채용공고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한국바이오협회의 회원사는 지난 5월 기준 총 361개사다. 1일 기준 '바이오헬스 온라인 채용관'에 등록된 채용공고는 총 271건이다.
지역별로는 △서울 138건 △경기 89건 △인천 13건 △충북 16건 △강원 8건 △대전 8건 △전북‧충남 4건 △광주 3건 △부산‧경남 2건 △경북‧전남‧세종‧대구 1건 등이다. 직무별로는 연구‧사업개발(BD)‧인허가(RA)‧품질보증(QMA) 등 제약바이오 전문 분야부터 소프트웨어(SW)개발‧재무‧대외협력‧경영지원‧영업‧마케팅 등에 이르기까지 채용분야도 다양하다.
셀트리온의 경우 근무지가 대부분 본사가 있는 인천 송도지만 국내 RA와 케미컬임상 부문은 서울에서 근무한다. 휴온스그룹 역시 본사가 있는 경기도 성남, 중앙연구소가 있는 경기도 안산, 제조시설이 있는 충북 제천, 계열사 휴메딕스 영업직은 부산 등 직업별로 근무지가 각기 다르다. 이밖에 헬릭스미스, 아이진, 재테마 등도 대거 인재영입에 나섰다.
또 경력직뿐만 아니라 신입을 채용하는 기업도 많다. 올해 초 사람인이 기업 330개사를 대상으로 '경력직 채용 선호도'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신입보다 경력직을 우선 채용한다는 대답이 53.3%에 달했다. 업무에 바로 투입할 인력이 필요해서다.
바이오헬스 역시 바로 현장 투입이 가능한 임상 등 연구부문은 경력직을 선호하는 곳이 많다. 그러나 공정개발이나 생산기술, 영업 등 신입사원을 모집하는 채용공고도 129건에 달했다. 이는 등록된 채용공고 건수이고 실제 채용공고 내에 다수 직무가 같이 등록돼 있어 실제 모집건수 및 인원은 더 많다.
'바이오 데이터 엔지니어 온라인 채용관'은 ‘바이오 데이터 엔지니어’ 전용 채용관이다.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직업이지만 최근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직업 중 하나다. 기존에는 단일 의약품으로 환자들을 치료했다면 이제는 인공지능(AI)이나 데이터를 기반으로 환자 맞춤형 의약품 개발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바이오 빅데이터 활용 및 수요가 확대되면서 '바이오 데이터' 전문인력들이 대거 필요해진 상황이다.
그러나 이제 시작 단계여서 인력 부족에 대한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부터 '바이오 데이터 엔지니어 양성사업'을 전개해왔다. 1일 기준 '바이오 데이터 엔지니어' 채용공고는 총 72건이 등록돼있다.
제약바이오 업종의 채용 프로그램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제약바이오 채용 박람회가 매년 9월에 열리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은 공동으로 지난 2018년과 2019년에 '제약바이오산업 채용박람회'를 개최한 바 있다.
지난해부터는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대한화장품협회,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등 6개 단체들도 합세하면서 '바이오헬스 일자리 박람회'로 변경, 개최되고 있다.
올해는 하반기 98개 바이오헬스 기업과 청년 구직자에게 직무 멘토링을 제공하는 12개 기업 등 총 110개 기업이 대거 참가, 구직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다만 기존 채용박람회는 매년 9월 하반기에 한시적으로 열려 상반기에 제약바이오 채용 정보를 얻기가 어려웠다.
반면 '바이오헬스 온라인 채용관'은 내년 상반기까지 6개월 이상 운영된다. 청년구직자와 바이오헬스 기업 모두에게 장기간 구직‧구인의 기회가 열렸다. 코로나 이전까지 대형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공개채용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불안한 경제상황으로 그때그때 필요 인력을 보강하는 상시채용 추세로 전환됐다.
업계는 온라인 채용관을 통해 우수 인력을 선발하는 동시에 취업난을 겪고 있는 청년 구직자들에게도 기회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산업은 미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성장 가능성이 열려있다"며 "기업들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구직자들에게는 취업난을 이겨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