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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人터뷰]크로스앵글 CEO "데이터공유 생태계 만들겠다"

  • 2022.06.03(금) 16:26

이현우 공동대표겸 CTO 인터뷰
데이터 독점에 반기, 블록체인으로 공유
공시서 리서치·데이터로 서비스 늘릴 것

IT기업 입사를 희망하는 이가 늘면서 개발자 취업을 준비하는 이도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IT기업은 여전히 '개발자 모시기'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테크人터뷰'에선 IT 기업의 기술 리더를 만나 기술 비전과 기업 문화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겠습니다.

이현우 크로스앵글 공동대표 겸 CTO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학부 때부터 관심 많았던 분야는 AI(인공지능)와 데이터였어요. AI를 하려면 데이터가 많이 필요한데, 성공적인 서비스를 만든 기업이 데이터를 독점하는 게 불공평하다는 생각을 늘 해왔고 블록체인으로 이걸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가상자산 데이터 정보 플랫폼 '쟁글'을 운영하는 크로스앵글 이현우 공동 대표 겸 CTO. 그는 블록체인에 관심을 가진 계기가 코인도, 게임도 아닌 AI와 데이터였다고 강조했다. 블록체인으로 개발된 프로그램 서비스(디앱)들은 생성한 정보를 누구에게나 투명하게 공개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쟁글을 가상자산 공시와 콘텐츠 서비스를 넘어 정보플랫폼으로 키워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용자에게 맞춤형 웹 서비스를 제공하는 '웹3.0' 환경에서 어떤 개발자든 자유롭게 데이터를 얻어갈 수 있는 오픈플랫폼으로 성장해나가겠다는 의지다.

AI와 데이터로 입문한 블록체인

서울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이현우 대표의 관심사는 창업과 인공지능이었다. 하지만 인공지능을 만드는 데 필요한 데이터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커머스나 검색 포털처럼 이용자가 많은 서비스를 운영 중인 기업들이 자신들의 데이터를 잘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구글이나 네이버의 데이터 중 오픈되는 것은 정말 소수"라며 "데이터를 활용해 비즈니스를 만들 기회가 사장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의 눈길을 끈 건 블록체인이었다. 블록체인은 여러 서버에 정보를 저장하는 기술이다. 일부 기업이나 집단이 데이터를 독점할 수 없다. 예를 들어 A라는 블록체인 네트워크(메인넷)에서 게임을 만들면, 이용자 데이터가 A 네트워크를 구축한 여러 서버에 저장돼 자연스럽게 공유되는 식이다. 인기 NFT(대체불가능토큰) 작품을 어떤 사람이 얼마에 구매했는지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대표는 "블록체인은 디앱(어플리케이션)의 데이터가 공개돼 다양한 개발 환경이 조성되는 게 큰 잠재력"이라며 "공개적인 데이터베이스의 역할을 하면서 IT 서비스 환경을 한단계 높일 것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현우 크로스앵글 공동대표겸 CTO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어떻게 중장기 투자 환경 만들까"

블록체인에 관심을 가진 이 대표는 증권 분야에서 경험을 쌓아 온 김준우 공동대표와 함께 2018년 크로스앵글을 설립했다. 쟁글을 만든 이유를 묻자 그는 "어떻게 가상자산 업계에 중장기 투자 환경을 만들까 고민하다 투자를 위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식은 가치 투자를 비롯해 여러 투자 방식이 있는데, 가상자산 쪽은 장기적인 잠재력에 비해 너무 단기수익을 내는 트레이딩 쪽에만 쏠려있는 분위기"라며 "그렇게 시작한 게 공시"라고 덧붙였다.

쟁글은 메인넷과 디앱 프로젝트에 대한 세부 기준을 바탕으로 기술력, 가상자산 생태계, 성과, 재무 지속성 등을 평가한다. 지금까지 쟁글이 평가한 가상자산 프로젝트만 400여개. 데이터베이스에 보관한 프로젝트 정보 수만 지난해 기준 약 3000개에 달한다.

그는 비즈니스모델을 묻자 "작년엔 매출이 대부분 평가 쪽에서 나왔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 대표는 "평가 수수료를 1만달러 수준으로 받고 있어 지난해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수준의 매출을 만들었다"며 "올해 안에 전통금융권과 B2C 투자사를 대상으로 리서치 자료나 온체인 데이터를 구독할 수 있는 서비스를 런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온체인(on-chain)은 블록체인 거래를 기록하는 방식 중 하나로, 네트워크에서 발생하는 모든 전송 내역을 블록체인에 저장하는 방식이다. 

최근 쟁글은 분석 콘텐츠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공시를 한눈에 보길 원한다는 이용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한눈에 볼 수 있는 평가 서비스에 더해 최근엔 콘텐츠 쪽으로 사업을 순차적으로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목표는 웹3.0 이끄는 정보플랫폼

쟁글은 가상자산 투자에 필요한 정보를 넘어 웹3.0 시대를 이끄는 정보플랫폼으로 성장을 꾀하고 있다. 웹3.0이란 블록체인을 바탕으로 누구나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웹서비스 환경을 말한다. 이를 바탕으로 고도화된 맞춤형 서비스 시대가 열릴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이 대표는 "기존엔 데이터가 잘 공유되지 않아 AI 서비스 등을 만드는 사업자들이 일일이 데이터를 모아야 했는데, 웹3.0에선 블록체인을 바탕으로 데이터를 공유해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쟁글은 사실 계속 진화하고 있다"며 "공시에서 평가, 리서치가 얹어졌고 앞으로 온체인의 데이터 영역이 들어올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블록체인에 관심을 두게 한 '오픈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날이 한걸음 가까워졌다는 전망이다.

구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직접 AI를 제작하고, 다른 개발사를 위한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그는 "AI를 직접 만들기도 하고, 개발 기업이 기존의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서비스로 만들어 다양한 가치를 내도록 플랫폼을 만드는 게 저희의 기본 철학"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론 "앞으로 가상자산 가격에 어떤 요인이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보여주는 AI가 만들어질 수도 있고, 자금세탁방지를 위해 이상 거래를 판독하는 데에도 AI가 활용될 것"이라며 "보안에서도 해킹을 파악하거나, 해킹 시 자금이 어디로 유입되는지 등의 데이터도 활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끝으로 이 대표는 5년 안에 블록체인을 통해 개발 환경이 바뀔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블록체인은 IT 서비스에서 중요한 인프라 중 한 축으로 자리 잡아 기존 웹 서비스 환경을 180도 바꿀 것"이라며 "앞으로 흥미진진한 서비스와 비즈니스 환경이 마련되면서 5년만 지나도 굉장히 많은 것들이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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