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부진 사업을 정리하며 '선택과 집중'을 꾀해온 LG전자가 미래 먹거리 개발을 위한 준비에 시동을 걸었다. 블록체인 기반 소프트웨어 개발과 의료기기 등 신사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한 것. 가전·TV 등 기존 주력사업에서 시장 지위를 꾸준히 유지하면서, 신사업을 통해 미래 활로를 찾는다는 전략이다.
블록체인·의료기기 신사업 강화
LG전자는 24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재무제표 승인 △정관 변경 승인 △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 5개 안건을 결의했다. 주총은 주주들의 별다른 질의 없이 20여분 동안 진행됐으며, 모든 안건은 원안대로 승인됐다.
특히 이날 LG전자는 미래 먹거리인 신성장동력 사업들을 회사 경영 목적에 추가했다. 추가된 사업은 △의료기기의 제작 및 판매업 △특허 등 지적재산권의 라이선스업 △블록체인 기반 소프트웨어의 개발 및 판매 △암호화 자산의 매매 및 중개업 △유리 파우더 등 기능성 소재 제작 및 판매업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는 LG전자의 신사업 진출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LG전자는 지난해 7월 휴대폰 사업에서 철수한 이후, 올해 2월 태양광 패널 사업도 종료한 바 있다. 향후에는 가전 등 기존 사업에 주력하면서 미래를 이끌어갈 신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블록체인 기반 소프트웨어 개발 및 판매와 암호화 자산의 매매 및 중개업을 경영 목적에 추가한 것은 블록체인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조치다.
최근 LG전자는 블록체인 시장 진출을 위한 움직임을 지속했다. 지난 2020년 조직개편을 통해 최고기술책임자(CTO) 직속의 아이랩(iLab)을 신설해 블록체인과 NFT(대체불가토큰) 사업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주력 사업인 TV와의 시너지를 강화하려는 행보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에는 미국 디지털아트 플랫폼 업체인 블랙도브와 파트너십을 맺고 LED 사이니지에 NFT 디지털아트 플랫폼을 탑재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미술품 경매회사 서울옥션의 자회사인 서울옥션블루와 NFT 예술 작품 분야 콘텐츠 사업을 공동 추진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의료기기 부문 진출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LG전자는 지난 2020년 탈모치료용 의료기기인 '메디헤어'를 선보인 데 이어 올 1월 만성 통증 완화 의료기기인 'LG 메디페인'을 출시하면서 전문 의료기기 시장에서 사업 확대에 나선 바 있다. 메디헤어, 메디페인 등 의료기기 판매를 본격화하기 위해 의료기기법에 따라 정관을 변경했다는 것이 LG전자 측 설명이다.
이와 함께 MC사업본부 철수에도 모바일 특허 등 지적재산권 라이선스 사업은 계속 진행하기 위해 특허 등 지적재산권의 라이언스업도 경영 목적에 추가했다. 법랑 및 항균 기능성 유리 파우더 등 기능성 유리 소재의 제조·판매 사업도 추진할 전망이다.
이날 주총에서 배두용 LG전자 대표이사는 "올해 기업 가치 향상을 위한 사업구조 고도화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고객 가치 경영을 전사 전략 방향으로 추진하고자 한다"며 "사업 모델 확충 및 사업 방식 강화를 통한 질적 성장과 이를 위해 필요한 신사업, 기반 기술 등의 미래 준비를 통해 기업 가치를 높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주력 사업 경쟁력 더 높인다
LG전자는 신사업 추진과 함께 기존 사업 분야에서도 차별화된 경쟁력을 키워간다는 방침이다. 가전 등 주력 사업에서도 시장 지위를 지속적으로 향상시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배 대표는 "H&A사업본부는 냉장고, 세탁기 등 주력 사업의 시장 지위 확대 및 오븐, 시스템에어컨 등 육성 전략사업 성장을 가속화하는 한편 고객 경험 관점의 선제적 미래 준비 및 스마트가전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HE사업본부는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기반으로 올레드 TV 대세화 및 TV 사업의 미래 준비를 강화하고 콘텐츠, 서비스 기반의 플랫폼 사업 확대와 무선 해드셋 등 퍼스널 디바이스의 생산 가속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부연했다.
GM(제너럴모터스)의 전기차 볼트에서 발생한 배터리 화재 충당금 반영 영향으로 지난해 영업적자를 기록했던 VS사업본부의 경우 LG마그나와의 조기 시너지 창출을 통해 미래를 대비하겠다는 전략이다.
배 대표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불안 등 시장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한 오퍼레이션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사업 구조 건전화를 통해 성장과 수익성 확보가 가능한 사업 체계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또 "BS사업본부는 고객 관점의 제품 경쟁력 향상을 통해 IT(모니터·노트북)·ID(사이니지·상업용 TV) 사업 성장을 확대하고 버티컬별 고객 가치 차별화를 통한 신규 사업 기회를 지속 발굴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