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코로나로 한동안 캄캄했던 밤거리가 지난 4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해제되면서 늦은 새벽까지 불야성을 이루고 있습니다. 지인들과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대화를 나누다보면 어느덧 테이블에는 술병들이 한가득 쌓입니다. 마시는 그 순간은 즐겁지만 숙취가 시작되면 후회가 밀려오곤 하죠.
똑같은 종류의 술을 먹어도 어떤 사람은 심한 숙취에 시달리는 반면 아무렇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또 주종을 이것저것 섞어 먹거나 막걸리나 와인을 마셨을 때 유독 숙취가 심한 분들도 있으시죠. 술의 주성분인 알코올은 몸속에 들어오면 '아세트알데히드'로 분해돼 몸 밖으로 배출됩니다. 이 아세트알데히드를 분해하기 위해 우리 몸은 혈관을 확장시키는데 머리 부분에 위치한 혈관도 확장됩니다. 혈관이 넓어지면 혈액의 흐름도 빨라지는데 이때 머리 부분의 혈관으로 혈액이 빠르게 이동하면서 뇌혈관이 팽창하고 뇌압을 상승시켜 두통을 유발합니다.
숙취로 인한 두통이 견디기 힘들어 두통약(진통제)을 찾는 분들도 주변에서 종종 보는데요. 그러나 알코올과 의약품 모두 간이 분해하는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음주 시 두통약을 먹는 것은 간에 무리가 가서 좋지 않습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주의해야 할 약이 있습니다. 바로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들어간 진통제인데요.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가장 큰 부작용은 간 독성입니다. 1일 3회에 걸쳐 1알씩 먹는 걸로는 간 독성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문제는 알코올과 함께 대사가 이뤄질 때입니다.
아세트아미노펜과 알코올은 간에서 'CYP2E1'이라는 같은 효소로 대사 및 분해가 이뤄지는데 이때 'N-아세틸파라벤조퀴논이민(NAPQI)'이라고 하는 독성물질이 생성됩니다. 평소에는 체내 항산화 물질인 글루타티온이 NAPQI를 비활성화시키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술을 마시면 알코올 분해 효소인 2E1이 늘어나고 NAPQI 독성을 비활성화시킬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서게 됩니다. 술을 마신 다음날도 간에서는 알코올 분해가 계속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진통제는 복용하지 않아야 합니다. 대신 이부프로펜, 덱스부프로펜, 나프록센 등이 주성분인 진통제는 간에서도 다른 효소로 대사가 이뤄지기 때문에 간 독성 부작용에서 안전합니다.
좀 더 쉽게 약국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제품들로 한 번 알아볼까요. 아세트아미노펜의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타이레놀, 게보린, 펜잘, 판피린, 이지엔6에이스 등이 있습니다. 이름이 많이 친숙한 진통제들이죠.
그런데 성분이 다른 진통제 중에는 동일한 제품 브랜드명으로 출시돼 일반 소비자들은 헷갈릴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대표적으로 이지엔, 탁센, 게보린 등은 아세트아미노펜 외에 다른 성분의 진통제 제품으로도 나와 있는데요. 애니, 이브 같은 단어가 뒤에 붙어있는 경우는 대부분 '이부프로펜' 성분입니다.
이름이 비슷해서 너무 헷갈리신다면 가장 쉬운 방법이 있습니다. 약국에 방문해 숙취로 인한 두통약을 달라고 하면 아세트아미노펜이 아닌 다른 성분의 진통제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들 진통제의 경우 위장장애 우려가 있으므로 위가 약하신 분들은 복용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의약품 복용이 꺼려진다면 음식으로도 숙취 해소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데요. 알코올 분해를 돕는 성분으로는 비타민C, 아스파라긴산, 메티오닌, 카테킨 등이 들어있는 콩나물, 북어, 계란, 녹차 등이 알코올 분해 및 숙취해소에 도움이 됩니다.
이제 추석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 맞이하는 첫 명절인 만큼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술잔 기울이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숙취 걱정 없는 명절 되길 바랍니다.