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하나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글로벌 혁신 신약 개발도 온 정부부처의 전(全)주기 밀착 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통합 컨트롤타워가 마련돼야 한다
제약기업 대표이사(CEO)들이 일제히 신약 개발 컨트롤타워 시스템 마련을 주문하고 나섰다. 지난 13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개최한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 신년 대담회'에서 이들은 엄격한 규제와 인력 부족으로 신약 연구개발(R&D) 지원이 단절되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역할을 촉구했다.
글로벌 혁신 신약 개발에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간다. 이처럼 공을 들인 연구개발의 결과물이 제품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R&D 초기 단계부터 기술과학, 규제과학 양 측면의 밀착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 그러나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규제 인력 부족과 각 정부 부처의 신약 R&D 단계별 지원 단절로 혁신 신약 개발에 어려움이 많다는 지적이다.
이날 발제를 맡은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는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빠른 성장 및 부가가치 창출 지원을 위한 민관 협력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협력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예산 및 인력을 확보해야 하고 성공사례를 통한 국가 기술력과 공공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식약처의 의료제품분야 허가‧심사 인력은 2019년 기준 333명으로 공무원 176명, 계약직 157명이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경우 8398명, 유럽 의약품청(EMA)은 약 4000명, 캐나다 헬스캐나다(HC) 1160명, 일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는 561명에 달한다.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는 허가심사 정부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데다 고용이 불안정한 계약직 비율이 높다. 이에 정부차원의 컨트롤타워를 통해 전문인력이 신약 개발 전주기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날 행사에 대담자로 참석한 엄대식 동아에스티 회장은 "글로벌 혁신 신약은 기존에 개발된 사례가 없는 '퍼스트 인 클래스(First In Class)'다"라며 "처음 개발하는 신약은 개발 발향 설정이나 계획 등을 세우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지적했다. 엄 회장은 동아에스티가 개발 중인 근감소증 치료 신약을 예로 들었다. 전 세계적으로 근감소증 치료제의 개발 및 허가 사례는 아직 없다. 이에 개발 및 허가를 위한 유효성 평가 기준 등이 아직 정립돼 있지 않다.
엄 회장은 "정부 차원의 신약 개발 전주기 컨트롤타워를 통해 신약 개발의 방향성과 허가기준 등을 조언 및 지원해준다면 신약 개발 가능성을 높이고 기업 입장에서도 자신감 있게 신약 개발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신약 임상 및 허가심사의 일관성과 연속성이 떨어지는 계약직보다 정규직 연구관과 사무관의 증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도 정부의 전주기 통합 컨트롤타워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 안 사장은 "코로나 이후에도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산업 발전을 위해 신약 개발 전주기 통합 컨트롤타워는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신약 개발의 처음과 끝이 일관되게 이어지기 위해서는 시스템을 제도화해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신재 셀트리온 사장 역시 국산 최초 코로나 치료제 '렉키로나'를 예로 들면서 정부와 기업별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장 사장에 따르면 '렉키로나'의 개발 및 허가가 빠르게 이뤄질 수 있던 배경은 프로젝트 매니저(PM)의 영향이 컸다. 셀트리온은 '렉키로나' 개발 전주기를 담당하는 PM을 지정해 예산과 일정 등을 통합 관리하는 역할을 했다. PM이 '렉키로나' 개발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셈이다.
장 사장은 "범정부적인 컨트롤타워 시스템 내에서 전문인력 관리와 신약 개발 허가심사 등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며 "기업들도 하나의 과제를 시작할 때 전담 프로젝트 매니저를 지정하면 효과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고 신약 개발도 빠르게 진전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