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그룹 대창의 후계자가 거액의 증여세를 한꺼번에 물기에는 벅찼던 모습이다. 창업주인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주식을 담보로 빚을 냈다. 이것으로도 모자라 또 주식을 맡기고 세금을 쪼개서 내기로 했다. 이렇다보니 소유 지분이 거의 죄다 담보로 잡혔다.

14일 ㈜서원에 따르면 조경호(50) 대표이사 부회장은 이달 초 보유지분 7.16% 중 3.37%(160만주)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공탁했다. 당시 주식시세(6일 종가 1930원)로 31억원어치다.
조 부회장은 창업주 조시영(78) 회장의 두 아들 중 장남이다. 이번 주식 공탁은 앞서 부친의 지분 증여에 대한 증여세 ‘연부연납(年賦延納)’을 위한 것이다. 한마디로 세금을 한꺼번에 내기에는 벅차 나눠 내겠다는 것이다.
조 회장은 올해 7월 말 ㈜서원의 지분 30.81% 중 6.95%(330만주)를 증여했다. 시세로도 총 110억원 달하는 적잖은 규모였다. 이를 계기로 조 부회장은 0.21%에 머물렀던 지분을 7.16%로 확대, 동생 조정호(47) 전무(6.57%)를 제치고 단일 2대주주로 부상했다.
이는 조 회장이 ‘장자 승계’를 못박았다는 의미를 갖는다. ㈜서원이 현재 12개(국내 6개·해외 6개)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 비철금속 그룹 대창의 사실상 지주회사이기 때문이다.
㈜서원은 황동 빌릿과 잉곳 등을 생산하는 업체다. 비록 외형(2020년 별도매출 1950억원 vs 4210억원)은 모태인 황동봉 등 비철금속업체 ㈜대창에 뒤쳐지지만 ㈜서원은 ㈜대창의 최대주주(37.2%)다.
이어 ㈜대창의 지배 아래 냉공조용 동합금 제조업체 에쎈테크(이하 ㈜대창 지분 34.02%)를 비롯해 동 파이프 등을 주력으로 한 태우(85.9%), 철강 및 특수강 압연 전문업체 아이엔스틸인더스트리(80.9%) 등의 주요 계열사들이 포진해 있다.

반면 조 부회장은 부친의 무상증여를 통해 공식 후계자로 인정받은 모양새지만 대가로 적잖은 증여세가 뒤따랐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법)상 증여재산이 상장주식이면 증여 전후 각각 2개월(총 4개월)의 최종시세 평균으로 매겨진다. 다만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주식의 경우에는 이게 다가 아니다. 20% 할증평가된다. 세율 또한 과세표준이 30억원을 넘으면 50%가 붙는다.
조 부회장의 경우 증여 당시 주식가치로 어림잡아 보면, 과세표준이 130억원가량으로 여기에 세율 50%를 적용하면 자진신고세액공제 등 각종 공제를 받더라도 납부해야 할 증여세가 대략 60억원 가까이 됐다.
자금압박이 컸다. 이에 따라 조 부회장은 이자를 감수하고 우선 빚을 냈다. 10월 말 지분 1.74%(82만4573주)에 이어 이달 초 1.63%(77만5194주)를 담보로 제공하고 3.5%~5.0%의 이자율로 증권사로부터 도합 19억원의 대출을 받은 게 이를 뒷받침한다.
이에 더해 연부연납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복안이다. 연부연납은 상속·증여세가 2000만원을 넘을 경우 세금의 6분의 1 이상을 신고·납부 기한 내에 먼저 내고 나머지 금액을 최장 5년간 나눠 낼 수 있는 제도다.
거저는 아니다. 증여세를 쪼개서 내는 대신에 연부연납 신청세액에 상당하는 보험증권·부동산·주식 등을 납세 담보물로 제공해야 한다. 게다가 가산금(현재 연 1.2%)도 물어야 한다.
따라서 조 부회장의 이번 30억원이 넘는 주식공탁은 연부연납을 위한 납세 담보다. 1차로 증여세 일부를 낸 뒤 나머지 세금은 분할 납부하기 위한 정해진 수순이라고 할 수 있다. 조 부회장이 현 보유지분의 94%를 담보로 잡힌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