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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결의' 웹젠, 극적 노사협상 이뤄질까

  • 2022.05.06(금) 17:14

작년 연봉인상 소수 임원만 혜택
국내 게임업계 최초로 파업 결의
노사, 12일 국회 간담회 참여키로

최근 중견게임사 웹젠의 노조가 국내 게임업계 최초로 파업을 결의했습니다. 노조 측은 이번 사태를 두고 단순한 처우 불만이 아닌 게임업계의 깜깜이 연봉협상 관행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라고 평가했는데요. 높은 연봉과 파격적인 복지 혜택으로 '꿈의 직장'이라 불리는 판교 게임업계이지만 현실은 이와 다르다는 지적입니다.

노사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자 국회가 중재에 나섰습니다. 오는 12일 '웹젠 노사 상생을 위한 국회 간담회'를 열기로 한 것인데요. 이번 간담회에서는 단순한 금전적인 내용을 넘어 임금과 관련된 노동 환경 전반에 대한 내용이 다뤄질 예정입니다. 악화일로를 걷던 웹젠 노사가 이번 간담회를 통해 극적인 협상을 이뤄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지난 4월 18일 웹젠 노조가 경기 성남시 웹젠 본사 앞에서 '김태영 대표이사 대화 촉구 및 웹젠지회 쟁의행위 예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웹젠노조

웹젠 노조(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웹젠지회)는 지난달 7~8일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권 찬반 투표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92.78%가 투표에 참여해 투표권자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찬성표를 던져 파업이 가결됐습니다. 국내 게임업체 노조가 파업을 결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웹젠의 임금교섭은 지난해 12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노조 측은 지난해 12월 22일 진행된 임금교섭에서 일괄적으로 1000만원을 올려줄 것을 요구했는데요. 이후 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을 거치며 평균 연봉 16% 인상과 일시금 200만원이라는 하향 조정안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사측의 제안이 기존 평균 10% 인상과 성과에 따른 차등 지급에 그치면서 간극을 좁히지 못했습니다.

노조 측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처우에 대한 불만으로 일어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지난해 게임업계에서 연봉 인상 릴레이가 펼쳐지자 웹젠은 연봉과 성과급을 더해 평균 2000만원 인상을 발표했는데요. 하지만 혜택이 소수의 임원에만 집중되면서 대부분 직원들의 연봉은 100만원 단위 인상만 이뤄졌다고 전했습니다.

공시 자료를 바탕으로 본 지난해 12월 기준 웹젠의 평균 연봉은 7100만원입니다. 이에 반해 노조가 설문으로 조사한 중위연봉은 4739만원 정도로 여기에 미치지 못합니다. 언뜻 보면 평균 급여가 높아보이지만 고액 연봉의 임원이 포함된 '허수'라는 게 노조의 주장입니다.

지난해 12월 기준 김태영 대표를 비롯한 등기이사 3인(김난희 경영지원본부장·연보흠 기술연구소장)의 1인당 평균 보수액은 2억6800만원으로 일반 직원의 3배가 넘는데요. 실제로는 이보다 격차가 훨씬 크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노조는 이를 두고 게임업계에 만연한 '깜깜이 연봉협상' 관행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는데요. 2020년 넥슨이 최초로 임금인상률을 공개하기 전까지는 게임업계 어디에서도 직원을 대상으로 임금 수준을 밝힌 적이 없고 웹젠 노조는 이번 임금교섭에서도 평가 및 연봉상승률과 중위연봉금액 등의 자료를 회사에 요청했으나 필요한 자료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한 채 교섭을 진행해야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파업을 예고했던 웹젠 노조는 일단 국회의 간담회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일단 이를 보류한 상태입니다. 웹젠 노조는 파업을 앞두고 지난 12일 화섬 IT위원회(네이버·카카오·넥슨·스마일게이트·한컴·포스코ICT노동조합 등)과 향후 진행방향을 공동 논의했는데요. 웹젠이 쟁의행위에 돌입할 경우 게임·IT 업계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국회가 중재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이상헌 의원실·환경노동위원회 노웅래 의원실의 주최로 오는 12일 열리는 '웹젠 노사 상생을 위한 국회 간담회'에서는 단순한 금전적인 내용을 넘어 임금과 관련된 노동 환경 전반에 대한 내용이 다뤄질 예정입니다. 사측도 간담회 참여 의사를 밝힌 만큼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한편 웹젠 창업자이자 최대주주(26.72%)인 김병관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성남 분당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화했는데요. 당 또한 김 전 의원을 전략공천키로 했습니다. 김 전 의원이 표면적으로는 회사 경영에 개입하지 않고 있지만 이번 사태가 선거에 일부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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